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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실리콘밸리] 알렉스 존스는 어떻게 '음모론 괴물'이 되었나

9·11 가짜 주장 인디 언론인…유튜브·페이스북·트위터, 계정 차단 등 미디어 역할 고민

2018.09.03(Mon) 14:59:45

[비즈한국] “검열은 적이다. 모두가 말할 자유가 있다. 대중은 지혜롭게 옳은 메시지를 골라서 믿게 된다.” 자유주의자의 믿음입니다. 특히 학력이 높고, 정보력이 좋고, 젊고, 진보적인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일수록 이런 종류의 믿음을 가진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꼭 그 믿음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오늘은 자유주의, 무검열 원칙이 만든 부작용, 알렉스 존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알렉스 존스는 오랜 기간 활동해온 인디 언론인입니다. 그의 애플리케이션(앱) ‘인포워즈’는 앱스토어 전체 10위 내에 들 정도로 큰 인기지요. 현역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진실을 밝힌다”라고 치켜세우기도 합니다.

 

유튜브에 등장한 알렉스 존스. 사진=유튜브 캡처


문제가 있습니다. 그는 음모론주의자입니다. 그것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과거 그는 9·11 테러가 정부가 배우를 고용해 만든 가짜라는 음모론을 퍼뜨려 유명해졌습니다. 이후에는 샌디 훅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이 조작극이라는 음모론을 퍼트렸지요.

 

샌디 훅 사건은 큰 파장을 몰고 왔습니다. 총기난사 사건에서 사망한 아이의 부모가 알렉스 존스를 고소했기 때문입니다. 알렉스 존스는 총기 소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알렉스 존스 측 변호사는 “누가 봐도 알렉스 존스의 이야기는 가짜며, 풍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알렉스 존스의 음모론을 재미있는 농담, 풍자로 받아들이지는 않은 듯합니다. 알렉스 존스를 고소한 샌디 훅 사건의 부모는 알렉스 존스의 팬들에게 살인 협박까지 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의 판례상 이기기 어려움에도 부모 측은 끝까지 소송을 끌고 가겠다는 입장입니다.

 

알렉스 존스의 의견은 당연히 주류 언론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가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인터넷 덕분입니다. 팟캐스트는 물론이고 유튜브, 페이스북 등 온갖 플랫폼 덕분에 알렉스 존스는 자신의 정제되지 않은 음모론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었습니다.​


알렉스 존스를 IT 회사가 막기 시작했다는 CNN 뉴스의 영상.

 

IT 회사들은 알렉스 존스를 방관하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대중이 걸러서 판단하리라는 생각이었죠. 보수 공화당 정파는 방관했고, 트럼프 등 대안 우파를 표방하는 세력은 적극 지지했죠. 그렇게 알렉스 존스는 점점 영향력을 넓혀갔습니다.​

 

결국 플랫폼이 칼을 뽑았습니다. 올 들어 애플이 팟캐스트에서 알렉스 존스를 삭제한 걸 시작으로 유튜브, 페이스북 페이지 등이 차례로 알렉스 존스를 차단했습니다. 인종차별, 음모론, 증오 발언 등이 그 이유였습니다. 자유방임주의를 표방하는 트위터조차 최근 1주일 계정정지 조치를 취했을 정도입니다.

 

플랫폼의 고민은 점차 깊어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삭제해도, 이미 늘어난 영향력은 쉽사리 줄어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구글 등이 알렉스 존스의 계정을 삭제한 이후로 인포워즈 앱 순위는 4위까지 치솟았습니다. 앱스토어에서도 그를 지워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지요.​ 

  

보수 성향 뉴스 매체 ‘폭스 뉴스’는 알렉스 존스가 ‘보수를 검열하려는 시도’의 시작이라며 알렉스 존스를 지지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어떨까요? 아무도 모릅니다. 알렉스 존스는 기성 언론에서는 있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기성 언론의 필터링을 통과할 수 없는 황당한 음모론을 내놓기 때문이죠.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그는 기성 매체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었습니다. 정작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되면 “풍자고 거짓말이다”고 발뺌합니다.

 

플랫폼의 의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플랫폼이 없었다면 알렉스 존스의 의견이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퍼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간접적인 책임 정도는 있다는 거지요.

 

그렇다고 함부로 알렉스 존스의 의견을 없앨 수도 없습니다. 누구의 의견이 나와야 하고, 누구의 의견이 없어져야 하는지, 그 기준이 불명확하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 등 IT 업체는 “우리는 미디어가 아니다”며 최대한 책임을 사용자에 넘기는 전략을 내세웠지만, 이제는 통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의 언론 신뢰도는 심각할 정도로 낮습니다. 인터넷 환경도 발달했습니다. 음모론이 퍼지기 쉬운 상황입니다. 네이버 등 IT 업체도 서서히 미디어·언론으로서의 책임감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도 어쩌면 알렉스 존스보다 더한 재앙이 닥칠 수도 있겠습니다. 낮은 신뢰도와 인터넷 환경이 만들어낸 음모론 괴물, 알렉스 존스였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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