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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홈퍼니싱 강자' 한샘 최양하 vs 현대리바트 김화응

압도적 1위 한샘 해외진출, 2위 현대리바트 독점계약으로 폭발적 성장세 경쟁 가속도

2018.06.07(Thu) 15:20:51

[비즈한국] 지속되는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요즘 업황이 좋다”는 말이 나오는 업계가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바로 ‘홈퍼니싱’​이다. 홈퍼니싱은 집을 의미하는 ‘홈(Home)’과 가구 또는 꾸민다는 뜻의 ‘퍼니싱(Furnishing)’을 합친 단어다. 가구, 조명, 인테리어, 생활소품 등 주거 환경과 관련된 모든 분야를 포함한다. 

 

홈퍼니싱 시장은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는 한 국가가 선진국 반열에 오르는 기준인 동시에, 소비 트렌드가 획기적으로 바뀌는 지점으로 꼽힌다. 입고 먹는 소비 중심에서 삶의 질을 올리는 데 중점을 두는 소비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이다. 지난해 말 국회예산정책처는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올해 3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소득이 늘면 승마나 해양스포츠 등 고급 레저 스포츠 수요가 늘고 의식주의 마지막 단계인 주거 공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다는 것이 홈퍼니싱 업계의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도 1992년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들어선 직후 10여 년간 정원 가꾸기 용품이나 유럽식 인테리어 상품 등을 포함한 홈퍼니싱 산업이 두 자릿수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1인 가구 증가로 탄생한 ‘휘게(Hygge, 편안함, 따뜻함, 아늑함, 안락함을 뜻하는 덴마크어)’​나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면서 소비하는 태도)’​ 등 새로운 생활방식은 홈퍼니싱 시장 성장에 가속도를 붙였다. 이제 소비자들은 편의점에서 파는 간편식도 예쁜 그릇에 담아 먹고, 전세나 월세를 살아도 ‘나의 공간’만큼은 멋지게 꾸민다.

 

향후 ‘포미(For-me)족’이 소비 시장의 대세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홈퍼니싱 성장세는 더욱 도드라질 전망이다. 포미족은 주거공간을 중심으로 건강과 여가생활, 자기계발에 돈을 아끼지 않는 소비자들을 말한다. 건강(For health), 여가(Recreation), 편의(More convenient), 고가(Expensive)의 약자를 딴 신조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7조 원 수준이었던 국내 홈퍼니싱 시장 규모는 올해 13조 원, 2023년에는 18조 원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여기에 내년까지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2000년 이후 최대치인 데다 최근 온라인에서도 홈퍼니싱 제품 매출이 수직 상승하면서 유통가에선 홈퍼니싱 시장을 ‘몇 안 남은 블루오션’으로 꼽기도 한다. 

 

# ‘유통 공룡​들의 격전지, 홈퍼니싱 시장

 

장밋빛 전망과 더불어 국내 홈퍼니싱 시장 주도권을 놓고 기존 가구업체뿐만 아니라 현대, 롯데, 신세계 등 대형 백화점들이 잇따라 경쟁에 뛰어들면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대형 가구업체와 백화점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2년 ‘리바트’를 인수해 대형 백화점 가운데 가장 먼저 시장에 진출했다. 홈퍼니싱 계열사가 없는 롯데는 국내 진출 1년 만에 단 한 곳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3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한 ‘이케아’를 롯데아울렛에 입점시켰다. 그동안 홈퍼니싱 시장에서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던 신세계는 최근 ‘까사미아’를 인수한 뒤 백화점 유통망을 등에 업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그 밖에 의류 브랜드로 더 잘 알려진 ‘자라’나 ‘H&M’은 물론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인양품’, 중국 ‘미니소’도 국내 업체들과 경쟁 중이다.

 

최양하 한샘 회장(왼쪽)과 김화응 현대리바트 대표이사. 사진=최준필 기자·현대리바트


이 가운데 독보적인 선두 업체는 한샘이다. 지난해 국내 가구 업계 ‘꿈의 매출액’인 2조 원을 돌파했다. 2013년 매출 1조 원을 넘어선 지 4년 만이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한샘은 2001년 2분기 이후 최근까지 71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토종 가구 업체인 한샘은 가구와 인테리어 등의 경험을 토대로 홈퍼니싱 시장에서 경쟁 업체를 압도하고 있다.  

 

업계 2위는 현대리바트다. 지난해 매출액(8884억 원)에선 1위 한샘과 2배 이상 차이가 나지만, 성장세가 가파르다. 시장 진출 첫해인 2012년과 비교하면 매출액(4852억 원)은 2배 가까이 늘었고, 영업이익은 29억 원에서 493억 원으로 15배 이상 늘었다. 현대리바트는 3위인 ‘가구 공룡’ 이케아의 추격에 바짝 쫓기는 가운데, 최근 인수 합병을 통해 몸집을 크게 불리는 등의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 “중국 시장까지 욕심 내는 공고한 1위” 최양하 한샘 회장

 

한샘은 국내 최장수 CEO(최고경영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최양하 회장이 이끌고 있다. 최 회장은 1994년 한샘 수장에 오른 뒤 25년 동안 그 자리를 맡고 있다. 1973년 매출 1000억 원대 기업 대우중공업에 입사했지만 매출 15억 원대이​던 한샘으로 자리를 옮겨 영업사원으로 시작해 대표이사까지 올랐다. 최 회장 선임 이후 한샘은 국내 가구 업계 최초로 매출 2조 원을 돌파했고, 현재 전국 300여 개 대리점과 50여 개에 달하는 중·대형 전시장, 매출 2000억 원에 달하는 온라인 유통채널 ‘한샘몰’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한샘 관계자들은 최 회장의 장수 비결로 ‘공간을 판매한다’는 전략을 꼽는다. 가구를 단품으로 판매하는 게 아닌 부엌, 거실, 침실 등 공간 단위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한샘의 한 관계자는 “공간 판매 전략은 한샘의 자부심이다. 백화점이나 가구 전시장을 보면 공간 단위로 제품들이 전시돼 있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 방식을 한샘이 가장 먼저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최양하 한샘 회장은 올해 초 본격적인 중국 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사진=최준필 기자


위기 때마다 공격적으로 새 수익원을 찾는 점도 최 회장의 경영 차별화 포인트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투자를 줄이지 않고 주방가구에 치중된 기존 사업 구조를 거실, 욕실 등으로 확대했다. 한샘의 첫 대형 직영 매장도 같은 해 문을 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인테리어 브랜드를 대폭 늘렸고, 이케아가 국내에 진출한 2014년엔 권영걸 전 서울시 디자인서울 총괄본부장을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사장으로 영입해 차별화했다.

 

최 회장은 올해 새로운 확장 전략을 꺼내들었다. 바로 중국시장 도전이다.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사업을 전방위로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올해 신년사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 등에서 “한샘의 미래는 중국에 달려 있다”며 “준비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 중국 시장 공략으로 10조 원 이상의 매출을 목표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중국 홈퍼니싱 시장 규모를 740조 원으로 분석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중국에 진출하면 해외 유명 업체들과 더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지만, 포화 상태가 가까워진 국내보다 기회가 많은 건 사실”이라며 “어떤 형태로든 자리를 잡으면 실적은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홈퍼니싱 시장 특성상 ‘공간을 파는’ 한샘의 노하우는 통할 가능성이 높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은 신규 아파트 분양 과정에서 입주자가 가구와 인테리어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한샘은 지난해 7월 중국 상하이 창닝구에 1만 3000㎡(약 3500평) 규모의 직영점 등을 열어 시공 서비스와 인테리어, 가구를 결합한 전략을 무기로 삼고 있다. 

 

그 밖에 최 회장은 국내 시장 대응 전략으로 ‘리모델링’에 집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부동산 규제 등과 국토교통부의 안전진단 강화로 노후주택 재건축이 미뤄지는 추세다. 한샘은 기약 없는 재건축 대신 수리나 인테리어 등 리모델링으로 수요를 전환하려는 전략도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일단 국내 시장부터 잡는다김화응 ​현대리바트 대표

 

현대리바트는 김화응 대표가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현대백화점그룹에서 30여 년 동안 근무한 ‘현대맨’이다. 현대H&S 대표를 거쳐 2014년부터 현대리바트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재선임이 결정돼 임기를 2020년까지 보장받았다.

 

김 대표는 해외에 진출한 한샘과 달리 국내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미국 홈퍼니싱 기업 윌리엄스 소노마와 국내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대표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프랜차이즈 계약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윌리엄스 소노마는 연 매출만 5조 원에 이른다. 저가 가구와 생활용품이 중심인 이케아와 달리 프리미엄가구부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챙길 수 있는 품목을 구성하는 게 김 대표의 전략이다. 현대리바트는 지난해 말, 2021년까지 윌리엄스 소노마 누적 매출 4000억 원 목표를 내놨다. 이를 위해 올해 초 서울과 분당, 판교 등에 매장 오픈을 시작으로 지방 광역 상권 직영 전시장에도 윌리엄스 소노마를 입점시킬 계획이다. 

 

김화응 현대리바트 대표는 국내 시장 집중 전략과 동시에 몸집을 크게 불리면서 업계 1위 한샘의 뒤를 바짝 좇고 있다. 사진=현대리바트

 

현대리바트는 지난해 9월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현대H&S와 합병하면서 몸집도 크게 불렸다. 2009년 현대그린푸드에서 분할한 현대H&S는 산업자재, 건설자재를 유통한다. 설립 이후 연평균 18%대 성장을 보였다. 증권가에선 현대리바트가 합병을 통해 B2B(기업 간 거래) 건자재 매출 확대와 함께 B2C(소비자 판매) 사업에서도 가격 경쟁력이 개선될 것으로 분석한다.

 

실제 현대H&S를 품은 현대리바트는 연 매출액 약 1조 3000억 원, 영업이익 530억 원 규모로 외형을 확장했다. 지난해 현대리바트 매출액 기준으로 두 배 가까운 성장효과다. 업계 1위 한샘을 바짝 추격하게 되면서 국내 홈퍼니싱 시장은 한샘-현대리바트 양강 체제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김 대표는 당장 새로운 통합 브랜드를 내놓기보다 현대리바트-현대H&S의 ‘교통정리’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리적, 화학적으로 합병이 완성된 이후 세부 전략을 수립하는 방식이다. 

 

다만 현대리바트가 국내 시장에 집중하는 데엔 위험요소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홈퍼니싱 사업은 부동산 경기에 직접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정부 부동산 규제 등으로 인해 최근 부동산 거래가 위축됐다는 점에서 현대리바트의 국내 시장 집중 전략은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한샘 역시 해외 진출에 위험 요소가 존재한다. 국내 시장에 집중하는 현대리바트가 어떻게 차별화하느냐가 관건”이라며 “현대H&S가 건부자재 공급 네트워크 등을 보유하고 있어 현대리바트의 B2B 사업 경쟁력이 높아졌다. 두 기업의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는 금방 나올 것이다. 현대H&S의 해외시장 거래처 등을 토대로 향후 현대리바트도 해외 진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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