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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불패의 조정 혹은 붕괴의 시작, 강남 부동산은 지금

단기적 하락세만으로는 판단 어려워…전문가들 반응도 엇갈려

2018.06.05(Tue) 13:57:48

[비즈한국] 서울 송파구에 아파트를 보유한 정 아무개 씨(65)는 요즘 부동산 시세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집주인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소식들이 들려와서다. 하지만 정 씨는 시큰둥하다. 그는 “올해 초부터 시세를 봤는데, 딱히 걱정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에 거주하는 최 아무개 씨(58)는 강남에 집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기약 없이 미루기로 했다. 최 씨는 “나름 준비도 됐고 시장 흐름도 곧 괜찮아질 것으로 전망했는데, 여전히 벽이 높다. 앞으로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다”고 푸념했다.​

 

강남 집값이 하락세로 접어들었다는 보도가 연일 쏟아지지만, 시장에선 전혀 체감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실제 거래 가격 변동을 되짚어보면 오히려 집값이 올라서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인해 강남 집값이 조만간 잡힐 것이란 전망과 폭등에 따른 조정 과정일 뿐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엇갈린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경. 지난 5월부터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들었지만 최근 수년간 집값이 급등한 탓에 시장에선 체감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고성준 기자

 

한국감정원의 ‘5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 주택 매매가는 -0.03%를 기록했다. 올해 2월 0.20%, 3월 0.12%, 4월 0.06%로 상승세가 줄더니, 5월 초부터 마이너스로 들어섰다. 거침없이 치솟던 집값이 57개월 만에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강남4구는 하락폭이 가장 크다. 송파구(-0.16%) 강남구(-0.14%), 서초구(-0.06%), 강동구(-0.04%)를 기록했다. 

 

하지만 앞서의 집주인 정 씨와 수요자 최 씨의 반응은 시장 상황과 정반대다. ‘강남불패’가 드디어 깨졌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강남 집값이 하락세로 접어들었고, 정 씨가 집을 보유한 송파구는 지난 5월 한 달 동안 집값이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이다. 그러나 정 씨와 최 씨는 “전혀 체감을 못하겠다”고 입을 모은다.

 

강남 공인중개사들과 일부 집주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강남 집주인들은 보유한 부동산으로 여전히 ‘돈’을 벌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 말까지 서울 25개 자치구별 매매가 상승률이 높았던 상위 5개구에 강동구(10.92%), 송파구(10.11%)가 이름을 올렸다. 지난 5월 하락폭을 반영해도 강남 집값은 계속 급등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송파구는 강남4구 가운데 가장 집값이 요동치는 지역이다. 오는 연말 입주를 앞둔 매머드급 재건축 단지 ‘헬리오시티’ 때문이다. 총 9510가구가 올해 입주하는 만큼 최근 집값 하락폭이 가장 컸다. 

 

하지만 송파구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잠실주공5단지의 지난 1년 거래 가격은 정반대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등에 따르면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76.5㎡는 지난해 5월 14억 4000만 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1월 최대 19억 원을 기록했다. 최근 17억 5000만 원으로 내려왔는데도 1년 전과 비교하면 3억 원 올랐다.

 

재건축과 관련 없는 주변 집값도 모두 올랐다. 잠실 ‘리센츠’와 ‘엘스’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5월 11억~14억 원선에서 거래됐지만 올해 15억 원~17억 원선에서 거래됐다. 적게는 3억 원, 많게는 5억 원까지 올랐다. 

 

한 증권사 부동산 연구원은 “강남 4구 집값 상승폭은 범위를 넓히면 더 커진다. 최근 3년간 서초구와 강동구, 송파구 집값은 15%가량, 강남구는 21.45% 올랐다”며 “100만 원 올랐는데 1000원 떨어진 셈이라, 집값이 떨어졌다고 체감하기 힘든 수준이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의 반응 역시 엇갈린다. 집값 하락세가 이제 막 시작된 만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먼저다. 앞서의 증권사 부동산 연구원은 “송파구를 비롯한 강남 지역 집값은 정부 부동산 규제와 6월 공개를 앞둔 보유세 인상안 등으로 인해 더 오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단정할 순 없지만 가격이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최근 수년간 가격이 크게 오른 만큼 조정 기간은 길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대로 집값 하락세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뚜렷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른 증권사 부동산 연구원은 “집주인과 수요자들이 시장 흐름을 지켜보고 있다. 최근 집값 하락, ‘거래 절벽’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라면서도 “정부 부동산 정책이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이어질 예정인 만큼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강남 지역 부동산의 수요층이 두껍고, 투자 가치가 높다는 점이 쉽게 바뀌지 않아 당분간 위축된다 하더라도 가격이 고꾸라질 정도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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