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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문재인 정부의 주거복지 로드맵이 성공하려면

보금자리주택의 성공 비결 벤치마킹해야…수요자가 선호하는 입지가 중요

2018.04.02(Mon) 17:25:48

[비즈한국]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경우는 시장에 문제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위험이 있을 때다. 그 외에는 시장의 자율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정부의 시장 개입은 정책이라는 것으로 구체화된다. 정부의 정책은 크게 두 가지 방향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어떤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 규제의 측면이 있고, 다른 하나는 시장 행위가 필요 이상으로 규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구제 방안이 있다. 

 

부동산시장만을 보면 행위 제한은 부동산 규제와 연계해서 설명할 수 있고, 구제 방안은 부동산 완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부동산 정책은 시장의 문제를 규제 방안과 완화 방안을 반복적으로 쓰면서 해결해 왔음을 유추할 수 있다.

 

2017년 11월 27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거복지 로드맵 당정협의를 열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시장조정 정책과 무관하게 주거복지에 대한 정책이 있다. 복지정책으로 주거환경을 지원해야 할 때 펼쳐야 하는 정책이다. 20세기, 즉 2000년까지는 수도권 집중화의 시기였다. 지방 부동산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차별을 받을 때였다. 

 

노무현 정부는 수도권 집중화를 해소할 정책으로 수도권 부동산의 지방분산을 시도했다. 청와대 등 정치권까지는 옮기진 못했지만, 행정수도의 첫 삽을 뜨게 하였고, 비수도권 지역에 혁신도시, 기업도시 개발을 추진했다. 수도권에 몰린 각종 공기업을 비수도권으로 이전했다. 1기 신도시의 수요 초과를 해결하기 위해 2기 신도시를 추진했다.

 

2009년 이후 수도권 부동산은 조정시기로 진입한다. 반대로 몇몇 지방은 부동산 시세가 폭등했다. 노무현 정부의 강력한 지방 이전 정책으로 인구가 증가한 지역들이 생겼으며, 이 지역의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부동산 시세가 올랐다. 거의 10년 가까이 신규 분양이 원활하지 않았던 지방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띈 계기였다.

 

하지만 신규분양 시장이든, 기존주택 시장이든 인구가 줄고 호재가 없는 지역은 여전히 불황 속을 헤매고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전국 단위로 진행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주택정책은 정반대 방향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급등하는 주택시세를 잡기 위해 규제에 중점을 두었고,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완화책을 내놓았다. 각 정권은 이러한 전반적인 주택정책의 방향과 다른 차원으로 부족한 주택공급을 해결하려는 정책도 보여주었다.

 

노무현 정부는 지방 활성화를 위해 행정수도 개발과 기업도시·혁신도시 개발을 추진했다.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를 전국 단위로 분산하려는 계획이었다.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현재 생활하는 지역을 이탈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존의 교육환경과 생활환경을 포기하고 새로운 지역을 선택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에서 기대한 것만큼 지방 분산이 활성화되지 않았다. 이 정책의 결과는 현재도 진행 중이기 때문에 5년 후, 10년 후에 다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는 지방 분산을 선호하지 않는 기존 수도권 거주층들을 위한 방향으로 주택 공급을 시도했다. 그것이 바로 보금자리주택이다. 저렴한 주택을 많은 중산층들에게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돼 지금도 여러 곳에서 진행 중이다.

 

보금자리주택은 노무현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과는 달리 반응이 빨랐다. 그 이유는 입지의 차이다. 보금자리주택은 도심과 신도시 사이에 위치한다. 신도시는 결국 도심으로 가서 일하고 돌아와서 휴식을 취하는 베드타운인데, 보금자리주택은 도심과 신도시의 장점을 활용하고 단점을 보완한 좋은 위치에 공급했다.

 

게다가 신도시보다 가격이 쌌다. 그래서 기존 주택가격 상승을 막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의 서울·수도권 부동산은 침체기였다. 세계 금융위기로 인한 저축은행들의 도산, 부동산 신규 공급 급감 등 호재가 없었다. 우울한 분위기에서 유일하게 활황인 시장이 보금자리주택이었다.

 

국가 예산이 많이 들어, 최초 계획만큼 충분한 공급이 되지 않았지만,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부동산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금융위기로 부동산 상승이 멈추었다면 보금자리주택은 그 시세를 밑으로 끌어당기기까지 했다.

 

보금자리주택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정책의 결과이다. 하지만 정부 재원의 한계 때문에 만족할만한 공급은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민간기업의 부동산 공급과 보금자리주택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적정한 시세의 주택공급이 효과적으로 추진될 것이다. 

 

부동산 시세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결정돼야 한다. 합리적인 부동산시장 가격의 형성을 원한다면, 정부는 보금자리주택과 유사한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행복주택 정책을 추진했다. 신혼부부, 대학생 등 초소형 주택을 필요로 하는 수요층에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전국적으로 검토가 이뤄졌다. 하지만 진행이 원만치 않았다. 가장 먼저 추진된 목동지구는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임대주택 거주층과 기존 입지의 장점을 나누고 싶지 않다는 것이 속마음이었을 것이다.

 

파주에 위치한 LH공사의 행복주택. 사진=박정훈 기자


임대주택이 있는 곳은 대부분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임대주택 거주층과 일반주택 거주층과는 넘기 힘든 벽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임대주택을 공급할 때는 지역적인 정서까지 고려해야 한다. 무조건 어울려 살게 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억지 참여보다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금자리 주택은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한 몇 안 되는 좋은 정책이었다. 정부의 예산을 고려하고, 민간 사업자들의 참여를 유도해 확장해 볼 필요가 있는 정책으로 판단된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공공주택 확대를 위해 주거복지 로드맵 100만 호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일반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대부분 임대주택 형태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거복지 환경을 상승시킨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성을 가진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주거복지 로드맵으로 제공되는 주택의 입지는 그 곳에 입주할 사람들이 선호하는 곳이거나 접근하기 좋은 교통망이 있어야 한다. 일자리가 없거나 기반시설이 부족한 지역들에만 주거복지 로드맵 주택을 공급한다면 세금 낭비가 될 수 있다. 공공주택으로 가장 인기가 많았던 보금자리 주택 입지들을 벤치마킹했으면 한다.

 

부동산정책은 정부·지자체만의 몫은 아니다. 일반인들도 보금자리주택, 행복주택, 주거복지 로드맵 등의 공공주택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정책은 결국 국민이 하는 것이다. 희망하는 입지와 주택 형태를 정부와 지자체에 구체적으로 제안하자. 우리와 우리 이웃들이 거주할 주택이기 때문이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부동산 팟캐스트 1위 ‘부동산 클라우드’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자의 지도, 다시 쓰는 택리지’(2016) ‘흔들리지 마라 집 살 기회 온다’(2015)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4)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가 있다. 

 

※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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