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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진 한장에 유아용품 스타트업 지른 '프로 육아러'

박성준 말랑하니 대표 '출생아용 디데이 달력' 대박…"육아에 지친 부모에게 휴식을"

2018.07.26(Thu) 18:05:50

[비즈한국] “사실 처음엔 신생아용 튜브에 딸린 사은품으로 만들었어요. 그렇게 반응이 좋을 줄 몰랐죠.” 유아생활용품 제조 스타트업 말랑하니가 만든 ‘출생아용 디데이(D-day) 달력’은 지난해 4만 개가 넘게 팔렸다. 2017년 태어난 새생명이 35만 7700명. 아홉 가정 중 한 가정은 직원 일곱 명인 스타트업이 만든 달력을 구매한 셈이다.

 

박성준 말랑하니 대표(37)가 디데이 달력을 만들게 된 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우연히 본 사진 한 장 때문. 사진 속 신생아는 유치원 선생님인 엄마가 종이를 잘라 직접 만든 ‘탄생 149일째 디데이달력’ 옆에서 곤히 자고 있었다.

 

11년 육아 경험을 살려 유아생활용품 스타트업에 도전한 박성준 말랑하니 대표. 우연히 만든 출생아용 디데이 달력이 작년 한 해 4만 개나 팔렸다. 사진=이종현 기자

 

“엄마들이 아이 사진을 다시 볼 때 언제 찍은 건지 헷갈려해요. 수험생 디데이 달력으로 아이 디데일 달력을 만들어서 사진 찍을 때 옆에 두고 쓴다는 걸 알게 됐죠. ‘내가 만들어보자’ 싶었어요.”

 

박 대표를 유아용품 제조 스타트업 창업으로 이끈 건 딸 셋 11년차 ‘프로 아빠’의 육아 경험이었다. 그는 24세 이른 나이에 결혼해 27세에 첫째를 낳았다. 결혼식을 올린 지 한 달 뒤 공군 부사관 직업군인이 됐다. 강원도 강릉공항과 원주공항에서 근무한 그는 매일 오후 5시 ‘칼퇴근’하며 자연스레 육아에 전념했다.

 

육아는 그가 해왔던 무엇보다 힘들었다. 조금이라도 쉬운 육아를 위해 꾀를 썼다. 실생활에 정말 필요한 ‘육아템’을 직접 만들어 쓰기 시작했다. 가장 처음 만든 육아템은 ‘넥타이 포대기’였다. 넥타이를 길게 늘어뜨려 아이를 안고 있는 팔에 부담을 줄여줬다. 

 

“당시 유아 아이디어 상품이 국내에 적었어요. 실제 육아에 필요한 제품은 엄마, 아빠가 가장 잘 알거든요. 그런 걸 직접 만들어서 쓰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일본이나 유럽 등 해외 아이디어 제품에 눈이 가더라고요. 그 시절부터 해외직구를 통해 유아용품을 이용했어요. 언젠가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제품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박성준 대표는 아빠로서 육아에 필요한 제품을 직접 만들어서 쓰던 것이 계기가 돼 창업에 이르렀다. 사진=이종현 기자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전역 후 홈쇼핑 상품기획팀장으로 4년간 재직하다 디스크를 얻었다. 정상적인 회사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사표를 냈다. 군 입대 전 인터넷 쇼핑몰을 창업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막연히 ‘장사’를 하고 싶었다.

 

그의 나이 21세 때였다. 바퀴 달린 신발을 신고 가는 아이를 발견했다. 신기해서 따라가 아이 아빠에게 물어봤더니 중국 보따리상을 통해서 구매해야 한다고 했다. 한 번에 400켤레를 사야 했다. 질렀다. 재고 처리를 위해 낮엔 문구점을 다니며 영업을 했고, 밤엔 대학가 앞에서 공연하며 신발을 팔았다. 장사가 잘됐다. 한 달도 안 돼 다 팔리고 남은 물건은 30켤레였다. 

 

우연히 도매업자가 30켤레를 모두 사겠다고 했다. 도매상에 갔다가 ‘새 세상’을 봤다. 눈에 들어오는 물건이 많았다. 그 길로 도매업자는 물건을 대고 박 대표는 인터넷을 통해 유통했다. 인터넷 쇼핑몰이라지만 별것 없었다. 빌린 디지털카메라로 사진 한 장 달랑 찍어 홈페이지에 올려둔 게 전부였다. 당시 그는 장사에 재미를 느꼈다. 

 

‘재미’로 시작했지만 제품을 향한 그의 고집은 대단하다. 달력 제조에 필요한 종이를 찾기 위해 부산 지역 공장을 100군데 이상 돌아다녔다. 이튿날 종이 공장 사장이 “당신이 그 사람이냐”며 먼저 알아봤다. 그쪽에서 먼저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다. 지금까지 종이 제품은 부산 남포동 그 공장에서 생산된다. 

 

가격을 낮춰 비슷한 제품이 나오지만 품질을 떨어뜨려 가격 경쟁을 하고 싶지 않다는 박 대표. “내 아이 머리맡에 출처도 알 수 없는 종이를 두긴 싫다”고 말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그 종이 공장 사장이) 달력 업계에서 유명한 분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어요. 운이 좋았던 거죠. 가격이 비싸도 좋은 재질로 만들고 싶었어요. 우리 제품을 따라 10개 정도 출생아용 디데이 달력이 나왔는데 저희보다 가격이 훨씬 싸요. 하지만 품질을 떨어뜨려 가격을 낮출 생각은 없어요. 내 아이 머리맡에 출처도 알 수 없는 종이를 두긴 싫더라고요.”

 

2017년 1월 월매출 1300만 원. 꾸준히 상승해 2018년 5월 월매출 8000만 원을 기록했다. 박 대표는 올해 12월 월매출 2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말랑하니의 상승세 원인은 유아용품 시장에서 뚜렷한 강자가 없는 유아생활용품을 공략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지금 유명한 아이디어 육아템은 대부분 실제 엄마, 아빠가 만들었어요. 근데 그 제품들이 모여 있는 플랫폼이 없는 상황이죠. 대형 회사는 아마 이 시장이 작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또 큰 기업은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를 따라가기 어렵죠. 부모의 수요는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유아용품 시장 규모는 3조 8000억 원 정도다. 유아의류 시장이 1조 8000억 원, 기저귀, 물티슈 같은 소비재 시장 1조 원, 유모차 등의 대형유아제품 시장이 3000억 원이다. 유아생활용품 시장이 3000억 원 정도 되는 셈이다. 유아용품 시장은 국내에 한정되지 않기 때문에 잠재 규모가 크다.

 

육아에 지친 부모에게 10분의 여유를 주는 게 ​박 대표의 ​개인적인 목표다. 사진=이종현 기자

 

경영자로서 박 대표의 목표는 직원 100명 이상 규모로 회사를 키우는 것. 하지만 개인적인 목표는 규모 확장이 아니다. 

 

“육아가 정말 힘들거든요. 육아를 도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 부모에게 단 10분이라도 자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 쉴 시간을 주는 게 개인적인 목표입니다. 아주 사소한 불편이 생겼을 때 ‘말랑하니’를 떠올릴 수 있게 하고 싶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후기가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없다”고 말했다. “한 달에 한 번, 나쁜 후기만 모아서 보기 때문이다. 클레임 3% 이상 되는 제품은 팔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킨다.” ​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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