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아젠다

[돈과법] 박병대 구속영장 기각, 일반인이어도 그랬을까

사유에 '가족관계' 언급 '인권 차원'서 바람직…기각·발부 사유 기재, 영장항고제도 필요

2018.12.10(Mon) 16:36:22

[비즈한국] 지난 7일,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되어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던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해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사유 중 하나로 ‘가족관계’를 든 것이 화제가 되었다. 

 

영장실질심사 당일 박 전 대법관은 ‘기문이망(倚門而望)’을 언급하며 “내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는 판사님에게 달렸다. 나를 법조 선배로 생각하지 말고 잘 판단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 역시 “93세 노모가 있으니 구속을 면하게 해달라”고 변론했다고 한다.

 

‘기문이망’은 중국 고사성어로 어머니가 문에 기대어 서서 아들이 돌아오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을 총괄했던 박병대 전 대법관(가운데)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모습. 구속영장은 기각되었다. 사진=최준필 기자

 

우리 헌법은 형사 피고인에게 무죄추정원칙을 적용한다. 기소되기 전인 형사 피의자에게도 당연히 무죄추정권이 인정된다. 따라서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어야 함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러나 범죄 혐의가 있는 자가 증거를 인멸할 위험이 있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는 인신구속을 통해 범죄의 실체를 밝히고 재범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구속은 검찰 등 수사 기관의 강제처분으로 실체적 진실 발견과 수사 대상자의 인권보호라는 상충되는 이념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예민한 문제다. 

 

법원이 박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인신보호와 방어권보장을 위해 지극히 타당한 것으로 보이지만, 뒷맛이 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법원은 범죄 혐의 중 상당 부분에 대하여 박 전 대법관의 관여 범위 및 정도 등 공모관계 성립에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범죄성립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문제는 추가로 ‘가족관계’를 언급한 점이다.

 

형사소송법에는 구속사유로 피의자(피고인)가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도망 또는 도망할 우려가 있는 경우 구속이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이에 법원은 더 구체적인 기준으로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를 두고 있다. 여기서 ‘가족관계’는 위 구속사유 중 도망할 염려의 고려 요소 중 하나로 기재되어 있다. ‘연로한 부모와 함께 거주하거나 부모를 부양하고 있는지’가 고려 요소 중 하나다. 

 

법원이 ‘가족관계’를 구속사유 고려요소로 파악하는 것은 인권보호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박 전 대법관 같은 고위공직자가 아닌 일반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하는지 묻고 싶다. 대부분의 피의자가 부양가족 등 함께 거주하는 가족이 있기 마련이다.

 

대개 영장실질심사 단계에서 변호인은 피의자에게 부양가족이 있다는 등 가족관계를 거론하며 구속하지 말아줄 것을 법원에 호소한다. 그러나 법원에서 이를 귀담아 듣고 구속여부를 판단했다는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법조계에서는 박 전 대법관 영장기각사유 중 하나로 ‘가족관계’가 언급된 것에 상당수가 의아해하고 있다. 

 

검찰은 법원이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기각에 반발하며 조만간 영장을 재청구 할 방침이라고 전해진다. 검찰로서는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일컬어지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소환을 앞두고 전직 대법관들에 대한 인신구속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반 국민은 과거 정치인, 고위공직자, 재벌 사건에서 그래왔듯이 법원과 검찰이 영장발부 문제로 갈등하는 것이 썩 반갑지 않다. 

 

차라리 다소 감정적으로 보이는 영장 재청구보다는 영장항고제도를 도입해서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즉 구속영장 발부 및 기각은 법원의 결정으로 판단하며, 그 결정에 항고가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능하면 구속 사유 또는 기각 사유를 자세히 기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법원이 대법원 문건 유출 혐의로 청구된 전직 판사 영장을 기각하면서 2838자에 달하는 영장기각 사유를 기재한 것은 하나의 선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지난 1년간 진행된 사법농단 의혹 수사와 관련해서 일반 국민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몇 가지 긍정적인 시사점이 있었다. 이미 법원 내에서 제기한 밤샘수사 문제도 그렇고, 영장발부 고려요소로 가족관계를 적극적으로 고려한 것도 그렇다. 또 영장 기각할 때 기각 사유를 자세히 기재하는 것처럼 영장을 발부할 때도 사유를 자세히 기재하게 되면 이 모든 것이 국민에게 도움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가토 드 뮤지끄] 탐욕이 야기한 말린 과일과 종말, 그리고 전기성
· [클라스업] 당신의 건배사에는 유머가 있습니까
· [돈과법] '교수 조국'이었다면 '민정수석 조국'을 놔뒀을까
· [돈과법] 민주노총은 돌아오라, 국민의 품으로
· [돈과법] 범죄에 상응하는 법의 심판은 있는가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