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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법] 대한법률구조공단의 기능도 사법개혁 대상이다

막대한 국가 재원 투입되고 국민 생활과 밀접함에도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 행보

2018.12.17(Mon) 09:18:32

[비즈한국] 지난 10월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법률구조공단의 정상화를 촉구한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공단·이사장 조상희)도 즉각 강한 유감을 표시하며 반박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변협과 공단이 상호 비판을 해가며 설전을 펼친 일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변협은 공단 직원들이 법률상담을 하는 잘못된 관행을 해결하지 않고 오히려 직제를 개편해 직원들에게 기관장 보직을 주려는 것과 변호사들을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공단은 법률상담은 직원들도 할 수 있으며, 직제개편은 검토단계에 있을 뿐이고, 계약직 채용문제도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막대한 국가 재원이 투입되고 국민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기능도 개혁의 대상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경북 김천시에 위치한 대한법률구조공단 본부 전경. 사진=대한법률구조공단 페이스북


대한법률구조공단은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법을 몰라서 법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시민에게 법률구조를 하기 위해 1987년 설립됐다. 쉽게 말하자면, 국가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민을 위해 무료로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공단이 발표한 2017년 업무현황을 보면 공단은 변호사 100명, 일반 직원 485명, 공익법무관 172명 등 956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예산은 일반회계가 국고보조금 458억 원, 자체세입 471억 원으로 총 929억 원이다. 1년간 민사 등 구조건수가 15만 2076건이고, 형사사건은 1만 9316건이다. 소송대리건수만 무려 17만 건이 넘는다. 전국에 18개 지부, 41개 출장소가 있으며 72개 지소가 있다. 전국 어느 곳이나 공단이 미치지 않는 곳은 거의 찾기가 어렵다. 우리나라에 ‘무변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 역할을 다하는 것처럼 보이는 공단 주변이 시끄러운 이유 중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사건의 편중성이다. 민사구조건수 중 임금사건이 8만 7805건이다. 민사 중 약 57%에 달한다(그 외 가사사건이 1만 3591건). 공단에서 취급하는 사건 중 둘 중에 하나는 임금사건인 샘이다. 이로 인해 공단의 역량이 임금체불사건 해결에 소진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짐작되는 이유가 있다. 공단은 2005년 고용노동부와 업무협약을 체결, 임금체불 피해 근로자에게 무료법률구조사업을 실시하며 변호사 보수를 고용노동부로부터 대납 받고 있다. 이는 곧 공단의 자체세입이 된다. 양육비, 가정폭력 이혼 등 가사사건의 경우 여성가족부로부터 변호사보수를 대납 받는 것도 마찬가지 구조다. 

 

따라서 공단이 당사자에게 돈을 받지는 않더라도 정부로부터 대신 돈을 받는 구조이기에 실질적으로 영리활동을 하는 것으로 오해를 살 우려가 있다. 자칫 돈 되는 사건에 치중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형사사건을 보자. 공단 소속 변호사들은 형사 국선변호를 하면서도 피해자 국선변호도 하고 있다. 이에 대한 보수 역시 대부분 공단의 자체세입에 귀속된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을 변론하고, 반대편에 있는 범죄 피해자도 변호하는 것이다. 공단이 법무부 산하 기관인 점에서 형사 국선변호를 한다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더욱이 공단 변호사들의 과중한 업무량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도 이제는 손을 놓아야 한다. 2016년 공단 소속 변호사 및 공익법무관 1인당 평균 사건 수는 약 666.7건이나 된다.

 

구조 대상자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것도 문제다. 공단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시하는 기준중위소득 125%까지 무료로 소송지원을 한다. 이는 4인 가구 기준 월 소득 564만 9000원까지 구조 대상자에 포함된다는 뜻이다. 법원에서 무료로 공단 변호사 도움을 받고 고급차 타고 집으로 간다는 소리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자를 돕자는 법률구조법의 취지에 맞게 소득기준을 낮추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으면 자칫 절실히 도움이 필요한 국민에게 제때 도움을 주지 못할 우려가 있다.

 

사실 변호사가 볼 때 가장 심각한 문제는 변호사가 아닌 직원의 상담을 통해 구조가 결정되는 현실이다. 공단에 처음 가면 직원이 상담하는 것이 관행이다. 상담을 통해 승소 등 구조 가능성이 있으면 직원은 변호사인 지부장에게 결재를 받는다. 그러나 상담을 통해 승소 가능성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일은 다년간 소송을 해본 변호사에게도 어려운 영역이다.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아닌 직원에게 진단을 받는다고 상상해보라.

 

변호사와 직원은 각자의 역할이 있다. 비교적 입증이 쉬운 임금 및 가사사건이 공단 사건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한다는 통계와도 관련이 없지 않다. 상담에서 구조까지 변호사가 관여해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 따라서 기관장을 직원이 맡을 수 있도록 검토한다는 공단의 입장은 공단 설립 취지에 맞지 않아 보인다.

 

사법개혁은 주로 법원과 검찰을 위주로 논의되고 있지만, 막대한 국가 재원이 투입되고 국민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공단의 기능도 그 개혁의 대상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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