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이슈

2기 경제사령탑 살리는 길은 '1기 반면교사'?

김동연 패싱‧경제정책 우선순위 충돌‧대기업 방문 논란 등 전철 밟지 말아야

2018.12.15(Sat) 06:58:21

[비즈한국]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0일 퇴임하고,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같은 날 부총리 자리를 이어받으면서 문재인 정부 첫 경제사령탑이 1년 6개월 만에 교체됐다. 이어 14일에는 기재부 1차관에 이호승 청와대 일자리 비서관, 2차관에 구윤철 기재부 예산실장이 각각 임명되면서 홍 부총리를 지원할 경제팀도 구성을 마쳤다. 

 

이처럼 새롭게 2기 경제팀이 꾸려지면서 그동안 최악이었던 경제 성적이 어떻게 바뀔지 주목된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 보였던 각종 정책 시행상 오류를 고쳐나가야 제대로 된 성적이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특히 경제계 일각에서는 이번에 물러난 김 전 부총리의 1년 6개월 행보에 문재인 정부의 경제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만큼 그 전철을 밟지 않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쪽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홍남기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간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 진짜 경제사령탑은 어디?

 

김 전 부총리는 임명 당시 11세에 아버지를 여의고 가족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상고를 나와 은행에 들어갔으면서도 공부를 놓지 않았으며 결국 고시에 합격해 경제사령탑 후보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흙수저’라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을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한 가지 약점은 문 대통령과의 인연이 옅다는 점이 꼽혔다. 

 

김 전 부총리 임기가 시작되면서 이 약점은 경제사령탑이 어딘지 논란을 부르는 블랙홀이 됐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정책 집행이 혼란에 빠져버린 것이다. ‘김동연 패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김 전 부총리의 영이 서지 않았다. 사령탑을 둘러싼 혼란은 야당과 경제계, 언론의 비판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청와대가 뒤늦게 김 전 부총리가 경제사령탑임을 강조하고, 문 대통령이 김 전 부총리 독대 보고를 받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두 개의 사령탑 논란을 끝내 가라앉히지 못했다. 

 

#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충돌

 

경제사령탑을 둘러싼 혼란은 경기 둔화 속에 경제 정책 우선순위의 충돌로 번졌다. 김 전 부총리는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혁신성장이 시급하다고 보고 이곳에 기재부의 힘을 쏟아 부었다. 김 전 부총리는 혁신성장을 위해 박근혜 정부가 만들어놓은 전국 17개 창조경제센터를 활용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하지만 경기 회복을 위한 혁신성장이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으로 인식한 장 전 실장의 반격이 가해지면서 제대로 힘을 받지 못했다. 장 전 실장의 소득주도성장과 김 전 부총리의 혁신성장 간에 헤게모니 싸움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정부가 앞장서서 시장이 가장 꺼려하는 불확실성을 만들어냈으니 경제가 제대로 굴러갈 리 만무했다는 평이 나온다.

 

# 삼성에 구걸? 대기업 방문 논란

 

김 전 부총리는 악화된 고용 해결을 위해 대기업 등 민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나섰지만, 이것도 청와대와 여당의 기류와 부딪혔다. 김 전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을 시작으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대기업 오너들을 잇달아 만나며 적극적으로 투자와 고용을 요청했다. 

 

이는 부총리로서 고용난이 1997년 외환위기 때만큼 나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 대기업 오너들을 만나 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고 투자와 고용을 요청하는, 자연스러운 행보다. 그런데 올 8월 김 전 부총리가 삼성전자를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는 일정을 잡자 청와대는 대기업에 투자나 고용을 구걸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냈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이번에 물러난 김 전 부총리의 1년 6개월 행보에 문재인 정부의 경제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만큼 그 전철을 밟지 않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1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김동연 전 부총리. 사진=박은숙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리와 연루된 대기업, 특히 삼성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한 셈이지만 문 대통령 행보와 비교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문 대통령은 그보다 한 달 전 인도 국빈 방문 당시 뉴델리 인근 노이다 공단에서 열린 삼성전자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이 부회장과 개별 만남을 가졌다. 

 

이때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주기 바란다”는 부탁을 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이 부회장 만남을 놓고 지지층의 반발이 일어나자 진화를 위해 김 전 부총리의 삼성전자 방문 행보를 문제 삼은 셈이다. 

 

# 2기 경제사령탑 ‘홍남기 원팀’ 강조

 

청와대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의식한 듯 홍남기 부총리를 2기 경제사령탑으로 임명하면서 김 부총리 당시 빚어졌던 논란부터 정리하는 모습니다. 장 전 실장을 김 전 부총리와 함께 물러나게 하고, ‘홍남기 원팀’을 강조함으로써 경제사령탑 논란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했다. 

 

홍 부총리는 11일 기자간담회에서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중 하나도 버릴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정책 간 충돌 가능성을 차단했다. 13일에는 “대기업을 안 만날 이유가 없다”면서도 “혹시 대기업 투자를 하면서 특혜를 주고 이런 것에 연결과 우려가 리마인드(반복) 되는 듯한데, 그것도 유념하겠다”며 여권 지지층의 반발 가능성에 사전 방어막을 쳤다.

 

경제계 관계자는 “김 전 부총리 때 드러났던 문제점이 반복되지 않도록 홍 부총리 취임 전후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신흥국 경기 부진 등이 겹치며 위기상황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홍 부총리에게 실제로 얼마나 힘을 실어주느냐가 2기 경제팀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한남동 이사한 정용진, 분당 빈집 왜 증축하나
· 카카오 카풀은 흔들려도 '모빌리티 서비스'는 계속된다
· '한남동 회장님은 어떤 집에 살까' 설계도로 본 재벌의 삶
· 예산안 발등의 불 정부, '선수'도 '내용'도 부실 논란
· '홍남기의 미래?' 역대 정부 1~2번째 경제수장 성적 비교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