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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실리콘밸리] 애플 품에 안긴 '잡지계의 넷플릭스' 텍스처

단순히 잡지를 모았다가 실패…검색 추천 공유 가능하게 쪼개자 애플이 인수

2018.03.19(Mon) 16:36:01

[비즈한국] 잡지계의 위기라고 합니다. 광고비를 잡지에 쓰기보다는 영상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스타, 유튜브의 인플루언서가 더 큰 호응을 받습니다. 가장 큰 가치였던 광고와 구독이 모두 줄면서 산업 자체가 존폐의 기로입니다.

잡지 콘텐츠 자체의 위기는 아닐 겁니다. 잡지에 뛰어난 디자인과 편집. 마케팅적 콘텐츠. 속도보다는 깊이 있게 한 주제를 파는 형식. 명품으로 대표되는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방식 등 디지털 콘텐츠는 잡지와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피키캐스트부터 인스타 인플루언서까지 말이죠.

텍스처는 잡지 기반의 플랫폼이다. 사진=텍스처 홈페이지


콘텐츠는 인정받되 잡지 형식은 돈이 안 되는 상황에 6개 잡지사가 힘을 모았습니다. ‘넥스트 이슈 미디어(Next Issue Media)’라는 이름의 스타트업 회사를 2010년 설립한 겁니다. 이 회사는 2012년 ‘잡지 넷플릭스’를 만들기로 합의했습니다. 애플리케이션(앱) 텍스처(Texture)의 시작입니다.

텍스처는 처음 ‘넥스트 이슈’로 시작했다. 사진=텍스처 홈페이지


처음 앱 이름은 ‘넥스트 이슈(Next Issue)’였습니다. 이 앱에서는 6개 잡지사의 다양한 앱을 직접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하나의 잡지를 인터넷으로 읽어볼 수 있는 이북 모음, 혹은 뉴스스탠드 방식에 앱이었습니다. 가격은 월간지만 모아서 9.99달러(약 1만 원), 주간지까지 합치면 14.99달러(1만 6000원)​였습니다.

뭔가 이상했습니다. 사람들이 전혀 넥스트 이슈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디지털화된 콘텐츠의 최대 장점인 ‘데이터’, 이를 통한 ‘검색’, ‘추천’, ‘공유’ 등을 전혀 살리지 못했기에 당연한 결과였겠지요.

2015년 넥스트 이슈는 ‘텍스처(Texture)’로 이름을 바꾸고 디지털 콘텐츠의 요소를 추가했습니다. 잡지를 기사 단위로 쪼갰습니다. 보고 싶은 콘텐츠만 검색하는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에디터를 뽑아서 기사 추천도 할 수 있게 했죠. 유저 또한 직접 리스트로 다른 사람에게 공유할 수 있도록 공유 기능 또한 추가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올해 3월, 2018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에서 애플이 깜짝 발표를 합니다. 텍스처 인수였습니다. 금액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애플은 대형 IT 회사인 아마존, 구글 등과 힘겨운 구독 경쟁 중입니다. 구글은 무료로 구글 드라이브, 지메일 등 다양한 생태계를 꾸미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프리미엄 쇼핑몰을 시작으로 음성 스피커, 언론사, 음원,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유료 패키지 구독으로 제공합니다.

특히 애플은 넥스트 이슈와 매우 유사했던 ‘뉴스스탠드’를 이미 서비스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물론 무료 뉴스 추천 서비스인 ‘애플 뉴스’를 제공하고 있지요. 다만 애플 뉴스는 SNS로 뉴스를 보는 요즘 서구권 독자들의 트렌드에 비교해 정체 상태입니다. 이에 애플은 콘텐츠 보강을 위해 뉴요커, 롤링스톤스, 빌보드, 타임 등 다양한 잡지 콘텐츠를 가진 텍스처를 인수한 겁니다.

텍스트는 애플에 인수되며 성공적인 미래를 보장 받았다. 사진=텍스처 앱


텍스처는 처음 기술기업에 대항하기 위해 콘텐츠 회사들이 연합해 만든 서비스입니다. 결말은 대형 기술기업의 인수였습니다. 텍스처란 서비스의 미래는 성공적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처음 목표는 이루지 못했다고 보는 게 맞겠죠.

텍스처의 실패는 콘텐츠 회사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콘텐츠 회사는 자신의 콘텐츠를 분절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해, 새로운 맥락으로 보여주는 유통 기술이 부족합니다. 콘텐츠 자체보다 맥락이 더 중요할 수 있는데 말이죠.

결정 속도도 느립니다. 넥스트 이슈는 처음 디지털 콘텐츠 마켓에 맞지 않은 서비스였습니다. 당장 바꿔야 했습니다. 그러나 텍스처로 바뀌는데 3년이 걸렸습니다. 다양한 잡지사가 모여서 결정 속도가 늦은 탓이였을까요? 결국 텍스처는 빠른 결정속도와 압도적인 기술력을 가진 애플로 가야만 했습니다.

지금도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는 끊임없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 궁리 중입니다. 전형적인 게 스스로 콘텐츠를 모아 ‘플랫폼’이 되려는 겁니다. 제이지가 만든 음원 스트리밍 회사 타이달(Tidal)이 대표적이죠. 한국도 대형 언론사가 포털에 대항해 뉴스 플랫폼을 만드는 시도가 있었죠. 대부분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텍스처 인수는 콘텐츠 회사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기술력 부족.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실행력과 속도 부족입니다. 이를 채우기 위해 텍스처는 콘텐츠를 가지고 최대 기술 기업 애플로 들어갔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콘텐츠 기업의 고민을 보여주는 회사, 텍스처였습니다. ​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담당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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