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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가장 존경받는 기업' CJ대한통운 일용직 노동자 체험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최저시급 받고 중노동…CJ대한통운 "업계에 비해 좋은 편"

2018.03.16(Fri) 15:19:45

[비즈한국] 지난 2월 27일 CJ대한통운이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주관한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종합물류서비스 부문에서 6년 연속 1위에 선정됐다.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답게 CJ대한통운은 나이, 장애, 학벌에 차별을 두지 않는 ‘3無(무)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으며, 택배기사들을 특수고용직으로 채용함에도 불구하고 자녀 학자금·출장 건강검진·경조사 지원 등의 다양한 복리후생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CJ대한통운에서 일하는 노동자라면 일자리 만족도가 높을까? 

 

CJ대한통운이 6년 연속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종합물류서비스 부문 1위로 선정됐다. 그렇다면 하루에 300만~400만 상자를 배송하는 CJ대한통운은 과연 좋은 일자리일까. ‘비즈한국’이 CJ대한통운의 군포허브터미널의 일용직 노동자를 체험했다.  사진=CJ대한통운 제공

 

‘비즈한국’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물량이 취급되는 CJ대한통운 군포허브터미널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근무해보기로 했다. CJ대한통운은 전국 5개 지역에 허브터미널을 갖추고 있으며, 이 중 군포허브터미널은 서울·인천·경기 등의 수도권 일대로 배송되는 택배상자가 분류되는 곳이다. 허브터미널에서 분류된 택배상자는 전국 200여 개의 서브터미널을 거쳐 각 가정에 배달된다. 

 

# 군포허브터미널 일용직 노동자 체험에 나서다

 

지난 13일 오전 10시, 기자는 CJ대한통운이 군포허브터미널의 인사담당자에게 연락했다. 채용 공고에 ‘문자 바랍니다→이름/나이/사는 곳/사당역 지원’이라고 적혀 있어, 양식에 맞춰 ‘유시혁/35/사당/사당역 지원’이라 내용을 적어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물론 CJ대한통운​에 따로 취재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문자를 보낸 지 1분 만에 인사담당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시간과 장소, 준비물, 주의할 내용 등을 간단히 설명해줬다. 

 

오후 5시 20분, 약속 시간 보다 10분 먼저 인사담당자가 지정해준 장소에 도착했다. 이미 그 자리에는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인사담당자는 사람들이 올 때마다 인원 체크를 했고, 일용직 노동자로 처음 투입된 8명의 사람들에게는 ‘일용직근로계약서’ 작성과 ‘신규채용자 안전교육 이수 동의서’의 서명을 요구했다. 

 

기자 역시 처음으로 CJ대한통운 군포허브터미널에 투입된 신규채용 노동자였기에 ‘일용직근로계약서’와 ‘신규채용 안전교육 이수 동의서’에 서명을 했다. 신규채용 노동자들에게 1시간에 걸쳐 안전교육이 실시됐어야 했으나, 실제로는 어떠한 교육도 이뤄지지 않았다. 

 

기자가 직접 작성한 CJ대한통운 군포허브터미널의 일용직 근로계약서.


5시 30분이 되자 지정 장소에는 5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30대 남성이 대다수였고, 50~60대 남성들과 20~30대 여성도 일부 포함돼 있었다. 인사담당자의 안내에 따라 대로변에 정차된 45인승 버스 2대에 나뉘어 탑승을 했다. 30여 분 이동한 후에야 CJ대한통운 군포허브터미널에 도착했다. 

 

신규채용 일용직 노동자로 투입된 사람들은 1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출입 승인이 떨어졌다. 한때 논란이 됐던 쿠팡물류센터처럼 소지품 검사는 없었으나, 안면인식을 거치고 나서야 작업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작업장에는 수십 대의 택배상자 자동분류기와 컨베이어 벨트가 설치돼 있었다. 시선은 이미 작업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200여 명의 노동자들에 고정됐다. 대다수의 노동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닥을 봤더니 먼지가 3cm 이상 쌓여 있었고, 수많은 스티로폼 조각들이 따뜻한 봄날 민들레 씨앗 날리듯이 공중에 흩날리고 있었다. 10년 이상 청소를 하지 않은 듯 작업장 내 미세먼지는 심각한 수준이었고, 이에 수많은 노동자들이 재채기를 해댔다. 인사담당자의 안내가 없었기에 마스크를 미처 준비하지 못한 신규채용 노동자들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7시 20분쯤 되자, 지역별로 나뉘어 근무에 투입됐다. 기자는 경험이 많은 한 남성 노동자와 함께 2인 1조로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구간을 담당하게 됐다. 그는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과다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퇴사를 한 후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직원이 더 많이 벌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하루 무단결근을 하면 이틀치의 일당이 삭감됐다. 원하는 날짜에만 나오는 일용직 노동자가 직원보다 더 많이 번다”며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 10명 중 8~9명이 일용직”이라고 설명했다. 

   

7시 30분이 되자 자동분류기가 작동했고,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택배상자가 쏟아져 나왔다. 기자는 택배상자를 11톤 화물트럭에 쌓는 업무를 담당했고, 같은 조의 다른 노동자는 바코드 입력 및 지역 분류 작업을 맡았다. 쉬는 시간 없이 4시간 30분 동안 작업이 계속됐고, 자정이 되어서야 저녁식사 및 휴식 1시간이 주어졌다. 

 

# ‘파손 주의’ 택배상자 마구 던져, 파손 다반사

 

식사를 마친 후 작업에 투입되기까지 30여 분이 남았지만,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가 없었다. 노동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해봐야 작업장 내에 있는 네 개의 의자와 흡연실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와 담배연기로 자욱한 이 공간마저도 이미 다른 노동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11톤 화물트럭으로 빼곡하게 주차된 외부 공간에서 쉴 수밖에 없었는데, 작업하는 동안 땀에 젖어 유독 새벽공기가 차게 느껴졌다. 한겨울에도 휴식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외부에서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한 현장노동자가 설명했다. 

 

새벽 1시가 되자 다시 작업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기자가 바코드 입력 및 지역 분류 작업을, 다른 노동자가 상차 작업을 하기로 했다. 현장노동자들은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쉬는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마감 예상 시간이 오전 7시 30분이었는데, 6시간 30분 동안 쉴 틈 없이 계속 일만 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이에 대해 한 현장노동자는 “흡연자들이 간간히 흡연하러 다녀오는 시간 외에는 일체의 휴식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며 “하루에 300만~400만 개의 택배박스를 배송하는데, 밀리지 않고 작업하려면 쉴 틈 없이 일할 수밖에 없다. 택배물량이 많은 날인 월·목·금요일에는 쉴 틈 없이 일해도 오전 8시 30분이나 9시에 끝난다”고 설명했다.  

 

1차 작업에 비해 더 많은 택배상자가 쏟아져 나왔다. 1차 작업에서는 개인이 발송한 택배상자가 많았다면, 2차 작업에서는 홈쇼핑이나 대형 온라인쇼핑몰 등에서 발송하는 택배상자가 많았다. 

 

CJ대한통운 군포허브터미널에서 근무하는 현장 노동자들은 택배상자에 ‘파손주의’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도 전혀 개의치 않고 막무가내로 집어던졌다. 이에 상자가 찢어지거나 물품이 파손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작업이 개시되기 전의 군포허브터미널 작업장의 모습.  사진=유시혁 기자

 

자동분류기와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바코드 입력 및 지역 분류 작업을 하다 보니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파손주의’라는 문구가 적힌 택배상자를 일반 택배상자와 전혀 구분하지 않고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장노동자들 대다수가 지역 분류 작업을 하면서 택배상자를 던졌다. 간혹 택배상자를 던지다가 택배상자가 찢어지거나 유제품이 터지는 사고도 발생했고, 냉동식품이 들어있는 아이스박스도 쉽게 파손됐다. 

 

이를 보고도 현장 책임자는 아무런 제제를 하지 않았다. 기자 역시 택배박스가 한꺼번에 몰릴 때면 택배상자를 던져야만 했다. 상차 작업을 하는 같은 조의 다른 노동자의 업무가 과중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11톤 트럭에 물건이 가득 채워지고 나서 차량이 교체되는 시간 동안 잠깐의 휴식이 주어질 거라 생각했지만, 자동분류기와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들어오는 택배 상자는 물 밀 듯이 밀려들어왔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 모든 택배상자를 올려둘 수 없을 만큼 밀려드는 바람에 바닥에 택배상자를 내려놓느라 오히려 더 바쁘게 움직여야만 했다. 이에 추운 날씨 속에도 옷이 흠뻑 젖을 만큼 땀을 흘려야만 했다. 

 

새벽 5시 무렵, 기자는 현장 책임자에게 “한 시간 후 퇴근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처음 경험한 일이었기에 고단하기도 했지만, 다음 취재 일정 때문에 충분한 휴식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장 책임자는 “현장에 오기 전에 인사담당자로부터 연장근로에 대한 이야기를 못 들었느냐”고 따졌다. 기자가 완강한 태도를 보이고 나서야 “6시에 퇴근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 

 

근로계약서상 노동시간이 새벽 6시까지였기에 셔틀버스가 운행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업체 관계자는 “작업이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퇴근을 하면 본인이 알아서 가야한다”고 전했다. 어쩔 수 없이 콜택시를 불러야만 했다. 

 

# 정시 퇴근 요청하자 “연장근로 얘기 못 들었나”

 

오후 5시 15분, 일급 9만 5258원이 계좌로 입금됐다. 기본시급이 최저시급과 동일한 7530원이었는데, 기자가 일한 노동시간이 10시간 30분이었으므로 시급 7만 9065원과 야간수당 1만 6193원이 합산된 금액이었다. 타 업종에 비해 업무강도가 높아 일급이 낮다고 생각됐으나, 근로계약서에 최저시급 기준으로 일급을 받기로 동의했으므로 따져 물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틀 후 기자는 CJ대한통운 본사 측에 연락을 취했다. 기자가 직접 보고 느꼈던 군포허브터미널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파손 주의’ 문구가 부착된 택배상자의 무분별한 관리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최대한 많은 인력을 채용해 업무 강도도 낮추고, 휴식 시간도 제공하려 하는데 3월에는 지원자들이 워낙 적다보니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일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며 “CJ대한통운에서만 하루에 300만~400만 개의 택배상자가 배송되는데, 고객에게 조금이라도 일찍 배송해주기 위해 작업을 하다 보니 택배상자를 던지는 일도 발생하는 것 같다. 인력수급업체 측에 안전교육을 반드시 실시하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타 택배업체들보다 현장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신경을 많이 쓰고 있으며, 실제로 노동환경도 타 업체에 비해 매우 좋은 편”이라며 “자동분류기조차 갖춰지지 않아 1시간 동안의 휴식시간조차 제공하지 않는 업체도 있다”고 덧붙여 말했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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