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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가혜' 시사회, 홍가혜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특별시사회에 세월호 생존자도 참석…어느 국가기관도 사과 한마디 없어

2018.11.05(Mon) 09:03:43

[비즈한국]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행복한 거야.”

 

불의를 참지 못하고 던진 말 한마디 때문에 평범한 삶을 살 수 없게 된 여성이 있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해양경찰의 수색작업을 비난한 인터뷰로 해양경찰과 법정다툼을 벌여야 했고, 전 국민들로부터 “쌍X” “마녀” 소리를 들어야만 했던 홍가혜 씨(30) 얘기다. 법원이 1심과 2심에서 홍 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홍 씨가 인터뷰에서 한 말이 모두 사실이라고 인정했지만, 여전히 홍 씨를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

 

다큐멘터리 영화 ‘가혜’ 포스터.

 

세월호 참사 이후 평범한 삶을 살지 못한 홍 씨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가혜(감독 황인규)’​의 특별시사회가 지난 3일 오후 2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개최됐다. ​‘비즈한국’은 홍가혜 씨를 20개월 만에 다시 만날 수 있었다(관련기사 세월호 인양, 홍가혜 인터뷰 “시간 되돌려도 팽목항 갈 것”).

 

 

 

“아침에 일어났을 땐 괜찮았어요. 그런데 극장으로 오는 길에 떨리기 시작하더라고요. 지금도 떨려요. 근데 이 떨림이 설레서가 아니라 서러워서인 것 같아요.”

 

시사회가 시작되기 전 홍 씨는 긴장한 표정이었다. 애써 미소 지으며, 시사회를 찾은 세월호 생존자들과 스토리펀딩 참여자들을 반갑게 맞았다. 

 

다큐멘터리 영화 ‘가혜’는 2018년 봄, 평범해 보이는 홍가혜 씨의 일상에서 시작된다. 곧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며 배냇저고리를 정리하는 홍 씨의 표정에는 행복이 묻어났다. 2017년에서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록 홍 씨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고, 날카로워졌다. 말투가 거칠어졌고, 어떤 이들의 눈에는 집행을 앞둔 사형수처럼 보였을 것이다. 

 

“나를 ‘국민쌍X’으로 만들어버렸잖아요. 난 국가로부터 보호받길 원했는데, 국가가 나를 보호해주지 않았어요. 사람답게 살고 싶어요. 말하고 싶은 걸 말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

 

누구보다 강할 줄 알았던 홍 씨가 울음을 터트리자,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과거로 돌아갈수록 그는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했다.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살려달라”고 목청이 터져라 외치고 있었다. 

 

 

 

2016년 9월, 홍가혜 씨는 “잘 살고 싶어요. 나도…”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2년의 시간이 흐른 오늘의 홍 씨는 “언뜻 보면 평범해 보이지만, 여전히 평범하지 않은 일상 속에서 살고 있어요. 내가 바라는 삶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이에요. 오로지 나로 살아갈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어요”라고 담담하게 말하고 있었다. 

 

아직은 홍 씨가 평범한 삶을 찾을 때가 아닐지도 모른다. 해양경찰이 상고를 제기해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심과 2심에서처럼 무죄로 판결나더라도, 그가 세월호 인터뷰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 것일까. 

 

세월호 구조작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홍 씨에게 소송을 제기한 해양경찰도 “넌 이제 끝났어”라는 막말을 던지며, 홍 씨를 구속시킨 전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도, 그를 조롱거리로 만든 언론사도 아직 단 한마디의 사과조차 건네지 않았다. 

 

다큐멘터리 영화 ‘가혜’​ 엔딩곡: 장혜영의 ‘​생일을 축하하며’.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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