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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4] 조강남-21세기의 서정 '캔디걸'

2018.10.30(Tue) 11:52:01

[비즈한국] 작가들은 빈 캔버스로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설렌다고도 한다. 작품을 구상하고 완성한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작품 제작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것이다. ‘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 시즌4를 시작하는 마음도 같다. 초심으로 새롭게 정진하려고 한다. 미술 응원의 진정한 바탕을 다진다는 생각으로 진지하고 외롭게 작업하는 작가를 찾아내 조명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미술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경향을 더욱 객관적 시각으로 조망해 한국미술의 미래를 보여주려는 노력도 병행할 것이다.

 

Candy girl: 69.3×74.2cm Color on Jangji 2012


인간 본성인 감성을 자극해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것이 서정성이다. 서정성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으며, 그런 감동의 힘으로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아왔다. 이를 자양분 삼아 자라난 예술은 심지가 깊고 튼실한 몸체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서정성은 미술의 존재 이유 중 비중이 가장 높았음에도 미술사의 변방에 머물러 있었다. 그 이유는 논리를 중히 여기는 서양의 합리적 생각이 미술사를 이끌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르네상스가 역사의 수면 위로 뿜어 올린 과학적 사고는 미술의 윤활유 격인 서정성을 증발시켜버렸다. 결국 건조한 미술이 미술사의 중심 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르네상스미술 이후 서양미술사를 이끈 것은 형식의 개발에 의한 양식의 변천이었다. 즉 바로크-로코코-고전주의-낭만주의-신고전주의-사실주의-인상주의로 편도 일차선 같은 흐름이 19세기까지 이어졌고, 20세기로 들어서면서 형식의 난개발이 불러온 백화점식 미술사가 나타나게 되었다. 이 중 서정성의 배려가 스며든 것은 로코코와 낭만주의 정도다. 

 

Kiss: 60.6×72.7cm Acrylic on canvas 2017

 

 

그런데 서정과 판타지를 본분으로 삼아온 미술은 꾸준히 있었다. 미술사의 곁가지처럼 자라면서 서정의 힘을 보여주었다. 이런 미술은 서정성을 바탕으로 판타지를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20세기 중반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재평가되었다. 서정성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예술의 본분이 시간을 뛰어넘는 보편적 가치에 맞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서정성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얼굴을 달리했다. 시대적 가치에 편승해 더 많은 사람의 지지를 이끌어내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서정을 담은 미술은 대중적 기호를 따른다는 이유로 종종 평가 절하되기도 한다. 

 

이런 미술 중 현재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것이 팝아트다. 대중사회의 서정성을 효과적으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대중사회의 서정성은 감성의 성질이 조금 다르다. 흔히 서정성 하면 자연 풍경이 떠오르지만 도시화된 세대의 서정성은 가공의 정서를 바탕으로 한다. 

 

20세기 도회적 서정을 대표하는 작가로 에드워드 호퍼가 떠오른다. 최근 그의 작품을 패러디한 CF가 설득력을 얻는 것은 서정성을 잘 소화했기 때문이다. 

 

Under the sun(태양 아래서): 130.3×162cm Acrylic on canvas 2018


 

이 시대의 서정은 어떨까. 팝아트 작가들이 표현하는 서정이 이 시대의 감성일 것이다. 

 

팝아트풍의 작품으로 주목받은 조강남의 회화에서도 이 시대 서정성이 잘 드러나 있다. 그는 행복한 이미지를 밝고 경쾌하며 활달한 방법으로 그려낸다. 메시지가 명료하기에 쉽게 읽힌다. 젊은 세대의 도발적 감성을 ‘캔디걸’이라는 캐릭터로 표현하고 있다. 캔디처럼 달콤하고 긍정적 분위기로 21세기를 살고 있는 젊은 세대의 일상적 풍속을 솔직하게 담아낸다. 그래서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젊어지는 느낌이 든다. 21세기형 서정성이 가진 매력은 이런 게 아닐까.​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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