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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생활형편 '배드' 고소득층 '굿'…소득주도 성장의 역설

문재인 정부 출범 시기와 현재 소비자심리지수 비교…가계수입전망도 '암울'

2018.02.17(Sat) 09:32:00

[비즈한국] 문재인 정부 들어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우고 노동자 소득을 올려주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3분기와 4분기(10~11월 기준) 실질임금 상승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가구 소득이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 최저임금 16.4% 인상이라는 호재에도 실업난이 악화되고 한국GM 철수론까지 겹치면서 가구의 소득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정책 혼선에 따른 강남 부동산 가격 급등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경제심리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져 정부 정책의 빛을 바라게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시기와 현재 소비자심리지수를 보니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장교동 서울고용센터 내 실업급여 상담 창구에서 실업자들이 관련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통계청 등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지난해 3분기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은 346만 1051원으로 1년 전(343만 2468원)에 비해 0.8% 늘어나는데 그쳤다. 실질임금이란 물가상승을 고려한 임금, 즉 실질적인 구매력을 나타내는 임금으로 명목임금을 소비자물가지수로 나누어 산출된다. 

 

지난해 4분기(10~11월 기준) 실질임금 상승률은 3분기보다 더욱 둔화됐다. 4분기 근로자 실질임금은 321만 5296원으로 1년 전(319만 4635원)보다 0.6% 늘었다. 실질임금 상승률이 2개 분기 연속 1%를 밑돈 것은 지난 2014년 2~3분기 이래 4년 만이다. 

 

실질임금 상승률은 2014년 4분기부터 매 분기 2~3%대를 유지해왔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정치적 혼란과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지난해 1분기에 0.5%로 떨어졌다. 2분기에 박 전 대통령 탄핵이 마무리되고 문재인 정부가 구성되면서 혼란이 가라앉고 경기 심리가 회복되면서 1.5%로 상승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우며 본격적인 업무에 착수한 3분기부터 오히려 실질임금 상승률이 둔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업들이 노동자 임금인상이나 투자 확대보다는 만약을 대비해 사내 유보금을 쌓아놓는데 힘을 쓴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등 질병과 가뭄, 한파 등 이상 기온으로 물가가 오른 것도 실질임금 상승률에 악영향을 줬다.

 

올해 실질임금도 그다지 많이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인력정보 컨설팅 업체인 ECA 인터내셔널이 세계 71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8년 임금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실질임금 상승률은 15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ECA 인터내셔널이 공개한 아르헨티나(1위)와 인도(2위)의 실질임금상승률 전망치가 각각 7.2%와 4.9%라는 점과 우리나라가 올해 최저임금을 16.4%나 올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은 순위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실질임금 상승세 둔화에 실업난 악화, 한국GM 철수 선언, 강남 부동산 가격 급등과 같은 악재들이 겹치면서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경제 심리가 극과 극으로 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저소득층은 생활형편이 문재인 정부 이전보다 더 악화됐고, 수입도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는데 반해 고소득층은 문재인 정부 들어 더 살 만해졌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던 지난해 5월 현재생활형편 소비자심리지수(CSI)를 보면, 월 소득 100만 원 이하인 저소득층의 경우 85였으나 올 1월에는 80으로 더욱 하락했다. 현재생활형편 CSI는 기준치인 100보다 낮을수록 현재 생활형편이 6개월 전보다 안 좋아졌다고 보는 소비자가 많다는 의미다. 이에 반해 월 소득 500만 원 이상인 고소득층의 경우 현재생활형편 CSI가 지난해 5월 101이었으나 올 1월에는 103으로 상승했다. 

 

이러한 경향은 올해 실질임금 둔화 전망과 더불어 더욱 심화될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현재와 6개월 후 수입 전망을 비교한 가계수입전망 CSI의 경우 100만 원 이하 저소득층은 지난해 5월 94였던 것이 올 1월에는 87까지 떨어졌다. 이와는 반대로 월 500만 원 이상 고소득층은 가계수입전망 CSI가 지난해 5월 106에서 올 1월 111로 상승했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최근 미국의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 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 한국GM 철수 선언 등 대내외 악재와 부동산 정책 및 가상 통화 관련 정부의 정책 혼선 등이 겹치면서 경제가 위기상황을 맞았다”며 “실질임금 인상과 일자리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현재로서는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지 않게 하는데 정책을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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