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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 청소노동자가 산재 인정 받고도 웃지 못하는 까닭

업무상 '질병' 아닌 '사고'로 인정…노조 "염산 다루지만 안전교육 전무" 업체 "안 쓴 지 오래"

2018.11.09(Fri) 17:19:56

[비즈한국] 근로복지공단의 산업재해 판정을 두고 울산대학교(이사장 정몽준) 청소노동자와 청소용역 업체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청소노동자 A 씨는 지난 5월 ‘폐쇄성 세기관지염’ 진단으로 ‘업무상 사고’를 인정받았지만 이후 사직을 권고받아 퇴사했다. 이후 청소 용역업체 B 사는 지난 10월 감사원에 ‘요양승인 결정 취소’ 심사를 청구했다. 감사원 심사 청구는 사업주가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판정 결과에 불복할 때 활용하는 제도로, 일종의 항소인 셈이다.

 

폐쇄성 세기관지염(기질화 폐렴)을 얻은 울산대학교 청소노동자 A 씨는 지난 5월 산업재해 판정을 받았다. 사진은 청소노동자의 모습으로 기사와 무관하다. 사진=최준필 기자

 

A 씨는 2002년부터 청소용역업체 B 사와 계약을 맺고 16년간 울산대학교 청소노동자로 일했다. A 씨는 지난 4월 7일과 11일 차례로 담배꽁초가 버려진 쓰레기통에서 발생한 화재를 물을 부어 진압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연기를 A 씨는 그대로 흡입했다. 마스크 등 최소한의 보호 장비도 없었다.

 

이후 몸이 떨리고 기침이 나는 등 이상 징후를 느낀 A 씨는 동네 병원을 찾았다. 큰 병원으로 가라는 말에 대학병원을 찾아갔다 ‘폐쇄성 세기관지염’ 진단을 받았다. 폐쇄성 세기관지염은 회복되지 않는 폐 질환으로, 세기관지가 염증으로 막히는 증상이다. 독성 연기에 노출되거나 공장에서 배출되는 자극적인 물질을 흡입했을 때, 혹은 ‘디아세틸’이라는 화학물질을 흡입한 경우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A 씨는 울산대 청소노조의 도움으로 지난 5월 산재 판정을 끌어냈다.

 

# 유해 화학제품 취급하는 일, ‘업무상 질병’ 인정받아야

 

A 씨는 화재에 의한 사고뿐 아니라 청소할 때 취급하는 유해 화학제품 영향을 받았다며 ‘업무상 질병’까지 주장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사고’로 판정했다. A 씨와 복수의 울산대학교 청소노동자는 이번 결정에 아쉬움이 크다. A 씨​ 개인에게는 업무상 사고와 업무상 질병은 차이가 크지 않지만 전체 청소노동자를 놓고 봤을 땐 다르다.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면, 전국의 모든 동일 노동에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수의 청소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사용하는 화학제품이 건강에 치명적이라고 강조한다. 사진은 청소노동자의 모습으로 기사와 무관하다. 사진=최준필 기자

 

A 씨는 “청소할 때 가장 많이 쓰는 제품이 있다. ‘고게터(gogetter)’라고 염산 9%로 만들어졌다. 옷에 묻으면 그 부분만 하얘진다. 락스랑 같이 쓸 경우엔 하얀 연기가 자욱하게 인다. 가까이서 냄새를 맡으면 숨을 헐떡일 정도로 독하지만 안전교육도 마스크 지급도 없었다”며 “같이 일하던 동료 중에 암이나 피부질환으로 그만둔 사람이 많다. 아프면 ​회사에서 일을 ​그만두게 해서 나도 처음부터 말을 못 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청소노동자 C 씨는 “고게터를 뿌려만 두면 때가 사라지기 때문에 회사에서 쓰라고 권장했다. 예전엔 고게터와 락스를 필요한 만큼 왕창 줬는데, 이번 산재 판정 이후 7월부터 고게터를 쓰지 못하게 회수했다. 락스도 조금만 준다”며 “사고로 연기 한번 맡았다고 걸릴 병이 아니다.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B 사 대표는 “우리는 고게터를 안 쓴다. 언젠지 기억은 안 나지만 (고게터) 안 쓴 지 오래됐다”며 “자세한 이야기는 언론과 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 ‘업무상 사고’마저 인정할 수 없는 용역업체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상 사고’ 판단을 내린 가운데, 울산대 청소용역업체 B 사는 이마저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B 사는 지난 10월 5일 감사원에 요양승인 결정 취소 심사를 청구했다. 

 

B 사 대표는 “울산대학교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어떤 경위로 (감사원 심사를) 청구했는지는 따로 말하고 싶진 않다”고 답했다.

 

울산대 청소용역업체 B 사는 지난 10월 감사원에 요양승인 결정 취소 심사를 청구했다.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판정에 불복하는 일종의 항소인 셈이다.

 

이에 현미향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에 불복해 이의제기하는 것은 정말 이례적인 일”이라며 “B 사는 청소노동자 80여 명이 소속된 영세한 업체다. 전국 사업장을 통틀어 한 해 한두 건 정도도 없는 감사원 심사 청구를 B 사 단독으로 했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최종 책임자인 울산대학교가 배후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A 씨는 “16년 동안 일을 했는데, 미안하다는 말은 못 할망정 이의제기를 했다는 소리를 듣고 정말 울분이 터졌다. 동료가 아파서 나갈 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내가 큰 병에 걸리고 나니까 앞이 막막하다. 전국 청소노동자가 미리 알고 조심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비즈한국은 울산대학교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지난 8일 오후 3시 30분경 연락을 취했다. 연락을 주겠다던 울산대학교는 24시간이 지난 9일 현재 3시 30분까지 아무런 답이 없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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