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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쇼트트랙보다 치열한 선두다툼 '홈쇼핑 빅3'

GS홈쇼핑 허태수 vs CJ오쇼핑 허민회 vs 현대홈쇼핑 정교선·강찬석

2018.02.21(Wed) 17:46:02

[비즈한국] 홈쇼핑 업계는 고전적인 유통 시장에서 ‘나홀로 성장’ 중이다. ‘빅3’​로 불리는 GS홈쇼핑과 CJ오쇼핑, 현대홈쇼핑 모두 지난해 두 자릿수 영업이익을 냈다. 국내 유통업계가 중국발 사드 보복 등으로 성장 정체기를 보낸 것과 대조적이다. 각각 단독 브랜드와 TV 사업을 벗어난 신규 플랫폼을 도입하는 등 새로운 시도가 성장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정체기를 벗어나면서 빅3 간 순위 싸움도 치열하다. 지난해 업계 순위가 뒤바뀌는가 하면, 1위와 3위 격차도 좁혀지며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매출액도 처음으로 세 업체 모두 1조 원을 넘기며 일명 ‘1조 빅3 클럽’이 탄생했다.  

 

# 홈쇼핑 업계 1위 ‘나야 나​      


홈쇼핑 업계는 현재 부동의 1위가 없다. 취급고, 매출액, 영업이익 등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순위가 달라진다.  2017년 취급고를 기준으로 보면 GS홈쇼핑이 3조 9220억 원으로 1위다. 그동안 GS홈쇼핑- 현대홈쇼핑-CJ오쇼핑 순서로 GS홈쇼핑이 1위를 지키고 있다. 다만 지난해 CJ오쇼핑이 취급고 3조 7438억 원을 기록하며 현대홈쇼핑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영업이익 기준으로 보면 순위가 달라진다. CJ오쇼핑이 1575억 원으로 1위고, 현대홈쇼핑, GS홈쇼핑 순으로 취급과 기준과 정반대다. 매출 기준은 CJ오쇼핑-GS홈쇼핑-현대홈쇼핑 순으로 또 다르다. 

 

이에 대해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매출은 수익부문에 집중한 수치고, 취급고는 몸집, 즉 외형적인 부분을 나타낸다. 업계에선 취급고를 기준으로 한 순위가 통용된다”고 설명했다. 취급고는 판매한 총 금액에서 취소와 반품을 제외한 순 판매액이다. 매출은 취급고에서 상품 제조업체에 지급한 금액을 빼고 판매 수수료를 더한 개념이다. 

 

# GS홈쇼핑: 허태수 대표이사


근소한 차이로 경쟁 중인 빅3 업체들의 경영구조는 각각 다르다. GS홈쇼핑은 전문경영인 없이 오너 일가인 허태수 대표이사 부회장이 직접 경영하고 있다. CJ오쇼핑은 허민회 대표이사가 전문경영인을 맡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오너 일가인 정교선 대표이사 부회장과 전문경영인 강찬석 대표이사 사장 공동대표 체제다. 

 

허태수 GS홈쇼핑 대표이사 부회장. 장기간 GS홈쇼핑을 업계 1위로 유지하면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허태수 GS홈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을 잘 아는 지인은 허 부회장을 “소탈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재벌가 오너 경영인이라는 선입견이 있을 수 있지만 ‘나부터 한다’는 말을 늘 강조했다. 허 부회장이 GS홈쇼핑 상무로 부임했을 때 물류 점퍼를 입고 건물 비상계단을 오르내리던 게 기억나는 데, 시간이 한참 지나도 오너 일가라는 걸 알아본 직원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허 부회장의 소탈한 성격은 경영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그가 GS홈쇼핑 사장이 된 이후 시무식에서 긴 연설이 사라졌다거나, 종이 한 장에 핵심만 정리해 보고서를 받는 일화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외부에 알리지 않고 직원들과 봉사활동, 체조 등을 함께 하면서 업무 피드백을 주고받기도 한다. 

 

허 부회장은 업계에서 ‘경영 능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2007년 GS홈쇼핑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이후 장기간 업계 1위로 올려놓고 있으며 2015년 업계 전체를 흔든 ‘가짜 백수오’ 사건으로 실적에 큰 타격을 입었지만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켰다.

 

최근 GS홈쇼핑은 차별화 포인트로 ‘금융 투자’에 영역을 넓히고 있다. 허 부회장의 과거 10년여 증권사 근무 경험과 연결된다. 경쟁사들이 자체 상품 개발에 집중할 때 스타트업이나 해외 펀드를 통한 수익 창출로 새 먹거리를 찾았다. 2016년 투자액 59억 원에서 지난해 171억 원으로 늘렸다. GS그룹 안에서도 투자액 증가율 1위다. 증권가에선 GS홈쇼핑을 두고 ‘GS투자회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투자는 쇼핑 플랫폼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NHN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NHN페이코 지분 9.5%를 확보했고, ‘텐바이텐’ ‘홈쇼핑 모아’등 이커머스 벤처에 대한 투자도 이어오고 있다. 해외 투자도 활발하다. 미국 식기 업체 코렐의 지주사 ‘월드키친’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허태수 대표이사 부회장은 LG공동창업자인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5남 가운데 막내다. 외국계은행을 다니다 1988년 LG투자증권 부장으로 LG그룹에 입사했다. 국제금융부문 이사 대우, 런던법인장, IB사업부 상무와 전략기획부문 상무를 거쳤고 2002년 GS홈쇼핑(옛 LG홈쇼핑)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경영기획부문장 상무,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을 지낸 후 2007년 GS홈쇼핑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고 2015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 CJ오쇼핑: 허민회 대표이사


CJ오쇼핑은 국내 홈쇼핑의 선발주자다. 1994년 TV홈쇼핑을 국내 최초로 개국했다. GS홈쇼핑과 함께 업계 선두로 꼽힌다. 

 

CJ오쇼핑은 2014년부터 성장 정체기를 맞다가 2015년 위기를 맞았다. 자체 브랜드와 해외법인 등 사업 확장에서 고전하면서 취급고 3조 556억 원을 기록하며 업계 3위로 밀렸다. 빅3 가운데 가장 늦게 시장에 진출한 현대홈쇼핑에 뒤쳐진 건 2015년이 처음이며, 취급고가 줄어든 업체도 CJ오쇼핑이 유일했다. 이 기간 대표이사가 두 번 교체 됐다.

 

허민회 대표이사는 CJ오쇼핑의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당시 CJ제일제당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이었던 허 대표는 2016년 4월 CJ오쇼핑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허민회 CJ오쇼핑 대표이사. ‘정통 CJ맨’​으로, 계열사가 위기를 겪을 때마다 해결사로 등장했다. 사진=연합뉴스

 

허 대표는 위기 상황에서 해결사를 맡아왔다. 1999년 CJ투자증권(옛 제일투자신탁)이 대우 사태 등의 여파로 위기를 겪을 때, 기획실장으로 해외에서 외자를 유치해 자금을 확보했다. 업계에선 CJ투자증권이 이 자금을 바탕으로 우량회사로 성장했다고 평가한다. 2012년엔 적자를 내던 CJ푸드빌 대표를 맡아 2014년 영업이익을 흑자로 돌려놨다. CJ그룹 한 계열사 관계자는 “허 대표가 CJ푸드빌 성과로 오너 일가의 신임을 받게 됐다”고 귀띔했다.

 

실제 허 대표는 이후 CJ그룹의 핵심이며 CEO 직행 코스로 꼽히는 ‘경영전략총괄’ 부서에 배치 됐다. 2013년 이재현 회장 구속 이후 7월부터 경영총괄을 맡아 비상경영체제를 이끌었다. CJ는 이 부서 아래 경영전략실과 재경실, 기획실, 마케팅실 등을 두고 있다. 경영전략총괄은 그룹 지배구조와 사업 구조 재편 등을 지휘하며, 밑그림을 그리고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전략을 짜는 부서로 알려져 있다.

 

허 대표는 2016년 4월 CJ오쇼핑 대표이사에 오른 이후 무리하게 진행되다 영업적자를 내던 터키, 일본, 중국 남방, 인도 등 일부 해외 사업을 정리하고 자체 브랜드 개발과 유통채널 영역 확대, 젊은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등에 나섰다.

 

허 대표 취임 이후 CJ오쇼핑 실적이 개선됐다. 지난해 취급고 3조 7438억 원, 영업이익 1575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연간 취급고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2016년과 비교해 취급고는 18.4%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8.7% 늘었다.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GS홈쇼핑을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랐고, 4분기 취급고의 경우 1조 319억 원을 기록하면서 사업 개시 이후 처음으로 분기 취급고 1조 원을 넘겼다. 

 

CJ오쇼핑은 미디어와 커머스 산업에서 차별화를 두고 있다. 지난 1월 깜짝 발표된 CJ오쇼핑·CJ E&M 흡수 합병 계획 역시 허 대표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8월 합병이 완료될 예정이다.

 

CJ오쇼핑은 통합 이후 신규 사업으로 △통합 플랫폼 △데이터 솔루션 △버티컬 커머스(Vertical Commerce) △애니메이션·완구·캐릭터 △브랜드 사업 △콘텐츠 파크 등을 추진한다. 기존 CJ E&M 사업을 그대로 흡수하는 한편, 버티컬 커머스와 같이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도 있다. 

 

허 대표는 ‘정통 CJ맨’이다. 1986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한 이후 CJ투자증권, CJ푸드빌, CJ올리브네트웍스 등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치고 CJ오쇼핑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2017년 11월엔 CJ그룹 인사에서 총괄부사장으로 승진했다.

 

# 현대홈쇼핑: 정교선 대표이사 부회장·강찬석 대표이사 사장


현대홈쇼핑은 2001년에 설립돼 빅3 업체 가운데 후발주자다. 그동안 현대백화점그룹 특유의 전략으로 알려진 ‘안정 후 성장’ 방침을 이어왔다. GS홈쇼핑과 CJ오쇼핑이 마케팅과 신사업에 투자를 늘릴 때, 현대홈쇼핑은 과감한 투자보다는 안정에 집중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영업이익 1위 현대홈쇼핑, 취급액 1위 GS홈쇼핑, 매출 1위 CJ오쇼핑이라는 게 공식처럼 유지돼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5년 현대홈쇼핑이 사업을 확대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2014년 CJ오쇼핑보다 매출액이 적었지만 영업이익(1451억 원)이 업계에서 가장 많았던 현대홈쇼핑은, 그 다음해 영업이익이 1107억 원으로 기록하며 3위로 밀려났다. 2016년에도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 20여 개를 론칭하며 외형 확장에 주력했고, 영업이익 1323억 원으로 업계 2위에 올랐다. 

 

2017년에는 분기별로 CJ오쇼핑과 영업이익 1, 2위를 다투다 1445억 원으로 CJ오쇼핑(1575억 원)에 밀렸지만, 빅3 가운데 매출액이 가장 적으면서도 영업이익은 13.3%로 가장 많이 늘었다. 

 

업계에서는 현대홈쇼핑이 렌탈·보험·여행 등 무형상품의 판매 비중을 줄이고 미용 상품 등 마진이 많이 남는 상품 판매에 주력한 점을 꼽는다. 앞서의 증권사 관계자는 “가격이 비싼 무형상품은 총 취급고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만 이익률이 낮다. 경쟁사와 비교해 광고비를 줄인 점도 영업이익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며 “사업 효율성 측면에서는 업계 최고인 셈으로, 유통업계 전체가 어려웠던 시기에 선택한 전략이 유효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대홈쇼핑은 오너 일가인 정교선 대표이사 부회장(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과 전문경영인인 강찬석 대표이사 사장이 공동대표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2014년 3월 강 대표가 새 대표로 선임된 되면서 정교선, 김인권, 강찬석 3인 대표 체제로 유지 됐지만 2014년 말 김인권 전 대표가 퇴임하면서 3년여 간 정교선, 강찬석 공동 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정교선 현대홈쇼핑 대표이사. 현대백화점그룹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마치고 현대홈쇼핑 경영 전반을 지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교선 대표가 경영 전반을 맡아 진두지휘하고, 강찬석 대표가 그를 보좌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강 대표는 그동안 2선에서 경영을 지원해왔지만 2인 공동대표 체제 전환 이후 경영 전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홈쇼핑은 최근 수년간 공격적인 외형 확장에 나서고 있다. 패션 산업에서 영향력을 확대 중인데, 현대백화점그룹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는 방식이다. 앞서 현대백화점이 인수한 패션 전문 기업 ‘한섬’의 도움을 받아 홈쇼핑 전용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를 마련한 게 대표적이다. 그밖에 박화점과 연계된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장조사부터 개발까지 협업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2004년 현대백화점 경영관리팀 부장으로 입사해 다음해 기획조정본부 기획담당 이사로 승진하면서 임원이 됐다. 이후 상무와 전무, 부사장 등을 거쳐 2009년 현대홈쇼핑 대표이사 사장 겸 그룹전략총괄본부장으로 임명됐다. 2012년 현대백화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강찬석 현대홈쇼핑 대표이사. 정교선 부회장과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사진=현대홈쇼핑

강 대표는 ‘정통 현대맨’이며, 그룹 내에서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꼽힌다. 1988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한 후 현재까지 30년 가까이 현대에서만 근무하고 있다. 2006년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 사업개발팀장을 시작으로 2011년 현대홈쇼핑 영업본부장을 거쳐 2013년 12월 현대홈쇼핑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현대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강 대표는 그동안 외부에서 크게 주목을 받는 일은 드물었지만, 현대백화점그룹 내부에선 경영 성과와 실적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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