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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4] 허훈-'낀 세대'를 위한 추상과 구상의 결합

2018.09.18(Tue) 11:06:40

[비즈한국] 작가들은 빈 캔버스로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설렌다고도 한다. 작품을 구상하고 완성한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작품 제작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것이다. ‘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 시즌4를 시작하는 마음도 같다. 초심으로 새롭게 정진하려고 한다. 미술 응원의 진정한 바탕을 다진다는 생각으로 진지하고 외롭게 작업하는 작가를 찾아내 조명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미술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경향을 더욱 객관적 시각으로 조망해 한국미술의 미래를 보여주려는 노력도 병행할 것이다.

 

Between-city of Charles Chaplin: 162.2cmx130.3cm Acrylic on canvas 2017


작가들은 작품 제작 방법에 따라 구상 화가와 추상 화가로 나눈다. 묘사력이 뛰어나거나, 그림 속에 이야기를 담으려는 작가는 구상 방법으로 작품을 만든다. 이 경우는 기존의 표현 방식을 따르거나, 그 방법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표현 어법을 찾아가는 창작 태도를 보인다. 이런 작가를 구상 화가라고 한다.

 

이에 비해 새로운 세계에 관심을 두는 작가도 있다. 이런 경향의 작가들은 이야기의 표현 보다는 제작 방법 자체에서 자신의 작품 세계를 확립하려고 한다. 따라서 회화를 만드는 기본 표현 요소인 점, 선, 면, 색채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에서 작품의 성패를 가늠한다. 이것이 추상 화가들의 제작 태도다. 이 계열의 작가들은 새로운 재료를 선택하거나, 표현 기법 연구에서 창작의 의미를 찾는다. 

 

이런 두 가지 방법을 병행하는 제작 태도를 보이는 작가도 있다. 구상과 추상의 결합에서 제3의 표현 어법을 찾으려는 경우다. 허훈도 그런 창작 방법을 택한다.

 

사이(間)-relation(1508): 61.5x49.5cm Acrylic on cross stripes fabric canvas 2015

 

 

그는 추상적 방법으로 배경을 구성하고 그 위에 구상적 이미지를 얹는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추상화를 연상시키는 배경은 매우 기하학적 구조를 띠고 있다. 격자 문양으로 반복되는 추상성은 강한 색채도 보여주면서 역동적 현대 감각을 담아낸다. 색채 추상 이미지가 강하게 보인다.

 

그 위에 사실적으로 그려 넣은 일상적 이미지들은 따스한 감성을 자아내는 사물들이다. 책꽂이에 가지런히 꽂힌 책이거나 인형, LP판, 꽃병 혹은 친숙한 명화 이미지나 대중 스타의 얼굴도 보인다. 때로는 동네 어귀나 도시 풍경일 경우도 있다.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감성적 이미지들이다. 따라서 두 개의 상반된 표현 어법인 추상성과 구상성이 어색한 동거를 하는 듯이 보인다. 그럼에도 그의 화면은 독특한 조화를 보여주며 눈길을 끈다.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는 따뜻하다. 왜 그럴까.

 

배경의 추상 이미지에서 해답이 보인다. 그는 격자 문양이 있는 천을 배경으로 사용한다. 천의 따스한 느낌과 격자 문양의 정교함을 위해 옷감의 천을 캔버스에 씌워 배경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 위에 그려지는 구상적 이미지들의 느낌이 더욱 부드럽게 드러난다고 작가는 말한다. 

 

Between-공존: 45.5cmx 38cm Acrylic on canvas 2018


 

이렇듯 두 가지 방법을 병행하는 의도는 무엇일까. 

 

그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 사이에 낀 세대다.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젊은 시절을 단련했고, 디지털 세상에서 현재를 살고 있다. 두 시대의 감성이 중첩된 세대의 정서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분명히 어긋나지만 공존하고 있는 경계선 세대의 독특한 정서를 주제 삼아 작품을 만든다. 배경의 추상성이 디지털 세대의 감각을 보여준다면, 그 위에 그려지는 구상적 이미지는 아날로그 세대의 감성을 대변하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사이에 낀 세대의 연령층 컬렉터로부터 공감을 얻는다. 자신들의 감성이기 때문일 게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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