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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실리콘밸리] IT 화면으로 만든 예술, '서치'

전자 화면만을 사용한 새로운 기법 '스크린 라이프'…창작과 삶까지 점령할까

2018.10.01(Mon) 10:13:58

[비즈한국] 한국은 세계 6위에 해당하는 큰 영화 시장입니다. 그럼에도 스릴러 영화 ‘서치’의 성공은 이례적인데요, 세계 영화 수입의 3분의 1을 한국에서 거뒀다고 합니다.

 

그 중심에는 한국계 미국인 배우 ‘존 조’가 있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 대다수가 한국계이기도 합니다. 스토리도 한국 이민자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이지요.

 

딸이 실종됩니다. 아버지와 경찰은 온 힘을 다해 딸을 찾으려 합니다. 그 와중에 아버지는 딸에 대해 그동안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고, 어떻게든 딸을 찾기 위해 딸의 컴퓨터를 뒤지기 시작합니다.


영화 ‘서치’ 예고편.

 

영화에서 스토리보다 중요한 건 형식입니다. 영화에는 일반적인 전지적 시점의 화면이 없습니다. 유튜브, 페이스북, 스트리밍 서비스 등 컴퓨터와 스마트폰 화면뿐이죠. 일반적인 영화 화면을 보여주지 않기로 결정한 덕분에 윈도우 화면부터 몰래카메라, 영상 통화 화면 등 다양한 형식을 통해 스토리를 진행합니다.

 

형식이 독특해서일까요? 영화의 스토리는 무난합니다. 딸을 찾아가는 스릴러입니다. 가족애를 강조한 스토리 자체는 누구나 긍정할 수 있는 이야기지요. 대신 독특한 느낌을 형식을 통해 살렸습니다.

 

이 영화가 독특한 이유가 있습니다. ‘서치’의 제작자 티무르 베크맘베토브는 ‘나이트 워치’ ‘벤허’ 등을 감독한 경험이 있습니다. 최근 그는 ‘스크린 라이프’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려 하고 있는데요. 컴퓨터,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화면만으로 진행하는 영화입니다. 그는 미팅이 끝나고 동료가 화면을 끄지 않은 덕에 동료의 화면을 오래 훔쳐봤고, 이때의 경험을 살려 ‘언프렌디드’ 등의 저예산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서치’ 또한 이런 스크린 라이프 장르의 일환입니다.

 

감독 아니쉬 차간티의 경력 또한 재밌습니다. 1991년생인 그는 실리콘밸리 개발자의 아들이며, 인도 출신 이민자입니다. 그는 24시간 만에 100만 뷰를 기록한 구글 글래스 영상 ‘시드’로 일약 인터넷에서 화제가 됩니다. 구글은 그에게 구글 크리에이티브 랩 일자리를 제안했습니다. 여기서 그는 2년간 광고 등 25개의 짧은 영상을 제작합니다. ‘서치’는 그의 첫 장편영화입니다.


아니쉬 차간티가 만든 구글 글래스 영상 ‘시드’.

 

이민자인 아니쉬 차간티는 이민자가 주인공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민자 배우 가운데 대형 영화의 주·조연 경험이 있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배우 존 조에게 영화를 제안합니다. 영화 주인공이 한국계인 이유도 존 조 때문입니다. 존 조는 처음에는 스크린 라이프 영화에 회의적이었으나 감독의 열정과 각본을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하지요.

 

영화 제작은 쉽지 않았습니다. 서치는 아시아계 미국인이 주인공인 할리우드의 첫 스릴러 영화입니다. 투자자들은 투자를 꺼렸습니다. 아시아인이 주연이고, 스크린 화면만으로 진행되는 영화가 흥행할 거라고 생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겠죠. 

 

큰 예산이 든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촬영은 2주 만에 마무리했지요. 편집과 제작에 1년 6개월이 넘는 시간을 들였습니다. 영화 속 스크린 화면은 프로그램 화면이 아닌 포토샵으로 편집해서 만든 화면이라고 합니다. 실제 화면은 여러 가지 제약이 있지요. 무엇보다 요즘 프로그램은 매일같이 유저에 따라 화면이 바뀌기 때문에 안정적인 화면을 위해서는 이런 방식이 필요했을 겁니다. 덕분에 이 영화는 2년간 편집 인력의 고생 끝에 완성됐습니다.

 

그렇게 고생하면서 스크린 라이프 방식으로 영화를 만든 이유는 뭘까요? 우선 이 영화의 미학적 성과를 들 수 있을 겁니다. 일반적인 영화에서 쓰는 시점 쇼트를 쓰지 않겠다는 제약을 둔 덕에 ‘서치’는 창의적인 방식으로 딸을 찾는 아버지의 모험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딸을 찾으려고 절벽으로 달려가는 장면부터, 가족 중 누군가의 장례식, 결국 밝혀진 범인이 자신의 범행을 실토하는 장면까지 이 영화의 시점은 그 자체로 창의적입니다.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시점을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게 되었다는 거지요. 그리고 이런 ‘스크린 라이프’ 장르는 단순한 창의성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영화 ‘서치’ 포스터.


스크린 라이프 장르는 우리가 전자기기와 ​얼마나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누군가를 알아보기 위해서 우리는 구글을 검색합니다. 아버지는 자신이 모르는 딸의 모습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딸의 SNS와 딸이 즐겨 사용했던 스트리밍 서비스를 찾아봅니다. 주변에 일어난 사건에 댓글을 달거나 리액션 비디오를 만들면서 반응합니다. 가족의 추억은 사진으로 기억합니다. 딸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메신저를 사용하지요.

 

스크린 화면만으로 딸을 찾는 추적의 과정뿐 아니라 딸과 아버지가 행복한 한때를 보냈다가 잠시 멀어지고, 다시 가까워지는 진한 가족드라마를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전자기기의 힘을 빌려 삶을 살고 있습니다. ‘서치’가 애플 제품을 통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준다고 해서 ‘맥 홍보 영화’가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지요.

 

제작자의 면면 또한 흥미롭습니다. 뮤직비디오 등을 거쳐 영화로 옮겨간 전형적인 영화 세대였던 티무르는 스크린 화면만으로 영화를 만드는 ‘스크린 라이프’ 영화를 제작 중입니다. 그가 발탁한 감독 아니쉬는 유튜브를 통해 역량을 인정받았습니다. 이전 감독이 뮤직비디오로 인정을 받았다면 이제는 유튜브 히트 영상, 유튜브 광고를 찍으면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합니다. 창작력 또한 점차 뉴미디어로 옮겨가고 있는 겁니다. 창작력과 삶까지 스크린 화면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 영화, ‘서치’였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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