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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4] 김은진-무수한 가지로 얽힌 나무, 그리고 인간

2019.01.08(Tue) 10:22:19

[비즈한국] 작가들은 빈 캔버스로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설렌다고도 한다. 작품을 구상하고 완성한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작품 제작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것이다. ‘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 시즌4를 시작하는 마음도 같다. 초심으로 새롭게 정진하려고 한다. 미술 응원의 진정한 바탕을 다진다는 생각으로 진지하고 외롭게 작업하는 작가를 찾아내 조명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미술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경향을 더욱 객관적 시각으로 조망해 한국미술의 미래를 보여주려는 노력도 병행할 것이다.

 

Moment: 162.2×112.1cm 장지에 채색 2015

 

천산조비절(千山鳥飛絶) / 만경인종멸(萬徑人踪滅)

고주사립옹(孤舟蓑笠翁) / 독조한강설(獨釣寒江雪)

온 산에 새 한 마리 날지 않고 / 하 많은 길 사람 자취 끊긴 지 오래

외로운 배 도롱이에 삿갓 쓴 늙은이 / 혼자서 낚시질 추운 강엔 눈 만 내리네

 

겨울 경치가 눈앞에 그려지는 강설(降雪)이다. 단순히 풍경을 읊은 시일까. 명작 반열에 오른 이 한시를 쓴 이는 당나라 때 관리를 지낸 유종원이다.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으로 꼽힐 정도로 중국 문학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개혁 정치에 힘을 보태다 지방 한직으로 좌천돼 생을 마쳤다. 

 

그런 심경을 경치에 담았다. 시람은커녕 새조차 찾지 않는 외로운 신세가 된 자신의 처지를 눈 내리는 찬 강에서 비루한 몰골로 낚시하는 늙은이로 그렸다. 한겨울 언 강에선 고기조차 잡힐 리 없겠지. 한시는 이처럼 서정적 풍경에다 심지 깊은 생각을 담는다. 산수화 역시 그렇다.

 

또 다른 시간: 130.0×193.9cm 한지에 채색 2017

 

예부터 동양에서 사람은 자연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양미술에는 자연을 주제로 삼은 그림이 많다. 산과 물을 그린 이런 그림을 ‘산수화’라고 불렀는데, 한나라 시대부터 수묵으로 그렸다고 하니 대략 2000여 년 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시대의 산수화는 독립된 풍경을 주제로 하지 않았다. 대부분이 종교적 의미를 담았다.

 

사실 동양미술은 산수화의 역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산수화는 단순히 자연의 경치만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그리는 이의 마음을 대신하거나 보이지 않는 세계의 이치를 담기도 했으며, 자연을 움직이는 거대한 힘을 보여주기도 했다. 1500여 년 전부터는 독립된 풍경으로 탐구했고 그리는 기법도 확립되었다. 이런 생각을 담아냈던 그림이 우리에게 익숙한 산수화다.

 

김은진은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다. 그 중에서도 산수화에 관심을 두고 자신의 작품 세계를 다져왔다. 기법은 전통 방식을 고수하지만 현대적 감성을 위한 자신만의 구성을 터득했다. 그러나 작품 속에 생각을 심는 방법은 전통 산수화 어법을 따르고 있다. 

 

시선_원: 50×50cm 삼베에 채색 2018


 

그는 나무를 그린다. 대부분은 한 그루를 화면 가득히 채우지만 여러 그루의 나무가 숲을 형성하는 경우도 있다. 화면 가득히 무수한 가지로 얽힌 구성이다. 잔가지들이 다소 혼란스럽게도 보이지만 거기에는 분명한 질서가 있다. 일정한 리듬감으로 연결된 유기적 구성이다. 그리고 전통 물감과 보조재를 이용해 겹쳐 칠해 화면의 깊이를 보여준다. 

 

무슨 심경을 담은 것일까. 자신을 둘러싼 인간관계를 나무에 빗댄다. 나무로 보이는 자연물은 뿌리부터 줄기, 가지 그리고 잎새까지 유기적으로 연결하기에 나무라는 존재 가치를 보여준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인간 세상의 유기적 관계를 말하고 있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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