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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약이 무효' 이유 있는 서울 집값 상승

아파트 공급 부족 계속되는 데다 정책 '내성'까지 생겨

2018.08.28(Tue) 15:40:22

[비즈한국] 정부가 폭등하는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해 규제 강화에 나섰다. 정부는 27일 서울 종로·중·동대문·동작 등 4개 구를 투기지역으로 정하는 한편, 과천을 끼고 있는 경기도 광명시와 위례신도시가 있는 하남시도 투기과열지구로 새로 편입했다. 대출과 청약을 규제함으로써 투기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서울 부동산 값이 오르면 대출 증가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소비여력이 줄어 실물경기가 나빠진다고 본다.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워 사회 불안을 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정부 대책이 큰 효과를 내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 등 집값 잡기에 공을 들였지만, 서울 반포 아파트 가격이 6억~7억 원가량 상승하는 등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노원·마포 등 강북 지역 아파트들도 2억~3억 원은 예사로 올랐다. 

 

지난 27일 정부에서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대책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으로 전망한다.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고성준 기자


​정부의 이번 조치도 서울 집값을 잡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시장은 본다.​ 8·2 대책이 종합 대책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 조치는 수도권-지방의 양극화 해소와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는 수준의 시장 개입이라서다. 시장에는 여전히 갈 길 잃은 유동자금이 풍부하고, 그간 대책에 내성이 생긴 점도 이번 대책이 한계가 있을 것이란 관측을 뒷받침한다. 서울 집값은 어째서 오르기만 하며, 정부 대책은 효과가 없는 걸까.

 

서울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가장 큰 이유는 아파트의 공급 부족이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는 대개 2014~15년 분양을 시작했다. 정부는 건설 경기 부양을 위해 2015년에만 50만 호의 신규 주택을 건설했다. 당시 부동산 경기가 한계가 왔다는 판단에 정부는 지방을 중심으로 신규 분양을 풀었다. 지난해 서울의 신규 주택 순증은 2만 1000가구로, 2013~17년 평균 아파트 순증 물량 4만 6000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단독주택을 포함한 서울의 주택 수는 총 360만 호. 증가율로는 0.58%에 불과하다. 

 

서울의 아파트 공급 부족은 앞으로 더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의 주거용 건축물 허가면적은 올 상반기 207만㎡로, 전년 대비 38.8% 감소했다. 이 가운데 아파트는 91만㎡로 전년 동기의 218만㎡에 비해 58.4%나 줄었다. 정부가 집값 잡기에 나서며 신규 공급을 줄인 것이 오히려 주택 시장을 요동치게 했다.

 

최근 아파트 투자 수요가 노후 아파트보다는 재개발·재건축에 몰리는 점도 공급량 감소와 무관치 않다. 가계의 소득 증가도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53만 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다. 2014년 이후 4년 만에 최대폭 상승이다. 한 부동산 애널리스트는 “강남구 삼성동·청담동 아파트는 지난해 말에 비해 3~4% 오른 데 비해 개포동 일대의 신축 아파트는 10% 넘게 올랐다”며 “경제활동이 활발한 30~40대의 소득이 늘어난 가운데 교육 환경이 좋은 곳의 신규 주택을 선호하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와 용산을 통째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점도 8월 부동산 시세에 영향을 줬다. 공급 부족과 신축 아파트에 목말라 있던 실수요자들에게는 큰 호재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여의도와 용산 주택 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아직도 저점을 맴돈다. 실제 여의도역과 이촌역 인근 아파트들은 2008년 대비 가격이 10% 이상 낮은 상황이다. 일단 박원순 시장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전제로 이 계획을 철회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70~80년대 개발된 여의도와 용산 지역 개발이 가시화된 것으로 보고 이 지역을 주목한다. 

 

경제활동이 활발한 30~40대의 소득이 늘어난 가운데 교육 환경이 좋은 강남권의 신규 주택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강남의 부동산 중개업소 매물 게시판. 사진=고성준 기자


이런 가운데 정부는 설익은 정책을 일관하고 있다. 정부는 일부 투기지역 신규 분양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을 금지키로 했다. 빚내서 집 사는 수요를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 3월 ‘로또 분양’으로 불렸던 개포 디에치 자이의 청약 경쟁률은 25대 1에 달했다. 30평형대 분양가가 14억 원대에 달해 당첨이 되더라도 9억 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9억 원 이상의 현금을 댈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넘쳤던 셈이다. 

 

정부는 또 양도소득세와 보유세를 높이겠다는 계획도 내놨으나, 당초 예상보다 세율이 높지 않아 이에 안도감을 느낀 투자 수요가 7월부터 다시 나오고 있다. 갭투자로 서대문·마포구에 주택 5채를 소유한 한 30대 직장인은 “정부 규제 때문에 올 봄에 2채를 팔 생각이었으나, 현재 소득으로 세금과 대출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해 8월 초에 마포구 아파트를 한 채 더 샀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서울 집값의 대세상승 기류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방 아파트는 공실이 나더라도, 직장이 몰려 있고 교육·교통 인프라가 좋은 서울 주택 가격은 계속해서 뛸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한 부동산 애널리스트는 “최근 부동산 업계에서 인프라가 집중된 곳에 돈이 몰린다는 이유로 서울 부동산을 홍콩과 비교하며 상승을 예측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최근 위약금을 물어주고 계약을 철회하거나 시세보다 2배 높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는 집주인들이 나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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