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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방황의 끝' 금호타이어, 더블스타 타고 질주할까

30일 노사 극적 합의, 사실상 새 주인 찾아…더블스타 "독립 경영 보장"

2018.03.31(Sat) 00:13:30

[비즈한국] 금호타이어 채권단과 노동조합이 극적으로 합의했다. 30일 금호타이어 노·사는 광주시청에서 ‘금호타이어 경영정상화 추진을 위한 긴급 간담회’를 열어 더블스타로부터의 자본유치 및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해 상호 합의했다. 간담회에는 정부, 채권단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이로써 2009년 12월 30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부도로 쓰러질 위기에 처해 있는 기업 중에서 회생시킬 가치가 있는 기업을 살려내는 작업)을 신청한지 약 8년 만에 주인을 찾는데 사실상 성공했다.​

 

30일 오후 광주시청에서 금호타이어 노사, 채권단, 노사정이 긴급간담회를 5시간여를 진행한 끝에 ‘더블스타로 자본유치 및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해 상호 합의하고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박삼구 회장은 왜 금호타이어를 포기했을까

 

2000년대 중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 등을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렸다. 무리한 인수는 막대한 부채로 돌아왔고,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로 인해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의 워크아웃을 추진해야 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2009년 매출 1조 8947억 원, 영업손실 2136억 원, 당기순손실 7762억 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3636%에 달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2012년 6월 금호산업을 되찾았지만 금호타이어는 자금 부족으로 인수에 어려움을 겪었다.

 

2016년 말 우리은행, KDB산업은행 등으로 구성된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공개 매각에 들어갔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얘기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 의지를 보였지만 자금 부족으로 결국 실패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우선매수청구권(회사를 매각할 때 같은 조건으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을 보유하고 있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도 문제는 없었다. 다만 우선매수청구권이 박 회장에 한정돼 있어 오로지 박 회장 본인의 돈으로만 인수를 해야 했다. 박 회장이 가진 금호아시아나 계열사 지분으로 수천억 원의 돈을 마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박 회장은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포기하는 대신 상표권 사용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금호타이어 채권단과 매각 우선 협상자로 선정된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상표권 5년간 의무 사용, 사용료로 연 매출의 0.2%, 이후 15년은 원하면 0.2%로 사용’의 내용으로 계약을 맺었다. 박 회장 측은 ‘20년간 의무적으로 사용하고 0.5%를 사용료로 낼 것’을 채권단에 요구했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박 회장 측의 요구를 수용했다. 대신 더블스타가 요구한 0.2%와의 차액을 채권단이 금호타이어에 매년 보전해주기로 했다. 채권단이 여러 노력을 했지만 가격 조정에 실패했고, 더블스타는 지난해 9월 금호타이어 인수 포기 의사를 밝힌다. 박 회장 역시 금호타이어에 손을 떼고 사실상 모든 것을 채권단에 맡겼다.

 

#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 논란

 

올 3월 초,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인수를 재시도했다. 금호타이어는 2017년 1~9월 599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KDB산업은행은 투자유치를 통한 유동성 확보, 채권단 손실 최소화 등을 이유로 더블스타와 수의계약을 맺었다.

 

금호타이어 노조와 시민단체들은 이전부터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를 반대해왔다.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광주경실련)은 지난해 8월 성명을 통해 “현재 진행 중인 매각을 중단하고 종합적인 구조조정 대책을 먼저 수립하고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며 “(더블스타가)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면 국부 유출, 첨단기술 유출, 먹튀 논란, 헐값 매각에 대한 비판은 물론 대량 실업 초래와 지역경제의 피폐화 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에 위치한 더블스타 인더스트리4.0 공장. 사진=더블스타

 

전국금속노동조합 금호타이어지회(금호타이어 노조) 역시 지난 21일 “먹튀 불안과 미래 불안이 자명한 해외 매각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며 “정부와 채권단의 일방적 밀어붙이기 식 매각 진행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 정부도 이전에는 중국 업체의 금호타이어 인수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해 3월 SNS를 통해 “금호타이어가 쌍용자동차의 고통과 슬픔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며 “매각의 우선 원칙은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며 어떤 특혜 논란도, 먹튀 논란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에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금호타이어 매각은 지역 경제와 글로벌 경쟁력, 핵심기술의 유출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하는 등 해외 매각을 반대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최근에는 정부가 태도를 바꿔 더블스타의 인수를 종용했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오전 정부 서울청사에서 개최한 긴급 경제현안 간담회에서 “금호타이어 노·사 간 합의가 없으면 당장 유동성 문제로 인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며 “일자리를 보장할 수 없고 지역 경제에도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 급박했던 2018년 3월 30일

 

금호타이어에 대한 채권단 자율협약은 30일 종료 예정이었다. 채권단 자율협약이란 기업이 일시적인 상황으로 도산 위기에 처했을 때 채권단이 기업을 구제하기 위한 지원책을 의미한다. 자율협약이 끝나면 금호타이어는 채무를 상환해야한다. 당장 오는 4월 2일 270억 원의 기업어음 만기가 돌아오고 5일에는 회사채 400억 원을 갚아야 한다. 금호타이어의 재무 구조 상 자력으로 상환하기는 불가능하다.

 

지난 2월 금호타이어 직원들이 설날을 맞아 고속도로 무상안전 점검 캠페인을 벌이는 모습. 사진=금호타이어


금호타이어 노조는 30일 낮 조합원 투표로 더블스타 매각 찬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밤에는 광주시청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조삼수 금호타이어 노조 지회장 등이 참석한 긴급 간담회가 열렸다. 4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 노조와 정부, 채권단 등 이해관계자들은 더블스타의 자본유치와 경영 정상화 방안에 대해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렀다.

 

노조는 예정대로 오는 4월 1일에 투표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더블스타의 자본유치에 대해 합의했기에 표결을 통해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

 

# 금호타이어의 미래는?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에 6463억 원을 제3자 유상증자 형태로 투자한다.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은 지난 22일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용보장 3년, 임금단협체제 유지, 파업 활동 등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차이 회장은 “국제관례에 따라 3년의 기간을 뒀을 뿐, 3년만 고용을 보장한다는 것이 아니다”며 “금호타이어의 경쟁력을 높여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차이융썬 회장은 또 한국인 경영자에게 경영을 맡기고 사외이사만 파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독립 경영을 보장해주는 것으로 금호타이어 내부 인심을 붙잡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지난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더블스타-산업은행 금호타이어 인수 추진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한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 사진=고성준 기자

 

더블스타는 중국 당국이 운영하는 국영기업으로 2002년 화칭그룹을 인수해 타이어업계에 진출했다. 더블스타 타이어는 대부분 중국 내수용인 반면 금호타이어는 중국, 미국, 베트남 등에 공장과 연구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BMW 등에 신차용 타이어를 납품한다. 더블스타와 비교하면 금호타이어의 네트워크가 훨씬 폭넓은 셈이다.

 

금호타이어는 수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타이어업계 매출 11~13위 수준을 유지해왔다. 더블스타는 32~34위 수준으로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 단숨에 10위권으로 올라선다. 금호타이어는 최근 몇 년간 매출 감소,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새로운 주인을 만난 금호타이어가 중국의 자본력에 힘입어 회생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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