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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부자들의 이유 있는 '부동산 사랑'

하락 리스크 작고 가격 침체기에도 활용도 높아…일반인들에겐 보금자리 역할

2018.05.07(Mon) 13:37:30

[비즈한국]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이 하루아침에 현재의 위상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니다.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부터 역사적으로 누적된 사회경제적 산물이다. 이러한 부동산을 경제행위의 결과가 아니라 단순히 ‘​집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대결 구도로 보거나, 부동산 경기를 단순하게 ‘상승, 하락 시장’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로 설명하려 하기도 한다.

 

부동산을 부자들만의 소유물로 보지 않으려면, 자신의 의지로 활용할 수 있는 보금자리로서의 부동산을 확보해야 한다. 사진=최준필 기자


이런 논리로 부동산시장을 분석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 부동산을 부자들만의 소유물로 보지 않으려면, 자신의 의지로 활용할 수 있는 보금자리로서의 부동산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시장을 다시 이해해야 한다. 부동산시장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경제적 지식이 많고 부동산 활용 능력이 있는 부자들의 인식과 행위를 먼저 알아야 한다.

 

KB금융연구소는 매년 부자 관련 경제 분석 보고서를 발표한다. 이름 하여 ‘한국 부자 보고서’다. 이에 따르면 한국 부자들의 자산 구성은, 부동산자산(주택·건물·상가·토지 등)이 52.2%, 금융자산이 44.2% 정도로 되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재산이 많은 부자일수록 부동산자산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대출이자가 낮아짐에 따라 대출을 활용해 부동산 비중을 더 높였던 특징도 찾아 볼 수 있다. 

 

같은 시기, 부자가 아닌 보통사람들은 불확실한 시장에서 가지고 있는 부동산을 팔거나 신규 매수 의향이 낮아졌다. 부자들은 일반인들과 다른 방향으로 불확실한 부동산시장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 다른 행태라고 한다면 부자들은 일반인들보다 더 부동산을 좋아한다고 확정적으로 말할 수 있다. 부자들은 왜 부동산을 좋아하는 것일까.

 

지난해 8월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행한 ‘2017 한국 부자 보고서’. 사진=KB금융지주

첫째, 부동산이 다른 자산보다 위험도가 낮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투자금 대비 단기간적으로는 자산 하락이 발생할 수는 있어도 부동산이라는 실물은 남는다. ‘묻지마’ 주식 투자처럼 휴지조각이 되는 경우는 없다.

 

둘째, 다른 자산과 대비해 더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장했기 때문이다. 몇 년을 사이클로 오르내리기를 반복했지만, 장기적 그래프로 보면 부동산 가격은 상향곡선을 그려왔다. 주식처럼 단기 매매를 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중장기 투자자들은 이익을 보아온 것이다. 게다가 100% 자기자본 투자가 아닌 레버리지(금융대출)를 통해 부동산 투자를 하는 경우, 자기자본수익률에서 부동산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투자 상품은 없다고 할 수 있다.

 

기타 이유로, 상속·증여형 부자들을 제외하고, 자수성가형 부자들 중 사업의 성공으로 부자가 된 경우도 거의 대부분 부동산자산을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도 부자들이 부동산을 선호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사업체 운영으로 부자가 된 경우나 상속·증여에 의한 부자들 역시 실질적인 부의 본질은 상당 비율이 부동산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결국 부동산은 소유만으로도 어떤 경제적 투자상품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부자들에게 안겨주었다. 시세가 오르면 시세 차익으로, 부동산 침체기에는 월세 등 임대료로 꾸준히 수익을 만들어 내는 전천후 효자 자산이었다.

 

또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부동산은 빛을 발한다. 현금 가치가 급감하는 인플레이션 시장에서도 가치를 확실하게 헤지(위험 분산)할 수 있다.

 

다른 자산이나 경제활동 중에 부동산과 경쟁이 될 만한 자산 축적 수단이 있는가? 금융상품 중에는 경쟁이 될 만한 상품이 없고, 금 정도의 현물자산이 장기적인 차원에서 비교할 수 있을 정도다.

 

부동산은 부자들의 은퇴 수단으로도 활용도가 높다. ‘한국 부자 보고서’에 의하면 일반가구에서는 은퇴자금으로 연금과 예금을 주로 준비하는 반면, 부자는 예금 이외에 부동산에 큰 비중을 둔다. 부동산에 대한 두 계층의 시선이 나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서도 적용된다. 

 

이 점은 주식·채권 비중이 높은 서양 부자들과도 다르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한국 부동산은 역사적으로 누적된 자산으로서의 가치 때문에 그만의 존재감을 갖고 있다.

 

부동산 투자자에게 부동산은 자산가치 하락을 방지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부동산이 오르지 않는 시기에는 전세로 임대를 활용한다. 부동산 시세 상승의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려는 비율이 증가할 것이다. 부동산 소유주는 부동산을 활용할 다양한 방법이 많다. 

 

결국 무주택자가 선호하는 전세는 줄고 월세가 증가하면 오히려 부동산 임차인(세입자)보다 임대인(지주·건물주)에게 더 유리한 시장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부동산의 소유 비중이 높은 한국 부자들의 자산 구조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부자의 이러한 부동산에 대한 선호는, 부동산 소유층과 비소유층의 대립 구도로 시장을 양분하게 만들었다. 정부는 이들 두 집단의 눈치를 보며 양쪽의 입장을 모두 고려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하므로, 대부분의 부동산 정책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부자들에게도, 부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부동산은 매우 중요한 대상이다. 부자들에게는 자신을 유지하고 증식시켜주는 대상으로, 부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삶의 보금자리로서 그렇다. 이 두 역할을 모두 인정하는 형태로 부동산이 존재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 부동산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부자들은 부동산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 정정당당하게 세금을 내는 구조로 가야하고, 그 세금으로 국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공공주택을 제공해야 한다. 부동산에서 걷은 세금이 구체적으로 어떤 공공주택을 건설하는데 쓰이는지 확실하게 공개한다면 세금을 낸 부자들도, 공공주택으로 혜택을 받는 일반인들도 모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이상적인 부동산시장의 모습이 아닐까.​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부동산 팟캐스트 1위 ‘부동산 클라우드’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자의 지도, 다시 쓰는 택리지’(2016) ‘흔들리지 마라 집 살 기회 온다’(2015)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4)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가 있다. 

 

※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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