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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4] 전인수-뉴욕에서 찾은 한국미술의 정체성

2019.01.22(Tue) 10:39:09

[비즈한국] 작가들은 빈 캔버스로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설렌다고도 한다. 작품을 구상하고 완성한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작품 제작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것이다. ‘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 시즌4를 시작하는 마음도 같다. 초심으로 새롭게 정진하려고 한다. 미술 응원의 진정한 바탕을 다진다는 생각으로 진지하고 외롭게 작업하는 작가를 찾아내 조명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미술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경향을 더욱 객관적 시각으로 조망해 한국미술의 미래를 보여주려는 노력도 병행할 것이다.

 

Flow #8: 100×50cm natural lacquer on wooden panel, gold leaf 2018


전통을 소홀히 다루는 민족에게 과연 내일이 있을까. 먼저 살아간 사람들이 많은 시간에 걸쳐 열정을 쏟아 만들어낸 가치는 소중하다. 민족이 지닌 독자적인 정신의 숨결로 빚어낸 고유성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의 가치가 국제적 경쟁력의 척도로 떠오른 금세기에 들어서 전통의 존재가 더욱 중요하게 인식되는 이유다. 민족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문화가 곧 국제적 경쟁력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따라서 현재를 살아가는 예술가들에게 이런 시대적 문제의식은 반드시 지녀야 할 덕목으로 보인다. 예술가는 정신적 가치를 생산하는 것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전인수의 존재는 대견하게 보인다. 시대정신을 읽고 스스로 대처하는 예술가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래의 작가들에게서 쉽게 찾기 어려운 면모다. 

 

Meditaion #3: 85×120cm natural lacquer, gold leaf on wooden panel 2015


 

많은 작가들이 서구의 팝아트나 개념미술을 혁신과 진보라는 이름으로 떠받들며 모방하는 이 때, 전인수는 우리 전통에다 눈을 맞추고 있다. 전통 공예기법인 옻칠과 나전에서 자신의 회화 언어를 찾아냈다. 전통 방식을 철저하게 익혀서.

 

그는 왜 또래 작가들이 눈길조차 주지 않는 케케묵은 전통에 관심을 두는 것일까. 깨달음이다. 자기 성찰을 통한. 진정한 작가로 나아가는 데 반드시 거쳐야 할 자각이다. 

 

전인수는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박물관에서 7년간 정식 직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그것도 소장품 관리와 관련된 중요한 업무였다. 이런 경험은 그에게 한국의 전통 예술이 얼마나 독창적인지를 깨닫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냉엄한 글로벌 시대에 경쟁력을 가지려면 민족의 고유성과 정체성이 분명한 예술만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택한 것이 전통 공예기법을 바탕으로 한 현대 회화작업이다.

 

그는 옻칠기법을 전통 방식 그대로 자신의 회화 작업에 도입하지만, 이것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전인수가 전통에서 차용하는 기법은 나전, 금박, 전통 채색 등 여러 가지다. 자신의 회화관을 효과적으로 발현할 수 있다면 어떤 기법이라도 과감하게 수용하는 개방적 태도를 보인다. 전통의 현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셈이다. 이런 방식으로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Blossom #3: 지름 75cm natural lacquer, gold leaf, mother of pearl, crystal on wooden panel 2015

 

 

자신만이 만들 수 있는 독보적인 작업에 도전하려는 것이다. 그가 전통 기법에다 담아내는 것은 동양적 감수성의 자연관이다. 자연의 오묘한 변화를 다양한 전통 기법으로 융화해내고 있다. 

 

그래서 전인수의 회화는 추상화처럼 느껴진다. 색채는 강하지만 침잠되어 깊은 맛을 내고, 꽃이나 식물의 일부분이 초현실적 분위기를 나타낸다. 우리 전통의 고급스런 미감이 이 시대 회화 언어로 되살아나고 있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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