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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금융사가 갑질" 법무사는 어쩌다 '슈퍼을'이 됐나

기관이 내야 할 수천만 원 대납 후 정산…보수 후려치기, 규정 외 업무 강요도

2018.10.26(Fri) 16:14:44

[비즈한국]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법무사의 입지를 이용해서 보수를 후려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동의하십니까?”(이헌승 자유한국당 의원) “그것은 저희가 잘못된 관행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이재광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

 

지난 10일,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나온 지적이다. 이헌승 의원은 이날 대한주택보증공사가 법무사들에게 불합리한 강요를 지속하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이재광 주택보증공사 사장은 이날 국회 지적에 따라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법무사들 사이에서 공공기관과 금융기관들에게 갑질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호소가 끊이지 않는다. 전국에서 비슷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국감에서 다뤄진 내용 역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대한법무사협회는 협회 차원에서 관련 사례를 수집한 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에 고발 조치할 방침이다.

 

최근 대한법무사협회가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의 갑질이 행위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사진=박은숙 기자

 

주택보증공사는 전국 재건축, 재개발사업(정비사업)의 이주비 대출을 전담하고 있다. 정비사업을 앞둔 조합원들은 자신들이 살던 집 감정가의 60%를 이주비로 대출 받을 수 있는데, 주택보증공사는 이 과정에서 보증보험료를 받는다. 통상 이주 단계에서부터 등기업무 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절차도 복잡해 법무사가 이때부터 조합의 협력업체로 계약해 대리한다. 서울의 한 법무사는 “계약 관계상 주택보증공사가 갑이고, 그 다음이 조합, 마지막이 법무사다. 말하자면 ‘슈퍼 을’인 셈”이라고 밝혔다.

 

법무사들은 그동안 주택보증공사가 독점적 지위와 계약 관계를 악용했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과금 선대납’이다. 최근 법무사협회에서 수집한 자료를 보면, 그동안 주택보증공사는 이주비 대출 채권확보를 위한 등기업무 등에 쓰이는 공과금을 법무사들에게 대납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공과금은 근저당권자, 즉 주택보증공사가 부담해야 한다. 주택보증공사가 내야할 돈을 법무사들에게 대신 내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법무사가 낸 돈은 모든 업무가 마무리된 이후 보수와 함께 정산된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통상 법무사 보수의 10배에 해당하는 돈을 법무사가 자체 조달한 뒤 내야한다. 일부 법무사들은 공과금 대납금을 마련하기 위해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까지 은행 대출을 받거나 사채를 빌리기도 했다. 

 

법무사들이 받는 보수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사협회에 따르면, 주택보증공사는 법무사들 법정보수에서 70.4% 감액을 요구해왔다. 각종 대행료는 포함되지 않은 가격이라 법무사들이 지급받는 보수는 한 건당 3만 원이라는 게 협회 측 주장이다. 이헌승 의원도 국정감사에서 “법무사들의 경쟁이 심화되는 최저 입찰에서 보수 할인율이 높아진 건 이해되지만, 수의계약을 할 때도 이러한 할인율을 적용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 밖에 법무사 업무로 규정되지 않은 업무 수행을 무보수로 강요하거나, 협약서에 약정되지 않은 업무를 맡기는 점 등도 법무사들이 주장하는 주택보증공사의 ‘갑질’ 사례다. 법무사협회 관계자는 “최근엔 변호사들도 등기업무를 맡으면서 경쟁이 심해졌다. 이에 따른 부작용이 나오는 것”이라며 “문제제기도 쉽지 않다. 사실상 거래를 끊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업무 과정에서 부당함을 느껴 항의해도 대체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는 대답뿐”이라고 토로했다. 

 

주택보증공사는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 보증 업무와 관련, 법무사 보수 및 등기비용 지급 절차와 선임방식 등을 개선할 방침이다. 공사 관계자는 “그동안 관행으로 해왔던 일들이었지만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내부적으로 검토해 대안을 마련 중이다. 법무사협회와도 협의해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법무사협회는 주택보증공사 외에도 우리은행, LH, 기술보증기금 등에서 같은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 역시 오래전부터 관행처럼 앞서와 비슷한 내용의 ‘부당한 요구’​를 해왔다는 게 협회 측 주장이다. 수집된 자료를 토대로 검토한 뒤, 공정위 또는 금융당국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다.   

 

최영승 대한법무사협회장은 ‘비즈한국’에 “경쟁이 심화된 전문직의 시장 취약성을 악용한 것”이라며 “갑질 행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의 불공정 거래 행위일 뿐만 아니라 형법상 강요죄에도 해당 될 수 있다. 헌법상 기본권인 의사결정의 자유나 직업활동의 자유가 침해될 소지가 크다고 본다”고 밝혔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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