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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원 잃고 쏟아진 임세원법'은 지금 어디쯤 와 있나

발의 법안 8건, 가중처벌 중심, 사법치료명령제 눈길…"중장기적 논의 시작이 중요"

2019.01.11(Fri) 15:35:07

[비즈한국] ‘임세원법’이 잇달아 발의되고 있다. 임세원법은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가 정신질환 환자로 인해 사망한 후 나온 대책을 담은 법안이다. 의료 행위가 이뤄지는 곳에서 발생한 폭행을 가중처벌하고, 병원 등 의료기관의 보안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국민적 관심을 등에 업고 그 어느 때보다 입법 움직임이 활발하지만, 법안이 이대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가중처벌이 능사가 아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 또 법이 바뀌어도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중소병원이 보안 인력 충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의료인 폭행을 가중처벌하고 의료기관 내 보안 강화를 골자로 한 ‘임세원법’이 잇달아 발의되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보고를 하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박은숙 기자


# 처벌·보안 강화…박능후 복지부 장관 “가중처벌이 능사는 아냐”

 

현재 국회에 발의된 임세원법은 총 8건. 이 중 5건이 의료인 폭행을 가중처벌 하거나,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장소의 보안을 강화하자는 내용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의료진에 대한 폭행을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임세원 교수가 숨지기 전에도 의료진 폭행 사건은 꾸준히 발생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병원 등 의료기관 내 폭행은 2015년 896건에서 2017년 1062건으로 약 1.2배 증가했다.

 

8건의 임세원법을 분석해보면 우선 의료진 폭행에 대한 처벌 강화 법안이 주를 이룬다.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은 의료인 폭력행위에는 징역형만을 선고하자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 당 윤종필 의원도 의료기관에서 의료인을 폭행해 상해·중상해·​사망에 이르게 하면 가중처벌 한다는 내용의 법률안을 내놓았다.

 

이는 우리나라가 해외보다 의료진 폭행의 처벌 강도가 약하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진을 폭행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해외는 조금 다르다. 미국과 호주는 각각 최고 7년, 14년형을 내린다. 또 국내법의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에, 처벌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었다는 분석이다.

 

임세원법에는 비상벨과 같은 보안장비를 갖추고, 보안요원 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상당수 포함됐다. 김승희 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는 ‘의료진의 안전을 위한 비상벨·​비상문·​비상 공간을 설치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설치비용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윤상현 한국당 의원 역시 진료실 가까운 곳에 안전요원을 배치하는 내용이 골자인 의료법 개정 법률안을 제시했다.

 

현재 이 법안은 모두 입법 예고 중이다. 보건복지위원장이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에 회부된 임세원법 8건의 입법 취지와 주요 내용을 국회 공보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국민들에게 알린 후 심사에 들어간다. 복지위와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정부에 이송돼 최종적으로 공포될 예정이다. 복지위에서 신속히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이르면 2월 임시국회에서 임세원법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임세원법’은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근본적 대안이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안을 강화하는 데 소요되는 재정을 어떻게 충당할 지도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 사진=박은숙 기자


다만 법률안이 수정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정부가 처벌 강화에 난색을 보이기 때문.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9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현안 질의에서 “가중처벌은 능사가 아니다”며 “예방을 강화해야지 사후 처벌을 강화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정 문제 또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법률안대로 보안장비를 구축하고 보안 인력을 늘리려면 상당한 예산이 필요하다. 이미 서울대학교병원은 자체적으로 보안 요원을 증원하고 이들에게 방검조끼와 전기충격기 등을 지급했다. 그러나 대형병원이 아닌 중소병원은 재정난 탓에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 이를 둘러싸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과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의료법 개정 움직임을 두고 환자단체 및 의료계는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 등 의료 단체는 9일 공동 성명서를 내고 의료법 개정을 통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환자단체연합회도 임세원법을 신속히 처리해달라고 8일 요구했다.

 

이들이 의료법 개정을 반기는 이유는 임세원 교수 사건 이전에 발의된 응급실 외 장소에서 발생한 폭력행위 관련 법안 6개가 국회에 장기 표류된 상태였기 때문. 해당 법안들은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삭제하고 벌금형을 삭제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당시 법률안을 검토한 보건복지위원회는 “취지는 타당하나,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모든 진료 방해 또는 폭행 등의 행위에 대해 일률적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한지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복지부 또한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면 가해자와 피해자 간 개인적 분쟁 해결 가능성이 원천 차단된다”는 우려를 표했다.

 

# 정신질환자 체계적 관리 촉구…사법치료명령제 도입되나

 

정신질환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안전한 진료환경을 구축하려면 국가적 차원에서 중증정신질환자에게 치료를 강제해야 한다는 것. 정신질환자가 저지르는 범죄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정신과에서​는 임 교수가 사망한 지 9일 만에 흉기를 소지한 환자가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의 대안으로 ‘사법치료명령제(사법치료제)’가 주목받는다. 사법치료제는 중증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을 법원 판단에 맡기는 제도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체계적인 치료를 통해 이들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 이 제도가 대안으로 등장한 배경에는, 현행 정신건강보건법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입원 기준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설정했다는 비판도 깔려 있다.

 

고 임세원 교수 유족은 정신질환자들이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해결책을 주문했다. 국회에서는 그 해결책으로 사법치료명령제와 외래치료명령제를 내놓았다. 사진=강북삼성병원 제공


현재 정신질환자를 강제 입원하려면 △입원 치료 또는 요양을 받을 만한 정도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고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고 △​입원 후 2주 이내에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에 소속된 2명 이상의 정신과 전문의에게 입원 판정을 받아야만 한다. 세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해당 법은 2016년 ‘본인의 동의가 없더라도 보호자 2인이 동의하고 전문가의 소견이 있으면 강제 입원시킬 수 있다’는 조항에 헌법재판소가 “정신질환자 신체의 자유의 침해 소지가 있다”며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후 개정됐다.

 

그러나 정부는 사법치료제 역시 현실적으로 도입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사법치료명령제는 법제처 등 사법기관들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외래치료명령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행법에는 정신질환자의 외래치료 명령을 청구할 수 있는 주체가 정신의료기관장뿐이고 반드시 보호 의무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렇다 보니 치료가 필요한데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중증 정신질환자들이 많다. 4일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신건강복지센터장도 외래치료 명령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명령 청구 시 보호 의무자의 동의 절차를 삭제하는 법률안을 발의한 상태다.

 

임 교수가 사망한 후 무성하게 나오는 대책을 둘러싸고 전문가들은 ‘땜질식 처방’이 아닌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삼식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환자의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고 본다. 비상벨을 늘리겠다는 것도 (정책적으로) 굉장히 수동적인 방법”이라며 “한두 가지 단편적인 방법보다 정신질환자의 의료 체계를 재정립하는 쪽으로 접근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정신질환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항상 경제성장 등 물질적 발전에만 몰두하고 사회 시스템적인 준비는 하지 않았다”며 ​“늦은 과도기를 겪고 있다고 보면 된다. 앞으로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지금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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