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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에서] "그 엄마가, 엄마가 아니랍니다" '괴물 위탁모' 사건의 시작

집중소생실에 누운 18개월 아이의 뇌출혈…아동학대 정황 신고하자 경악할 일들이

2018.12.08(Sat) 12:54:09

[비즈한국] 1. 혼곤한 새벽 응급실, 18개월 아이가 집중소생실에 누웠다. 경기를 하다가 의식이 없어 엄마가 데려온 아이였다. 같이 들어온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다급하게 아이를 둘러싸고 있었다. 응급실에 아이가 내원하면 소아응급실에서 소아과 의사가 진료를 담당했다. 하지만 집중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상태가 나쁘면 일반 응급실 안에 있는 소생실로 들어와야 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다. 아이가 이 소생실 한가운데 누워야 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지는 일은 흔하게 일어나지 않았다. 이 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한 이래로도 드문 환자였다.

 

소아과 환자였지만, 소생실에 누웠으므로 우리도 환자를 파악했다. 소아과 의사들 틈에 누워있는 아이는 상태가 매우 안 좋아 보였다. 탈수가 심했고, 의식을 잃어버려 축 처져 있었다. 숨 쉬는 것이 거칠어서 삽관까지도 필요해 보였다. 드물게 안 좋은 아이였다. “어떻게 된 거래요?” “장염이 심하고 밥을 못 먹었는데, 경기를 해서 왔답니다.”

 

그 새벽, 전화기를 들어 아동학대 의심 정황을 경찰에 직접 신고했다. 찾아온 경찰에게 아이의 상태와 옮겨간 병원과 들었던 말을 그대로 일러 주었다. 그들은 내가 말한 것을 적어갔다. 이제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했다.


아이의 정맥로 확보와 삽관이 이어졌다. 탈수와 감염이 심했고 고열이 났다. 아이가 앓은 지 오래돼 보였다. 하지만 의식 저하와 경기는 내과적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웠다. 머리 CT를 찍었다. 뇌출혈이 보였다. 장염과 뇌출혈은 별개의 사건이었다. 경기는 이 때문이었을 것이었다. 부모가 아이에게 신경을 쓰지 못한 것 같았다. 힘이 없는 아이가 넘어진 모양이라고, 우리는 생각했다. 신경외과는 내려와서 뇌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중환자실에 자리가 없었다. 아이는 다른 병원으로 가야 했다. 처치 가능한 병원이 확보되었다. 그 사이에 우리는 엄마와 잠깐 이야기를 했다.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서였다.

 

“혹시, 이런 말씀드리기에는 그렇지만, 아이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학대까지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 제가 아이를 혼자 키워요. 그게 힘들어서, 아이에게 신경을 못 썼더니요, 장염이라서 한 일주일 정도 아이가 밥을 잘 못 먹었어요. 그러다가 아이가 경기까지 하기에 데리고 왔어요.”

 

혼자서 아이를 양육하는 고단함의 토로였다. 이해가 갈 것도 같았다. 우리는 그 앞에서 더 이상 별말을 하지 않았다. 사회적으로 육아가 지옥인 경우도 있을 것이고, 그 와중에 사고와 방치도 있을 것이었다. 아이와 엄마는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다. 아이가 떠난 새벽 다섯 시,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난 뒤에 우리는 학대에 대해 이야기했다. 

 

“엄마가 딱하네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그런 일도 있나 봐요.” 

“그렇지. 그래도 이건 신고해야 해. 우리가 도움을 줄지도 몰라. 그리고 아이 입장에서 신고해야지. 우리는 신고 의무가 있어.”

 

나는 그 새벽, 전화기를 들어 아동학대 의심 정황을 경찰에 직접 신고했다. 찾아온 경찰에게 아이의 상태와 옮겨간 병원과 들었던 말을 그대로 일러 주었다. 그들은 내가 말한 것을 적어갔다. 나는 이제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했다. 사회와 조직이, 힘든 모녀에게 도움을 주었으면 했다. 허나 그리 홀가분하지 않았다. 아이의 어머니를 신고하는 것은 유난히 마음에 걸리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여간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나는 생각했다. 또 그 유난한 만큼 나는 피로에 찌들어 있었다.

 

2. 퇴근하고 밤이 되어서야 잠에서 깼다. 새벽의 일로 마음이 계속 안 좋았다. 문득 전화기가 울렸다. 같이 근무했던 레지던트였다. 느낌이 이상했다. 근무 중이 아닐 때 병원에서 좀처럼 전화가 올 일이 없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매우 격앙된 목소리가 넘어왔다.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선생님. 오늘 아침에 그 아이 때문입니다.”

마음에 걸렸던 일이 불쑥 내 가슴팍을 치었다.

“문제가 생겼어? 엄마에게 항의가 들어왔나?”

“아니요. 그게 아닙니다.”

역시. 불길했다. 불길했다. 거대한 불길함이었다.

“그럼 뭔데?”

“큰일 날 뻔했습니다. 그 아이. 그 엄마. 우리한테 말했던 그 엄마. 엄마가 아니랍니다. 위탁모였대요. 위탁모.”

“어? 그 사람이 엄마가 아니라고?”

“지금 기사도 떴어요. 그리고 아이가, 그 아이가 아니랍니다. 성이 다른, 15개월 아이로 기사가 떴어요.”

“그건 또 뭐야.”

“아이의 신원이 가짜였습니다. 그 엄마, 아니 위탁모가 다른 아이로 접수했던 겁니다.”

“아.”

 

머릿속에서 퍼즐 조각이 마구 뒤섞이다가 한구석부터 맞아 들어갔다. 다른 아이의 신원, 친엄마가 아닌 사람, 죽기 직전의 아이, 제대로 보살폈다면 도저히 그렇게 될 수 없는 아이. 그리고 그 아이가 다른 아이라고 주장하는 위탁모.

 

일단 그는 기록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왜 이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만들어야 했을까. 자신이 아이를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아니지만, 아이를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위탁모였으니까. 아이가 나아지면 없던 일처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이가 항거하지도 못하고, 기억도 없기에 증거가 남지 않는 아동학대의 특징처럼, 이 일도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었다. 

 

“결국 그 엄마, 아니 위탁모가 아이를 그렇게 만들었네. 그거잖아.”

“지금 정황으로는 그렇습니다. 지금 경찰들이 여기 와서 선생님 찾고, 난리 났습니다. 연락 달라고요. 그것보다 저는 충격입니다. 세상에. 우린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

“그렇지. 그것보다, 미친. 하여간, 알았어. 그래. 우리는 할 일을 다한 거야. 됐어. 나한테 연락 달라고 해. 내가 처리할게.”

 

일단 전화를 끊었다. 머릿속에서 남은 퍼즐 조각이 돌아갔다. 누군가가 위탁모에게 아이를 맡겼다. 아이를 직접 돌보기 어려운 사정이었을 테고,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종일 아이는 위탁모와 함께 있었다. 아이는 위탁모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고, 위탁모는 어느 순간부터 아이를 학대하기 시작했다. 이미 끔찍한 범죄의 선을 넘어간 것이지만, 아이는 말을 하지도 않았고 반항하지도 않았고 증거가 남지 않았다.

 

처벌받지 않은 범죄자가 된 위탁모는 이제 죽지 않는 선에서 아이를 본격적으로 학대했다. 아이는 학대받다가도 나았고, 또 다른 학대가 계속됐다. 그리고 어느 날 아이가 장염에 걸렸고, 먹이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학대가 더 있었고, 이제 아이가 경기를 했다. 아이를 보니 정말 죽을 것 같았다. 죽음은 증거가 남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 새벽에 응급실로 아이를 데리고 왔다. 그리고 다른 아이의 신원을 댔고, 간단하게 엄마라고 자신을 밝혔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힘듦에 대해 토로했다.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넘어갈 수도, 아무 일도 아닐 수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전화 한 통이, 이 자연스러운 바퀴를 멈춰 세웠다. 그 신고의 의미는 일단, 이것이었다. 이 조각이 전부 맞춰졌음에도, 머릿속이 한없이 복잡했다. 일단,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3. 우리는 모든 경찰 조사에 협조했고, 진술서를 써냈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새로운 기사에는 그가 ‘6개월 된 아이 학대 혐의’로 구속됐다고 했다. 그 아이는 분명 15개월이었다. 열어보니 같은 위탁모의 다른 아이였다. 경찰이 휴대폰을 복원하자, 6개월 된 아이의 입을 막고 찍은 사진이 발견된 것이다. 그딴 사진이 사람 휴대폰에 들어있었다. 그 사진으로 그는 구속되었다.

 

직업적인 위탁모였다. 하지만, 허가받은 일은 없었다. 내가 본 아이도 명백한 학대였을 것이나, 다른 아이가 넷이나 더 있었다. 다른 아이도 온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기사에서 다른 아이가 화상을 입었으나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던 정황이 밝혀졌다고 했다. 우리는 매일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는 기사를 보며 매일 경악했다. 그는 부모가 돈을 보내지 않아 학대했다고 증언했다. 돈을 보내지 않았다고…. 하지만 피의자는 명백한 증거가 있는 일 외에 다른 모든 것을 부인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신고한 아이는 죽었다. 사건 이후 18일 만이었다.

 

4. 이후 검찰청에서 전화가 왔다. 마지막으로 기소하기 전에, 최초 신고자의 증언이 필요하다고 했다. 검사가 직접 나와 통화했다.

 

“선생님. 이제 기소입니다. 최초 신고자의 증언이 마지막으로 필요합니다. 피의자가 현재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소에는 신고자의 증언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내 이름이 또 여기 남게 되는 것이었다.

“아….”

“선생님. 지금 너무 중요한 사안입니다. 이 사건은 선생님이 처음 신고하지 않았다면, 아이는 그냥 사고로 처리되었을 겁니다. 그리고 아무런 일도 없었을 겁니다. 그 신고 한 통이 지금 다른 아이까지, 모든 것을 밝혀냈습니다. 이 정황까지 밝혀냈고, 계속될 학대를 막아냈습니다. 큰일을 한 겁니다. 용기를 가지세요.”

 

“네. 솔직히, 저는 처음에는 몰랐습니다. 그 사람은 엄마라고 했고, 저는 믿었습니다. 뚜렷한 외상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신고를 안 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동보호단체에서 얼굴을 내놓고 일을 했습니다. 아동학대에 대해 강연도 하고, 홍보도 했습니다. 그 중에 제가 했던 말은, 아이가 어떤 방식으로든 위기에 처했다면, 어떤 사연이 있든 학대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것이 아동학대의 범주라고 생각했습니다. 현장에선 본격적인 학대까지는 생각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사회에 연락한다면, 힘들게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이었습니다. 그게 신고의 이유였습니다. 이런 일일 것이라고는, 솔직히 저도 몰랐습니다. 저는 제가 평소 사람들에게 말한 대로 책임을 졌을 뿐입니다.”

 

“….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그 CT에 대해 묻겠습니다. 진단서에 후두부 골절 및 지주막하출혈이라고 씌어있는데, 그 소견은 정확히 어떻게 되나요.”

“아, 그에 대해서는 얘기할 수 있습니다. 저는 뇌 CT를 많이 봐 왔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뇌출혈이구나, 하고 넘겼던 CT인데, 나중에 조금 더 자세히 보았습니다. 뇌출혈에는 외상으로 인한 것과, 내부에서 질환으로 생긴 출혈이 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 드물게, 저산소증으로 뇌가 괴사되고 붓고 피가 나는 소견이 있습니다. 외부 원인으로 산소가 부족해지는 출혈입니다. 그리고 아이는 전형적인 외상은 아니었습니다. 두개골 골절은 있으나 심하지 않았고, 출혈은 다른 원인이 있어 보였습니다. 아마 세 번째 범주로, 목을 조르거나, 물에 넣었거나, 얼굴을 막았을 것입니다. 아니라면 전형적인 학대로, 아이를 마구 흔들었을 것입니다. 하여간 그 뇌출혈은 절대로 외부의 충격 없이는 생기지 않습니다. 확실합니다. 이에 대해 저는 의사로서 증언합니다.”

“알겠습니다.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5. 정식 기소 이후, 사건은 눈덩이처럼 더 크게 굴러갔다. 검찰의 추궁에 결국 위탁모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나는 매일같이 쏟아지는 기사를 확인했다. 장염과 설사로 아이가 어린이집에 못 가기 시작했다. 그는 그 때문에 보육 스트레스가 커졌다고 증언했다. 그는 열흘 동안 아이에게 한 끼만 주었다. 설사하니 귀찮았다는 이유였다. 마지막에는 급기야 기저귀를 자주 갈아야 한다며 발길질을 했다. 열흘 만에 아이는 경련을 일으켰다. 그 후에도 서른 두 시간의 방치 끝에, 아이는 내 앞에 왔고, 열여덟 날 뒤에 죽었다. 의심했지만, 쉽게 믿을 수 없는 사실이었다.

 

기사에는 다른 학대도 적혀 있었다. 그는 18개월 된 아이를 뜨거운 물에 담갔고, 12개월 된 아이는 손으로 코를 막고 욕조에 넣었다. 이를 찍어놓은 영상도 남아 있었다. 심지어 사람들이 그 위탁모를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다섯 번이나 신고했음이 밝혀졌다. 아이 우는 소리가 이상했다고, 아이가 이해할 수 없는 화상을 입었다고, 그 신고는 전부 합당했지만 전부 종결로 끝났다. 뇌사에 빠진 아이라는 명백한 증거와, 그 새벽의 전화 한 통이 있을 때까지, 이 일은 계속되어 온 것이었다. 또 앞으로도 계속될 수도 있었다.

 

역겨울 정도로 끔찍한 사건이었다. 나는 머리를 찧으며 생각했다. 무서운 일이 또 내 앞에서 지나갔다. 그 자리에는 또 왜 내가 있었을까. 그리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관리되지 않는 위탁모 제도인가, 아동학대의 인식인가, 아니면 근본적으로 괴물을 낳는 사회인가. 이것들이 왜 하필 내 앞에서 지나가는가. 나는 계속 머리를 찧는 채였다. 이 사건에서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나는 맞서 싸워야 할 것이, 너무나 많았다. 지켜야 할 것 또한, 너무나 많았다. 그것들이 내 어깨 위에 올려져, 내 영혼을 짓누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남궁인 응급의학과 의사 · ‘지독한 하루’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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