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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포스트 북미정상회담, 우리 군에게 남겨진 숙제 셋

대량살상무기 감시장비 확충, 지상군 고속화, 원정훈련 활성화해야

2018.06.14(Thu) 21:42:48

[비즈한국] ‘늙다리 미치광이’와 ‘로켓맨’의 만남.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는 세계 최강국과 세계 최빈국의 두 통수권자가 악수를 나눴다. 2016년 북한의 계속된 핵·미사일 실험과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말 폭탄’은 북한과 미국 사이의 긴장을 최고조로 높였고, 전문가들은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이후 미국과 북한의 분쟁 위험이 최고조로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한미 합동훈련을 통한 무력시위뿐만 아니라, 미국 본토와 태평양에서 B-2 스텔스 폭격기 및 원자력 잠수함 등 독자적인 북한 공격훈련을 수차례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부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공격을 위해 주한미군 가족들을 한국에 입국을 막으려 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정말로 북한과 미국 그리고 대한민국 사이에서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었던 시기가 지난 2년이었다고 할 수 있다.

 

북미정상회담으로 바뀐 안보환경에 대응해 우리 군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에서 바라본 프레스센터 전광판. 왼쪽에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동상, 그 뒤로 청와대가 보인다. 사진=최준필 기자


하지만 평창 동계올림픽에 파견된 북한 특사단의 방문과 친서 교환 그리고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거쳐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됐다. 12일 하루 동안의 짧은 만남 이후 두 정상은 새로운 북미관계를 선언하며 미국과 북한 간 평화체제 구축, 북한의 미군 유해를 송환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합의문을 발표했다.

 

북미정상회담의 합의문 자체가 구체적인 행동과 방안이 포함된 것이 아닌 이른바 ‘포괄적 합의’이기에 앞으로 북미관계와 한반도 비핵화의 방향을 가늠하기란 아직 쉽지 않다.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일명 ‘판문점 선언’을 계승하겠다는 합의문만으로는 북한이 핵무기를 언제, 몇 개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폐기할지, 폐기하는 대가로 미국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에 대한 내용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 

 

이에 북미회담의 성과와 북한의 비핵화 전망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거꾸로 북핵에 대한 폐기조치가 진행되기 전까지, 북한에 대해서 어떤 제재 완화나 지원조치가 약속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두 정상이 만났을 뿐, 어떻게 주고받을지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사실상 없다. 

 

코브라 골드 훈련에서 미국 및 연합군과 훈련 중인 한국 해병대. 사진=Pacom.mil


다만 군사적인 부분에서는 중요한 내용이 언급됐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 기간 동안은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트럼프의 깜짝 선언 이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미 공화당 의원들과의 오찬에서 한미연합훈련 중 ‘키 리졸브’와 ‘을지 프리덤 가디언’을 북핵 폐기 협상 중에는 중단한다고, 좀 더 디테일한 내용으로 설명했다.

 

그렇다면 북미정상회담 결과 우리의 국방 상황에 어떠한 변화가 올까. 14일 한중일 외무장관 회담, 기타 실무자 회의가 상당부분 진행되어도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바뀐다는 내용을 접하는 데에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북미정상회담으로 바뀐 안보환경에 대응해 우리가 준비해야 할 세 가지 내용을 감히 제안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필요한 것은 대량살상무기 감시를 위한 장비의 확충이다. 무엇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논의가 없다고 해도 북한이 핵무기에 대한 폐기를 천명하고 미국이 그것을 검증할 것임을 확인했다. 따라서 핵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의 사용과 은닉을 탐지하고 북한의 협조 하에 핵무기를 해체할 인력과 장비가 필요하다. 최근 10년여 동안 한국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대응하기 위해 대량살상무기 확보, 무력화, 불능화를 위한 부대를 화생방사령부 예하에 설치하고 주한미군의 제23 화학대대와 함께 제거 훈련을 진행했다.  

 

훈련 중인 주한미군 제 23화학대대의 모습. 사진=atimes


이미 위치가 확인된 대량살상무기를 불능화하는 것과 함께 핵물질, 핵탄두, 미사일 관련 시설이 있는지 찾아내는 기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북한의 핵무기 사용 감시를 위해 WC-135와 같은 항공기 혹은 인력을 이용해서 북한의 핵실험 규모와 폭발의 특징을 알아내는데 주목했다면, 앞으로는 핵실험이 중단된 시점에서 북한의 군수산업 동향과 지하시설물에서 흘러나오는 물질을 분석하기 위한 초분광 센서, 24시간 북한 중요 시설 감시를 위한 소형 군집 위성군 등의 장비로 북한이 핵무기 감축을 올바르게 시행하고 있는지 감시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지상군의 신속전개능력 확충을 위한 ‘고속화’다. 앞선 칼럼에서 짧게 설명한 것처럼, 북한이 판문점 선언과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선언한 만큼, 북한의 정세는 그만큼 불안정해질 수 있다. 

 

만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강력한 의지로 비핵화를 추진, 진정성 있는 핵 포기를 이루어낸다면 자연스럽게 북한 내부에 이에 대한 반대 여론 혹은 정변이나 쿠데타 시도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김정은 혹은 북한 지도부가 이미 동의한 핵물질과 핵탄두 제거를 피하기 위해서 갑작스러운 군사작전으로 핵 폐기 절차를 방해하거나 중단할 수도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공수사단과 참수부대인데, 현재 계획으로는 공수사단과 참수부대가 충분한 병력과 장비를 지원하는 것은 어려움이 크다. 헬기나 수송기로 운반 가능한 장비의 무게나 크기는 정해져 있어서 포병 화력을 위한 다연장로켓이나 야포, 전술 미사일, 기갑장비의 수송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전투지속을 위한 물자와 탄약의 보급이다. 공수사단의 경우 물자보급이 쉽사리 차단될 수 있어, 많은 실전에서 공수부대원이 고립돼 실패한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공수사단의 육성만큼이나 공수사단 후속으로 진입해 전과를 확대하고 보급선을 확보할 부대의 기동성도 매우 중요하다.

 

만약 북한이 정상적으로 비핵화를 이행하고 남북한 교류가 진행되면서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대응임무를 맡게 된다면 무인화 지상차량을 중심으로 한 고속기동부대를 운용하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 

 

러시아의 중장갑 무인전투차량 URAN-9. 사진=The National Interest


무인전투차량을 사용해서 진격로의 위협을 정리하고 무인수송트럭을 통해서 보급품을 수송한 다음 고성능 무장과 방어장비를 갖춘 차세대 차륜형 장갑차와 조합한다면 북한의 방어선을 가장 빠르게 뚫을 수 있다. 그러면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항공기로 공수사단과 참수부대와 만나 재보급을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리라 본다.

 

러시아는 이미 시리아 전선에서 기관포와 미사일로 중무장한 무인전투차량을 투입해 성능을 검증 중이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무인 보급수송 트럭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진행 중임으로 불가능한 목표는 아닐 것이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육·해·공군을 막론한 대규모 원정훈련의 활성화다. 한반도 전개 합동훈련을 장기적으로 감축 혹은 축소시키고 싶은 미국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미군을 한반도에 불러오는 것만큼이나 우리가 세계 곳곳에서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과 공동훈련을 할 역량을 키워야 한다. 

 

알래스카 레드 플래그 훈련에 투입중인 한국 공군 F-15K. 사진=pacaf.af.mil


현재 한국군의 경우 해군의 ‘림팩’, 공군의 ‘레드 플래그’, 해병대의 ‘코브라 골드’ 훈련 등 세계 곳곳에서 원정훈련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를 더욱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가령 싱가포르군의 경우에는 자국 영토와 영공이 좁다는 이유로 미국 본토에 전투 비행대를 상시배치하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해외 기지에 우리 공군이 전개해 작은 규모라도 지속적으로 합동 훈련을 하고 미 해병대의 주둔지에 정기 파견되는 해병부대를 창설, 지속적으로 협동하고 정보교류를 하는 장을 마련해 보는 방안은 해외 파병부대의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트럼프 행정부에게도 환영받을 수 있을 것이다. 

 

북한 비핵화의 길은 너무 머나먼 길이고, 그 길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잘 되길 바라지만 최악의 경우에도 대비해야하는 것이 바로 군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 한다. 우리 군이 변화하는 안보환경에 맞춰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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