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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미 폭발" 여성 쓰는 '생리주기 앱' 성적 대상화 논란

인기 앱 '봄 캘린더' 미숙한 대응 탓에 불매운동까지…여성들 "배신감 느껴"

2018.11.28(Wed) 17:32:59

[비즈한국] 박유미 씨(22)는 지난해 말부터 사용하던 ‘봄 캘린더’ 애플리케이션(앱)을 며칠 전 삭제했다. 봄 캘린더는 생리주기를 계산해주고 호르몬 수치를 바탕으로 그날의 몸 상태를 알려주는 앱이다. 박 씨는 “‘배란일에는 섹시미가 폭발한다’, ‘이 기간의 여성은 옷도 더 매력적으로 입고 행동도 더 요염해진다’는 알림이 여성으로서 불쾌했다”고 말했다.

 

생기주기를 알려주는 ‘봄 캘린더’ 앱이 ‘배란일에는 섹시미가 폭발한다’, ‘이 기간의 여성은 옷도 더 매력적으로 입고 행동도 더 요염해진다’는 등 남성 중심적인 문구로 여혐 논란에 휩싸였다.

 

봄 캘린더가 ‘여혐(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여성 이용자를 위한 앱임에도 남성 중심적인 문구가 넘쳐난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한 이용자는 “‘긴장이 되면 남자 겨드랑이 냄새를 맡아라’ 등의 문구가 이해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작년 11월 출시된 봄 캘린더는 다운로드 10만 회를 넘었을 정도로 인기 있는 앱이다.

 

불만을 느낀 사람은 한두 명이 아니었다. 한 이용자는 19일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후기에 “배란일 시기에는 섹시하고 행동도 요염해진다는 봄 캘린더 잘 알겠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게다가 운영자의 미숙한 대처가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틀 후 개발진은 “말씀 주신 내용은 논문을 참고했다”며 “이용자님께 맞지 않는 생리 앱인 것 같다. 봄 캘린더를 삭제하고 다른 생리 앱을 사용해달라”고 답변했다.

 

운영자는 불만을 제기하는 앱 이용자에게 “봄 캘린더를 삭제하고 다른 생리 앱을 사용해달라”고 답해 논란을 키웠다. 사진=커뮤니티 파우더룸 게시물 캡처

 

운영진의 댓글은 그동안 불만을 느낀 이용자들이 함께 분노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 22일부터 대다수 이용자는 봄 캘린더 앱에 ‘별점 테러’를 하며 불만사항을 후기로 적고 있다. 28일 현재까지 많은 사용자가 후기를 통해 문제를 지적했다.

 

개발진은 23일 “감정적인 대응으로 상처와 실망감을 드려 죄송하다. 서비스 중단을 고려해보겠다”는 사과문을 게시했으나 논란은 여전하다. 사과문을 봤다는 김 아무개 씨(20)는 “사과문도 내 생각이 이러하다, 너무 욕하지 말아달라, 이제 운영 못하겠다 정도를 나열한 것이라 조만간 (앱이) 없어지고 그대로 잊히지 않을까 싶다”며 “이 사례를 보고 여러 관련자가 배우는 게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28일 현재, 앱은 이용 가능한 상태이나 개발진은 24일부터 현재까지 추가 피드백을 내놓지 않았다. 기자가 메일과 SNS를 통해 개발진에 연락을 취했으나 답장은 없었다. 다만 알림 문구가 예전보다는 순화된 것 같다는 이용자도 있었다.

 

앱 이용자들은 앱을 삭제하겠다며 불매 운동을 펼치는 모양새다. 사진=구글 플레이 캡처


여성 이용자들은 불매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몇몇 이용자는 SNS와 블로그에 앱을 삭제하는 사진과 영상을 올리는가 하면, ‘이 앱 쓰지 말라’는 게시글을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리는 모양새다.

 

생리주기 앱 불매운동을 벌이는 여성 이용자들은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 기자로부터 상황을 전해들은 김 아무개 씨(22)는 “성희롱당한 기분”이라며 “생리를 하는 건 신체적인 현상인데 성적인 이미지와 연결해 생각하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고 말했다.

 

봄 캘린더 어플 여성 혐오 논란과 함께 ‘핑크다이어리’의 2015년 푸시 알람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봄 캘린더 논란과 더불어 유사한 생리주기 앱인 ‘핑크다이어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핑크다이어리는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공식 앱이다. 이 앱이 문제가 된 것은 2016년 초의 푸시 알람 문구가 발단이었다. 콘돔 사용을 꺼리는 남자를 믿지 말고, 여자가 알아서 생리주기를 파악해 피임하라는 내용이었다.

 

다만 당시 핑크다이어리와 이번 봄 캘린더의 대처 방식에는 차이가 있었다는 말도 나온다. 핑크다이어리 운영팀 관계자는 “그 일이 있고 나서 지금까지 3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푸시 메시지 발송 전에 충분히 문구 검토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앱 운영 외에 여성들을 위한 공익 활동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짧은 글이라도 성적 대상화는 작은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변신원 양성평등진흥원 교수는 “여성에게 섹시하다고 말하는 것은 이제껏 칭송이라 여겨졌지만,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가두는 역할을 한다”며 “성적 대상화라는 건 여성을 혐오하는 것으로 연결될 수 있다. 여성이 자신을 성적 대상으로 느끼도록 학습되는 건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민감한 공간에서 여성 혐오 문구를 접한 여성들이 상당한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여성들에게 생리주기 앱은 배란 시기까지 공개하는 사적인 공간”이라며 “그런 앱에서 남성 중심적인 문구를 접하면 여성으로서는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배신감을 느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불매 운동으로 확산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불매 운동은 앱 관련자들에게 가장 민감한 부분이지 않나.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반격을 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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