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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법] 검경 수사권 조정안 넘겨받은 국회가 꼭 해야 할 일

밥그릇싸움이 아니라 인권보장과 실체적 진실 발견에 초점을

2018.06.25(Mon) 06:55:59

[비즈한국] 2011년 7월 이명박 대통령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하던 중에 김준규 검찰총장이 법으로 보장된 임기 2년을 채우지 않고 사퇴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검사의 수사지휘에 관한 구체사항을 법무부령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수정한 여야 절충안을 의결하고 국회 본회의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된 직후였다. 지난 20여 년간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갈등의 산물로서 발생한 대표적인 사건으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서명했다. 이 자리에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참석했다. ‘검찰 패싱’ 등 일부 논란은 있었지만 지난 수개월간 관계부처가 논의를 한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 검찰과 경찰의 주무부서 장관은 물론 민정수석도 함께한 만큼 정부는 이 문제를 일단락한 것으로 보인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앞줄 왼쪽)과 김부겸 행자부 장관이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경찰의 1차적 수사권 및 1차적 수사종결권 부여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뒷줄은 이낙연 국무총리(왼쪽)와 조국 민정수석. 사진=연합뉴스


검‧경 수사권 조정은 1997년 대선 때 김대중 대통령 후보가 ‘경찰 수사의 독자성 확보’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됐고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항상 논의된 과제다. 

 

현행 형사법체계상 검사는 수사‧공소‧공판 및 재판의 집행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단계의 형사절차에 관여하는 국가기관이다. 여기에 더해 영장청구권은 검사에게만 인정되고 사법경찰관의 모든 수사에 관하여 수사지휘를 하며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는 수사종결권도 검사만 가지고 있다. 그런데 검‧경 수사권 조정은 이와 같은 검사의 권한 중 일부를 빼앗아 사법경찰관에 주는 논의이다 보니 그동안 검찰의 반발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검찰 개혁의 단골 메뉴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검찰 인사제도 개혁과 달리 검‧경 수사권 조정은 국민이 고소를 하든지 당하든지 수사의 전 과정이 바뀌기에 국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따라서 일반 국민들이 정부안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도 너무나 당연하다.

 

우선 지난 20여 년간 뜨거운 감자였던 수사권 조정안을 검‧경 수뇌부의 공식적인 반발 없이 국민에게 전달된 것 자체는 정부의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된 만큼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정부안도 개선되어야 하는 점이 몇 가지 있으며 이는 장차 국회 입법 과정에서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

 

우선 당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사법경찰관의 1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 그리고 검사의 송치 전 수사지휘권 폐지다. 현재 실무에서는 대부분의 민생 사건들을 사법경찰관이 수사하며, 검사는 영장청구권 등을 무기로 뒤에서 수사지휘를 하고 있는데 이를 폐지한다는 것이다. 물론 보충적으로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 고소인 등의 이의신청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사법경찰관을 통제할 수는 있도록 했지만 이는 현장에서 작지 않은 변화를 일으킬 전망이다. 

 

일단 사법경찰관은 수사에 상당한 자율권을 갖게 된다. 경찰 수사 수준이 과거에 비해 월등히 좋아진 점에서 무리는 없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문제는 검사가 실제로 통제를 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제도적으로 수사지휘라는 통제기능을 폐지하는 것이 불편부당한 수사를 원하는 국민입장에서 반드시 좋은 것인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이는 검사가 경찰보다 청렴하고 능력이 월등하다는 전제가 아니라 ‘수사지휘’라는 감시와 견제시스템을 폐지하는 것에 대한 불신이다. 누군가가 감시하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은 전혀 다른 양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안 중 수사지휘권 폐지를 보충하는 검사의 보완수사요구와 고소인 등의 이의신청 이후의 절차에 대해 보다 세밀한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정부안은 검사의 1차적 직접수사권을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그 대상으로 부패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등 특수사건을 제시했다. 물론 지난 1년간 검찰이 보여준 ‘적폐 수사’ 성과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과거 정권에서 검찰이 국민에게 불신을 야기한 사건들이 주로 특수사건이었던 점(이명박 도곡동 땅 수사, 정윤회 문건 수사 등)을 상기하면 정부안은 다소 아쉽다. 

 

이 부분은 장차 공수처 설치를 통해 보완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모든 직접 수사는 사법경찰관이 담당하고 검사는 사법경찰관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준사법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에 부합한다고 생각된다.

 

이제 수사권 조정이라는 공은 국회에 던져졌다. 검‧경이라는 기관 간 밥그릇싸움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인권보장과 실체적 진실 발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입법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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