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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데이] '영원한 테스' 게르만 미녀의 상징, 나스타샤 킨스키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에 야성적 분위기까지…'테스' 연기·외모 지금도 회자

2018.05.03(Thu) 11:36:24

[비즈한국] 피비 케이츠, 브룩 실즈, 소피 마르소(나이 순)는 두말할 필요 없는 1980년대 ‘책받침 여신’들로 그 시절 국내외에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2%쯤 앞선 세대인 나스타샤 킨스키는 이들에게 볼 수 없는 금발벽안과 시원시원하고 큼직큼직한 이목구비를 가진 게르만족 벡인 미녀의 상징으로 군림했었다. 

 

나스타샤 킨스키가 조금만 늦게 태어났고 성인물이 아닌 청춘물 위주로 필모그라피를 쌓았다면 ‘책받침 여신’의 판도는 어떻게 변했을까. 

 

영화 ‘테스’ 스틸 컷.


나스타샤 킨스키는 독일의 전설적 명배우 클라우스 킨스키와 그의 두 번째 부인인 루트 토키 사이에서 1961년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났다. 루트 토키가 나스타샤를 낳은 나이는 불과 16세였다.

 

나스타샤 킨스키의 눈부신 미모는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지만, 아버지로부터 금발과 푸른 눈, 야성적인 분위기까지 물려받아 그녀만의 독특한 아우라를 완성했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나스타샤 킨스키는 서슬라브계인 폴란드인의 피가 4분의 1 정도 흐른다. 클라우스 킨스키의 아버지가 폴란드인이었기 때문이다. 

 

클라우스 킨스키와 루트 토키는 나스타샤 킨스키가 10세 때 이혼했다. 나스타샤 킨스키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따라 유럽 각지를 돌아다닌 덕분에 모국어인 독일어를 포함해 5개 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다고 한다. 

 

 

클라우스 킨스키는 1926년 독일과 폴란드의 접경지역인 단치히 조포트(현재 폴란드 땅)에서 폴란드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클라우스 킨스키는 세 명의 부인에게서 각각 폴라, 나스타샤, 니콜라이 삼 남매를 두었다. 삼남매는 ​현재 모두 배우로 활동한다. ​

 

클라우스 킨스키는 현역 시절 광기 넘치는 연기로 유명했는데, 딸인 폴라와 나스타샤에 따르면 극 중 괴팍한 ​모습과 아버지의 ​​실생활상의 모습은 그대로 일치했다고 한다. 그러기에 아버지가 연기의 천재라는 외부의 평가에 대해 딸들은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과 청년 초반기를 ​매우 힘들게 ​보낸 클라우스 킨스키는 배우로 성공한 이후 방탕한 생활과 여성 편력을 이어갔다. 첫 딸인 폴라 킨스키는 아버지가 어린 시절 자신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해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영화 ‘캣 피플’ 스틸 컷.

 

나스타샤 킨스키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엄청난 남성 편력을 자랑했다. 그녀가 연애한 남성들은 나이, 국적, 인종을 불문했다. 아버지뻘인 ‘테스’ 감독 로만 폴란스키, ‘아마데우스’ 감독으로 유명한 밀로스 포먼,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미남배우 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 등과 연애했다. 영국의 뉴웨이브 뮤직 그룹 듀란듀란의 존 테일러, 프랑스 배우 제라르 드파르듀 등과도 한동안 만났고 몇 해 전 한국계 미국 배우 릭 윤과도 잠시 사귀었다.

 

나스타샤 킨스키도 아버지와 반대로 아빠가 다른 삼 남매를 두었다. 첫째는 이탈리아 배우 빈센트 스파노와의 사이에서 1984년 태어난 아들 알조샤였다. 이후 이집트인 보석상이자 영화 제작자인 이브라힘 무사와 정식 결혼해 1986년 딸 소냐 킨스키를 낳았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마이클 잭슨의 음반 ‘​스릴러(Thriller)’​를 제작한 흑인 음악 프로듀서인 퀸시 존스와 동거하면서 1993년 케냐 킨스키 존스를 낳았다. 

 

소냐와 케냐는 피부색은 다르지만 어머니로 물려받은 우월한 미모로 모델 겸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아버지인 클라우스 킨스키와 달리 나스타샤 킨스키는 삼 남매를 끔찍하게 아끼는 좋은 엄마로 알려져 있다.

 

나스타샤 킨스키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부터 모델로 시작해 엔터테인먼트 세계에 발을 디뎠으며 ‘빗나간 행동’(FalscheBewegung, 1975)으로 영화에 데뷔했다. 할리우드 데뷔작은 리처드 위드마크, 크리스토퍼 리 등과 출연한 ‘악마의 딸에게’(To the Devil a Daughter, 1976)이다.  

 

영화 ‘파리 텍사스’ 스틸 컷.

 

나스타샤 킨스키는 ‘패션 플라워 호텔’(Leidenschaftliche Blümchen, 1978)에서 도라 역으로 출연해 유럽의 청춘스타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패션 플라워라는 장소를 만들어 남학생과 여학생 나눠진 클럽이 서로 질세라 자유분방한 행동을 하지만 학교 당국으로부터 추궁을 당하고 유쾌한 결말로 마무리되는 성장영화였다. 프랑스 영화 음악의 거장 프란시스 레이가 맡은 영화 음악도 대단히 유행했다. 

 

이후 나스타샤 킨스키는 십 대의 마지막 시절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 출세작 ‘테스’(Tess, 1979)에 출연했다. 

 

‘테스’는 영·미 사회에서 비련의 여인을 상징하는 대명사로 쓰인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작가 토머스 하디가 1891년 마무리한 ‘더버빌 가의 테스’​(Tess of the D’​Urbervilles)​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은 이 작품 말고 더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테스’는 그 강렬함으로 인해  나스타샤 킨스키 주연 작품으로 각인돼 있다.

 

폴란드계 유대인 출신의 명장 로만 폴란스키가 메가폰을 잡은 ‘테스’에서 타이틀 롤을 맡은 나스타샤 킨스키의 십대 후반의 눈부신 미모와 뛰어난 연기는 지금도 회자된다. 

 

테스는 여자에게만 순결을 원하는 억압적인 사회에서 거듭되는 비운에 부딪히는 테레사(테스)가 비극적인 종말을 맞는 모습을 그린다.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다. 존 더버필드의 딸 테스는 아름다운 처녀다. 어느 날 자기 집안이 사실은 옛날의 명문가인 더버빌의 후손임을 알게 된 아버지 존은 테스를 친척뻘인 ​부유한 ​알렉 더버빌의 집으로 보낸다. 그러나 테스는 친절을 무기로 검은 뱃심을 감추고 접근하는 알렉에게 겁탈을 당해 임신을 하고 사생아를 낳지만 아이는 곧 죽고 만다. 

 

생계를 위해 어느 목장의 일을 하게 된 테스는 그곳에서 에인젤을 만나 결혼한다. 하지만 에인젤은 자신의 과거는 문제 삼지 않으면서 알렉과 있었던 일을 고백한 테스에게 분노해 외국으로 떠난다.

 

이런 와중에 아버지인 존 더버필드가 죽고 테스의 가족은 생계마저 어려워진다. 테스는 다시 그녀에게 손을 내민 알렉의 호의에 마지못해 손을 잡지만 뒤늦게 에인젤이 돌아와 사죄하자 절망에 휩싸이고 사고로 알렉을 죽인다. 테스는 돌아온 에인젤에게 “왜 이제 왔어요. 너무 늦었어요”라고 하소연한다. 

 

끝내 사형을 선고받은 태스는 사형 집행 전 며칠간 에인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로만 폴란스키는 암울하고 무거운 원작에 비해 비교적 밝게 ‘테스’를 연출하고자 노력했다. 여기에 나스타샤 킨스키라는 보물은 출연 당시 그녀의 나이를 무색하게 할 만큼 성숙한 모습과 연기로 관객의 몰입을 극대화시켰다. 

 

‘테스’는 1980년 프랑스 세자르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을 수상했다. 198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 영화는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촬영상, 의상상, 미술상을 수샹했다. 같은 해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영화상과 함께 나스타샤 킨스키는 신인상을 수상했다. 

 

영화 ‘원 나잇 스탠드’ 스틸 컷.

 

‘테스’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나스타샤 킨스키는 ‘캣 피플’(Cat People, 1982)로 다시 화제를 일으켰다. 그녀는 이 영화에서 흥분하면 흑표범으로 변신해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인간 모습으로 돌아올 수 없는 고양잇과 표범 인간인 ‘​아이레나’​로 분했다. 나스타샤 킨스키는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의 전형적인 고양이상에 야성까지 뿜어져 나오는 신비스러운 미모였기에 출연부터 화제였다.

 

1942년작인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이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데다 원작과 상당히 내용이 달라, 많은 사람들에게 ‘캣 피플’은 나스타샤 킨스키의 주연 작품으로 기억된다. 

 

‘시계태엽 오렌지’(A Clockwork Orange, 1971)에서 신들린 연기로 유명한 성격파 배우 말콤 맥도웰이 아이레나의 오빠이자 종족 보존을 위해 그녀에게 근친상간을 요구하는 표범 인간 폴 역으로 출연했다. 말콤 맥도웰은 이 영화에서도 자신의 특기인 소름 끼치는 악역을 유감 없이 해냈다.

 

아이레나가 폴과 동물원 원장 올리버(존 허드 분)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영화는 서서히 파국적인 결말로 향해간다. ‘캣 피플’은 리처드 기어 주연의 ‘아메리칸 지골로’(American Gigolo, 1980)를 감독한 폴 슈레이더가 메가폰을 잡았다. 그는 자신의 장점을 살려 육감적인 연출에 몽환적이고 신비한 분위기까지 더해 ‘캣 피플’을 ​색다른 공포영화를 완성해냈다. 

 

 

칸 영화제 그랑프리인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파리 텍사스’(Paris, Texas, 1984)에서 나스타샤 킨스키는 황금색의 단발머리로 출연하는데 정말 아름답다. 이 영화 속의 파리는 프랑스 파리가 아니라 미국 텍사스주 한 시골마을의 실제 지명이다. 독일 출신의 감독 빔 벤더스가 할리우드 진출에 실패하고 유럽으로 돌아가 처음 연출한 이 작품은 가족의 상실과 복원의 과정을 그린 걸작 로드무비다.

 

​나스타샤 킨스키는 ​프랑스 영화 ‘사랑의 아픔’(Maladie D’​Amour, 1987)에서 불치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고 두 남자의 사랑에서 갈등하는 여주인공 줄리에트 역을 맡아 감성 연기의 진수를 보여줬다. ‘원 나잇 스탠드’(One Night Stand, 1997)에선 우연한 기회에 흑인 남성인 맥스(웨슬리 스나입스)와 하룻밤을 보내는 카렌 역으로 출연해 흑백 인종 간의 사랑으로 다시 한 번 화제를 모았다. 

 

2000년대 이후에는 과거와 같은 화제작에 출연한 적은 없지만, TV 등으로 영역을 넓혀 최근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50대 후반이 된 나스타샤 킨스키는 기품 있는 외모로 나이 들어가고 있다. 그녀의 얼굴에 생겨난 잔잔한 주름을 보면서 그녀의 젊은 시절을 스크린에서 목도했던 청춘들은 기성세대가 되어 버렸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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