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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음악일기] 최신 힙합과 함께하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구세대가 청춘이던 시절의 음악이 아닌 지금 세대의 음악이 쓰인 본격 청춘 무비

2019.01.02(Wed) 13:35:48

[비즈한국] 시간이 흘러도 멜로디의 음(pitch)은 비슷합니다. 반면 리듬(rhythm)은 유행에 민감합니다. 어떤 노래가 트렌디하지 않다고 느껴질 때는 대부분 음보다 리듬 때문에 그렇습니다. (‘김도훈의 작곡법’ 중)

 

좋은 멜로디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머니 코드’라고 알려진 코드 진행도 과거나 현재나 비슷합니다. 가수 신해철은 생전 “좋은 멜로디는 이미 비틀스가 다 만들었다”고 한탄하기도 했습니다.

 

리듬은 다릅니다. 트렌디한 음악에는 그들만의 비트가 있습니다. 1980년대 댄스음악은 지금 들으면 느리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로운 음악에 새로운 리듬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트렌디한 음악이라면 힙합을 꼽을 수 있습니다. 가장 리듬이 두드러지는 음악이기 때문이지요. 최근에는 힙합에 강렬한 멜로디와 우울함, 정서 등을 가득 섞어 과거 록, 팝이 표현했던 음악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청춘을 표현하기 위해 요즘 힙합을 적극 차용한 영화가 나왔습니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사운드트랙입니다.

 

영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한 장면. 사진=소니 픽처스


이 영화의 OST(Original Sound Track)는 주인공인 마일스 모랄레스(Miles Morales) 같은 10대 청소년들이 즐겨들을 법한 노래를 테마로 만들었습니다. 젊은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음악인 힙합이 적극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전에 등장한 ‘스파이더맨 홈커밍’에는 롤링스톤스 등 과거 록 음악이 나옵니다. 지금 50~60대가 된 중년들이 청춘 시절 들었던 음악입니다. 청춘을 다뤘지만 과거를 보여주는 영화임을 음악으로 보여준 셈입니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다릅니다. 현존 최고의 랩스타 포스트 말론(Post Malone)을 필두로 제이든 스미스(Jaden Smith), 주스 월드(Juice WRLD), 아미네(Aminé) 등 현재 뜨겁게 성장 중인 루키 힙합 뮤지션 위주의 힙합 음악을 담았습니다. OST는 음악 그 자체로 끝나지 않습니다. 청춘에 감정적인 느낌. 뉴욕 도시를 걷는 경쾌한 스텝. 이 모든 것이 음악과 화면을 통해 등장했습니다.


포스트 말론(Post Malone) & 스웨 리(Swae Lee) -‘선플라워(Sunflower)’ 

 

이 앨범에서 가장 성공한 음악은 빌보드 3위에 오른 곡이자 앨범의 첫 싱글인 ‘선플라워(Sunflower)’입니다. 영화에서 마일스 모랄레스와 함께 등장하는 노래입니다. 청춘의 혼란을 담은 가사. 화려한 색감과 어울리는 ‘요즘 느낌’의 멜로디. 지금 고등학생이 들을 듯한 트렌디한 비트까지, ‘이 영화는 이런 영화다’라고 멋지게 요약해서 보여준 곡입니다. 

 

최고의 랩 스타 포스트 말론과 신예 스웨 리(Swae Lee)가 참여했습니다. 이처럼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시종일관 청춘의 감정적인 모습을 거침없이 최근 힙합 느낌으로 보여줍니다.


두 번째 싱글은 블랙웨이(Blackway)와 블랙 캐비어(Black Caviar)가 참여한 ‘왓츠 업 데인저(What's Up Danger)’입니다. 주인공 마일스 모랄레스가 마침내 스파이더맨으로 각성해 빌딩 숲을 날아다니는 순간 흘러나온 노래였습니다. 위험을 직시하고 날아오르기 시작한 청춘의 모습을 보여주는 멋진 곡이였지요.

 

이 외에도 음악은 영화의 요소를 표현하는 데 재치 있게 활용됩니다. 흑인 아버지와 히스패닉 어머니를 둔 다인종 국가의 다양한 문화가 담긴 느낌은 스페인어가 섞인 랩 ‘패밀리아(Familia)’로 표현했습니다. 주인공의 삼촌이 등장할 때는 과거의 힙합 음악인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us B.I.G.)의 음악을 보여주면서 과거 흑인문화를 소환합니다. 


블랙웨이(Blackway) & 블랙 캐비어(Black Caviar) - ‘왓츠 업 댄저(What's Up Danger)’ 

 

주인공 마일스 모랄레스의 설정 또한 힙합 음악과 닿아 있습니다. 마일스는 스티커를 붙이고 그래피티를 하는 힙합 예술가입니다. 그가 사용하는 색감은 밝은 형광색에 가까운 최근 힙합의 색감입니다. 그는 영화의 음악이 가감 없이 보여주는 혼란, 고통, 소위 ‘성장통’에 휩싸인 인물입니다.

 

고등학생이 주인공인 영화에 최근 유행하는 힙합 음악을 사용하는 건 얼핏 보기엔 쉬운 생각입니다. 하지만 실현하기는 어려운 생각입니다.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어른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최근의 스파이더맨 영화 ‘홈커밍’에서도 주인공은 고등학생이었지만 롤링스톤스 등 흘러간 청춘 음악이 나옵니다. 지금 시대의 청춘보다는 어른들의 흘러간 청춘을 추억하는 영화에 가까웠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던 건 힙합의 변화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과거 ‘센 척’하던 힙합이라면 불가능했을지 모릅니다. 지금은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 드레이크(Drake)를 필두로 래퍼가 가진 불안함, 우울함 등을 드러내는 게 대세가 됐습니다. 덕분에 청춘의 찌질한 고민을 가감 없이 드러낸 청춘 영화도 힙합을 사용할 수 있는 겁니다.

 

음악은 점차 음악 그 자체로 사랑받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무대 매너, 외모, 안무 등은 물론 뮤직비디오 등 영상 매체까지 합쳐 토털 패키지로 보여주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런 방식을 아쉬워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음악을 그 자체로 사랑하기 어려워진 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어쩌면 과거에 보지 못한 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대가 된 건지도 모릅니다. 캐릭터의 연령, 인종, 문화, 고민을 표현하고 이를 넘어 영화의 색감, 편집 리듬, 유머까지 음악이 참여해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시대입니다. 진짜 청춘이 듣는 최근 힙합이 넘실거리는 청춘 영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였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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