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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주류 판매금지 5개월 '주점 아닌 주점 같은' 대학축제

무알코올 칵테일 팔고 인근 상인들과 '야장' 운영 등 축제 문화 바뀌어

2018.10.12(Fri) 11:28:18

[비즈한국] 지난 5월 전국의 각 대학은 교육부로부터 공문을 받았다. ‘대학교 축제 주점에서 술을 팔면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대학생들이 주류 판매업 면허 없이 주점을 운영하는 것은 주세법 위반이라는 게 이유였다. 학생들은 정책에 적응할 계도 기간이 없었다며 반발했다. 

 

언론의 지적도 이어졌다. ‘여전히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며 학생들이 주점에서 술을 마시는 행태를 비판했다. 이는 바르지 못한 지적이다. 대학교 축제 주점에서 ‘술을 판매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지, ‘술을 마시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술 판매를 금지하자 오히려 대학교에서는 새로운 축제 문화가 생겨나는 형국이다. 

 

경희대학교 정문에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김명선 인턴기자​


지난 10일 저녁 7시, 경희대학교는 가을대동제가 한창이었다. 이번 축제는 국제캠퍼스와 서울캠퍼스 양 캠퍼스가 처음 공동으로 개최했다. 

 

맥주 업체 홍보 부스. 맥주를 판매하거나 제공하지는 않았다. 사진=김명선 인턴기자


한 주류 회사는 홍보 부스를 운영했는데, 예전 같으면 시음회도 했겠지만 맥주 없이 맥주를 홍보하고 있었다. 기자가 “맥주를 무료로 주는 것이냐”고 묻자 직원은 “술을 무료로 준다거나 팔지는 않는다. SNS에 부스 사진을 찍어 올리면 물티슈를 준다”며 “홍보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세법상의 이유로 주류 판매가 금지된 것이지 음주가 금지된 것은 아니다. 사진=김명선 인턴기자


주점은 겉으로 볼 때는 예전과 다름 없이 운영되고 있었다. 다만 술을 판매하지는 않았다. 메뉴판에 ‘깔라만시’가 적혀있어 기자가 “이게 깔라만시 소주를 의미하냐”고 물었다. 주점에서 일하던 학생 박 아무개 씨(여·22)와 한 아무개 씨(여·20)는 “우리는 술 대신 안주를 판다”며 “이건 깔라만시 액이다. 술을 사서 오는 학생들이 섞어 마실 수 있게 준비했다”고 답했다. 

 

술을 팔지 못하게 되자 학생들은 인근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술을 사 왔다. 사진=김명선 인턴기자


‘주점’이 ‘안 주점’으로 바뀌었지만 술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남녀 넷이서 술을 마시던 테이블에 다가가 “술이 어디서 났느냐”고 묻자 이들은 “편의점에서 술을 사 왔다”고 했다. 근처 편의점에서 술을 고르던 신입생들은 “1학년이라 규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주점에서 술을 안 판다고 해서 술을 사러 왔다”며 멋쩍게 웃었다. 

 

무알코올 칵테일과 파스타를 파는 주점이 생겨났다. 사진=김명선 인턴기자


무알코올 칵테일을 파는 주점도 생겨났다. 무알코올 칵테일은 탄산수와 설탕, 시럽 등만 있으면 간단히 만들 수 있다. 주점에서 파스타를 만들던 김 아무개 씨(21)는 “술을 팔면 안 되기 때문에 무알코올 칵테일을 만들자는 의견이 있었다”며 “무알코올 칵테일을 싫어하는 학생들은 따로 술을 사와 파스타와 함께 먹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푸드 트럭에서 음식을 사먹는 학생들의 모습. 사진=김명선 인턴기자


주점에 가지 않고 축제를 즐기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들은 푸드트럭에서 아이스크림, 새우튀김, 소시지 등을 사먹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푸드트럭에서 요리사는 “첫날이라 학생이 많지는 않지만 앞으로 많이 올 것 같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주변 가게와 협력해 야장을 운영하는 새로운 문화가 형성됐다. 사진=김명선 인턴기자


상인회, 부녀회와 함께 ‘야장’을 운영하는 것도 새로운 광경이었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동네 상인들과 연합해 식당 앞에서 야외 주점을 진행하고 있다. 교내 주점에서 주류 판매가 금지되면서 생겨난 새로운 문화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희대학교 정문에서 회기역까지 가는 길목 곳곳에서 8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야외 테이블을 볼 수 있었다. 야외 테이블에는 학생뿐 아니라 중년 남성도 앉아 있었다. 온 동네 주민이 함께 즐기는 축제인 셈이다. 야장에서는 예전 학내 주점 가격과 동일하게 소주와 맥주를 3000원에 판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상인회, 부녀회와 연합해 ‘경희마을 열린축제’를 진행했다. 야장을 운영하기 위해 차량도 통제했다. 사진=김명선 인턴기자


학내 주류 판매 금지에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었다. 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학생들은 “술이 모자라면 편의점까지 사러 가야 하니까 불편하다”고 했다. 황 아무개 씨(여·20)도 “술을 일일이 사 와야 한다는 게 귀찮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학생회 활동을 하는 박 아무개 씨(여·21)는 “술을 팔 때보다 학생회비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행사 스태프 A 씨도 “예전보다 학생회가 수익을 내기 힘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축제 기간이지만 인근 가게 상인들은 매출에 큰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경희대학교 정문 근처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문 아무개 씨(32)는 “술 사러 오는 학생들이 별로 없다. 매출에 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길 건너편 마트 직원도 “평소와 별 차이가 없다. 예전에 비하면 오히려 많이 줄어든 편이다”고 말했다. 편의점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슈퍼마켓에서 1분 거리에 있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평소보다 축제 기간에 오는 학생들이 많다”고 했다.

 

경희대학교와 연합해 야장을 운영하는 가게들도 축제 때만 학생들이 좀 더 온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한 음식점 직원은 “평소와 비교했을 때 축제 때 학생들이 조금 더 오는 편이지만 크게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옆 가게 주인도 “매출에 큰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야장을 운영하지 않는 가게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회기역 근처 한 음식점 주인은 “축제 때도 학생들이 많이 안 온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는 “여기에 있는 가게들 잘 안 된다. 가게가 자주 바뀌는 거 보면 알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부동산 중개업소 직원은 “잘 되는 가게는 항상 잘 되고 안 되는 가게는 빨리 문을 닫는다. 어떤 데는 입학생 수가 감소해서 그렇다는데 유학생 비율까지 합치면 학생 수는 증가했다”며 의아해했다. 옆에 있던 다른 직원은 “맛이나 메뉴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또 요새 하도 경기가 어렵고 하니까”라며 말을 흐렸다.

김명선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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