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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4] 정연희-나의 도시는 따뜻하다

2019.02.04(Mon) 09:00:31

[비즈한국] 작가들은 빈 캔버스로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설렌다고도 한다. 작품을 구상하고 완성한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작품 제작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것이다. ‘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 시즌4를 시작하는 마음도 같다. 초심으로 새롭게 정진하려고 한다. 미술 응원의 진정한 바탕을 다진다는 생각으로 진지하고 외롭게 작업하는 작가를 찾아내 조명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미술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경향을 더욱 객관적 시각으로 조망해 한국미술의 미래를 보여주려는 노력도 병행할 것이다.

 

달빛야행 오늘을 위해 지새운 달빛 160cm×91cm 한지에 모시 콜라주 2017


도시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회색과 직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낮은 냉정한 이성의 세계다. 어둠과 불빛이 은밀한 조화를 이루는 밤은 촉촉한 감성에 젖는 시간이다. 특히 인적 끊긴 새벽 도심은 적막하지만 묘한 매력을 준다. 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서정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도시의 상반된 모습에서 새로운 미감을 다져왔다. 

 

도회인이 키워낸 가공된 정서에는 일정한 간격이 보인다.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보는 정서다. 소위 말해서 쿨한 감성이다. 도시에 사는 이들은 비나 눈, 바람을 맞지 않는다. 커다란 사무실 창문이나 아파트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것을 즐긴다. 갓 내린 원두커피 향이 은은히 퍼지는 2층쯤 되는 카페의 넓은 창으로 바라본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겠지. 그렇게 바라보면서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다. 추억 같은 것이겠지. 

 

정연희의 회화는 이런 도시인의 감성을 잘 드러낸 풍경화다. 우선 바라보는 시점에서 일정한 거리가 보인다. 멀찍이 조망하는 각도의 구성이다. 굳이 상관하지 않고 바라보며 거기서 느껴지는 자신만의 감성을 즐기려는 태도를 보여준다. 

 

물에서 잠드는 꽃, 수련1 61cm×91cm 한지에 모시 콜라주 2018


 

따라서 그의 그림은 원경이 주류를 이룬다. 강변을 따라가며 늘어선 아파트 단지거나 빌딩 숲의 중간 지점 혹은 공원 같은 숲을 앞에 둔 도심의 어느 공간이다. 그 장소들은 모두 실재하는 곳으로 단박에 어디인지 알아챌 만한 빌딩도 보인다. 

 

작가는 이런 도심의 공간에서 젊은 세대의 쿨한 정서를 키웠으며 이를 주제이자 소재로 삼아 작품화한다. 그래서 그의 회화에서는 젊은 세대의 정서가 잘 드러나 있다. 어떤 색깔의 정서일까.

 

작가는 “도시가 치열한 삶의 각축장이지만 그 속에서 감성을 다져온 자신과도 같은 세대에게는 안온한 감정을 주는 공간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도시의 생태에서 긍정적 시각을 찾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런 생각은 그의 작품 제목에서도 재미있게 읽힌다. 이를테면 도심의 밤풍경에 시리즈 제목으로 ‘달빛 야행’이라는 서정적 제목을 붙인다거나, 부제로 ‘오롯한 나의 밤’ ‘오늘을 위해 지새운 달빛’ 같은 자신만의 정서를 시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빛나는 공백 130cm×160cm 한지에 모시 콜라주 2017

 

 

도시의 순기능에 눈길을 맞춘 작품도 여럿이다. 아파트 단지를 배경 삼아 한강 유람선을 그려낸 작품이 그런 것 중 하나인데, 색채도 따스하고 동화적 감상성까지 보인다. 제목에서도 엿보이는데, ‘배려가 있다면 함께 걸을 수 있다’거나 ‘혼자 가는 길도 결국 함께 가는 길’ 같은 것이다. 

 

정연희에게 도시는 흔히 속단해버리는 고독과 냉정함의 현실이 아니다. 자신의 정서를 키워주었으며, 삶에 대한 치열함과 안정된 공간의 의미를 가르쳐준 현재의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그가 그려낸 도시 풍경은 따스하다. 전통 재료인 염색한 모시를 콜라주 기법으로 연출한 회화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전준엽 기자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bizhk@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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