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마이리얼트립·글로벌 에어비앤비 '통합앱 도전' 앞과 뒤

[비즈한국] 해외 현지투어로 입지를 굳힌 국내 스타트업 마이리얼트립이 플랫폼 내에 항공권과 숙박 예약 서비스를 오픈했다. 세계적인 숙박 공유기업으로 독보적인 행보를 보여온 에어비앤비도 현지투어 서비스인 ‘트립’을 오픈한 데 이어 항공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 플랫폼은 현지투어와 숙박공유라는 분야에서 특화를 이룬 전문 앱이지만 최근 여행에 필요한 고객의 모든 니즈를 구현하겠다며 항공·숙박·현지투어를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으로 거듭나려 하고 있다. 이들의 도전은 전문 앱에서 통합 앱으로의 진화에 성공할 수 있을까, 아니면 레드오션의 수렁에 빠질까.

마이리얼트립이 최근 여행에 필요한 고객의 모든 니즈를 구현하겠다며 항공·숙박·현지투어를 아우르는 통합플랫폼으로 거듭나려 하고 있다. 사진=마이리얼트립 제공

국내외 경기침체 속에서도 여행시장만큼은 장밋빛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한국인 출국자 수는 2010년 약 1249만 명에서 2018년 약 2870만 명까지, 9년 연속 신기록을 달성 중이다. 국내 여행시장도 약 65조 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연간 경제성장률이 2%대인 반면, 여행시장 성장률은 연평균 9.5%이며 출국자수도 연평균 16%의 성장세다. 국민소득 증가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으로 여행시장이 지속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 아래 국내 업체는 물론 글로벌 여행 플랫폼들까지 가세해 국내 개별 자유여행 시장의 경쟁도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여행 플랫폼들 간의 경쟁을 들여다보려면 먼저 여행의 구성 요소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여행의 카테고리는 크게 항공, 숙박, 현지투어로 구성된다. 이 세 가지를 한데 묶은 것이 패키지 상품이고 이들을 각각 개별 구매해 자기만의 일정을 짜면 자유여행이 된다. 국내에서 특히 강세던 단순 패키지 시장이 해마다 축소되고 항공, 숙박, 현지투어의 개별 구매 시장이 커지는 추세다. 젊은 층의 개별자유여행에 대한 욕구와 모바일 플랫폼 활성화 시점이 맞아떨어지며 국내는 물론 해외의 온라인 여행사가 국적을 불문하고 국내 소비자의 손 안으로 들어왔다.

흔히 OTA(Online Travel Agency)라 불리는 온라인 여행사들은 그간 특성화를 통해 입지를 굳히는 모양새였다. 스카이스캐너와 카약은 항공권 예약 분야에서, 부킹닷컴과 호텔스컴바인, 에어비앤비 등은 숙박예약 분야에서, 클룩과 케이케이데이 등은 현지투어 예약 분야에서 전문성을 보이며 성장했다. 이들은 모두 다국적 글로벌 OTA들이다. 말하자면 세계대전이 벌어지고 있는 여행시장에서 OTA 중 일부는 통합 앱으로의 변신을 통해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 국내 토종 스타트업 마이리얼트립, 항공·숙박까지 아울러

글로벌 OTA들의 위협적인 공세 속에, 2012년 자유여행객과 현지 한인 가이드들을 연결해주는 중개 플랫폼으로 시작해 입지를 굳힌 국내 토종 OTA 마이리얼트립이 현지투어뿐 아니라 항공과 숙박까지 더해 여행 토털 솔루션을 선보이겠다고 나섰다. 여행자가 항공권과 호텔, 현지투어를 각각 다른 플랫폼에서 따로 구매하는 수고를 줄이고 현지에서 뭐하고 놀지뿐 아니라 어떻게 가고 어디서 잘지 등, 여행의 A to Z를 다 해결해주는 원스톱 플랫폼이 되겠다는 것이다.

마이리얼트립은 현재 전 세계 80여 개국, 630여 도시를 베이스로 가이드투어, 액티비티, 현지체험, 입장권, 교통패스, 렌터카 등 약 1만 8000개의 여행상품을 판매한다. 자사 발표에 따르면 2019년 1월 현재 누적 이용객 380만 명, 누적 후기 약 40만 개다. 2018년 연 거래액은 약 1300억 원, 2019년 1월 거래액은 약 220억 원이며 이를 기반으로 이제까지 약 3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여기에 최근 항공과 숙박 서비스가 더해진다.

일각에서는 최근 170억 원의 신규 투자 유치가 사업 확장의 촉매제가 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지투어로 나름 잘나가는 마이리얼트립이 마진 없는 레드오션인 항공 예약 시장에 뛰어들고, 이미 기라성 같은 글로벌 OTA가 선점한 듯 보이는 해외 호텔 예약 시장에 진입한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승산이 있다, 없다 의견도 분분하다.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는 “그간 쌓은 노하우에 데이터 분석능력을 더해 한국인의 취향에 맞는 큐레이션을 제공하고 항공권 최저가 정책을 통해 유입고객을 늘릴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인다. 큐레이션이란 고객맞춤 콘텐츠를 수집해 제안하는 서비스다. 카테고리의 단순 나열이 아니라 하나의 상품을 구매한 고객의 여행지역과 성향 등을 분석해 또 다른 고객맞춤 상품을 제안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국 런던행 항공권을 구매하고 런던의 특정 호텔을 예약한 고객에게 그 지역과 성향에 맞는 현지투어를 제안한다. 혹은 홍콩의 유니버셜 스튜디오 입장권을 구매한 가족이나 연인에게 나이와 특성 등을 고려한 인근의 숙박시설을 제안할 수도 있다. 이를 교차판매(Cross Selling)라 한다. 하나의 상품과 연관된 추가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여행 플랫폼 관계자는 “교차판매는 모바일 예약이 활성화되기 시작하던 2013~2014년부터 어느 플랫폼에서나 지향하고 고민하던 문제다. 하지만 고객들의 예약습관이나 각 카테고리(항공, 숙박, 현지투어)의 특정 플랫폼 신뢰도 때문에 실제로 교차판매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고객들은 스카이스캐너에서는 항공권만 구매하고 아고다에서는 호텔만 예약한다. 프로모션을 진행해도 스카이스캐너에서 호텔을 예약하거나 아고다에서 항공권을 구매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마이리얼트립의 계획이 너무 이상적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제로(0) 마진의 항공 예약 서비스는 투자 유치 이후 ‘보여주기식’ 양적 성장을 노린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고객이 싸게 올라온 항공권만 구매하고 빠져나갈 경우 손실이 쌓일 수 있다는 우려다.

마이리얼트립도 계산은 있다. 개인의 취향과 여행의 맥락에 맞춘 교차판매를 위해 마이리얼트립이 공들이는 것은 개인의 데이터 분석과 적절한 큐레이션을 위한 IT 개발이다. 항공과 숙박, 현지투어 예약을 통해 자연스럽게 수집된 개인정보를 다시 같은 고객의 또 다른 상품 선택을 위해 활용하겠다는 것. 여기에 글로벌 OTA가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한국인만의 취향과 편리를 우선으로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한번 유입된 고객이 플랫폼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편리와 가성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마이리얼트립은 당분간 항공권 판매에 자금을 태워 항공 메타서치(가격비교) 플랫폼에서 가격우위를 확보해 고객을 플랫폼으로 끌어들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3월 중순 스카이스캐너에 입점한다. 사진=마이리얼트립 캡처

마이리얼트립은 항공권 가격확보와 안정적 판매를 위해 단순히 항공권 판매를 중개하거나 연동하는 방식이 아닌, 일반 여행사와 같은 항공발권시스템(BSP, 항공여객판매대금 정산제도)을 갖췄다. 초기 고객 유입을 위해서는 항공권 판매를 공격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마이너스 마진도 불사할 예정. 한마디로 당분간은 항공권 판매에 자금을 태워 항공 메타서치(가격비교) 플랫폼에서 가격우위를 확보해 고객을 플랫폼으로 끌어들일 예정이다. 3월 중순에는 스카이스캐너에도 입점한다.

항공권 판매에 시동을 건 마이리얼트립은 올 1월 호텔 예약 서비스도 론칭했다. 익스피디아, 부킹닷컴, 아고다와 제휴해 자체 플랫폼 내에서 48만 개 호텔의 가격비교가 가능한 메타서치 시스템으로 간다. 해외 한인민박 600여 곳은 직접 계약해 판매 중개한다.

현지투어 전문 플랫폼 관계자는 “분명 리스크가 존재한다. 처음엔 매력적인 항공 가격 덕분에 일시적으로 트래픽이 증가할 수 있지만 소비자의 요구만큼 구현이 되지 않으면 기존 전문 영역의 신뢰도까지 떨어지거나 애매해질 수 있다”며 “마이너스 마진 항공권 판매도 얼마나 지속할 수 있겠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 없이는 플랫폼 확대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리얼트립이 현재로선 국내 토종 OTA로는 유일하게 통합 앱으로 나선 만큼, 향후 비슷한 행보를 준비 중인 국내 단일 플랫폼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이리얼트립의 도전이 주목된다.

# 에어비앤비, 항공 진출은 단순 항공발권이나 예약시스템은 아닐 것

한편 세계 최대 숙박공유 업체인 에어비앤비 역시 최근 항공 시장 진출 의사를 밝혔다. 2016년 11월 현지투어 개념의 ‘트립’을 론칭한 데 이어 항공까지 커버하는 통합 앱으로 가겠다는 의지다.

세계최대 숙박공유 업체인 에어비앤비도 최근 항공 시장 진출 의사를 밝혔다. 현지투어 개념의 ‘트립’을 론칭한 데 이어 항공까지 커버하는 통합 앱으로 간다. 사진=에어비앤비 캡처

에어비앤비 측은 지난 8일 항공 전문가인 프레드 레이드(Fred Reid)를 교통부문 글로벌 총괄 대표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프레드 레이드는 버진아메리카, 델타항공, 루프트한자 등 항공사 CEO(최고경영자)를 비롯해 항공기 프로그램 CEO, 항공기 제조업체 CEO를 지냈으며 ‘스카이팀’과 ‘스타얼라이언스’ 등 항공사 연합체의 공동 설계자이기도 하다. 화려한 이력의 항공 전문가를 영입하면서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대표는 “비행기를 타는 것 자체를 참고 견디는 것이 아닌, 즐길 수 있는 것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만 에어비앤비 측은 항공 시장으로의 진출이 기존의 항공예약시스템은 아니라고 처음부터 선을 그었다. 브라이언 체스키 대표는 “에어비앤비 소유의 항공사를 구축하거나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는 또 다른 인터넷 사이트를 만드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여행객의 교통 경험을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파트너십을 찾아다닐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아 업계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에어비앤비코리아 측은 “우버와 같은 단순 차량공유 스타일의 방식도 아닐 것”이라며 여러 가지 실험적 시도가 있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에어비앤비는 191개국에 약 500만 개의 공유숙박지와 연계되어 있으며 한국인 이용객은 2018년 기준 약 400만 명에 이른다. 여러 업계 관계자들 역시 “숙박공유로 성공한 에어비앤비가 과연 어떤 항공 시스템을 도입할지 아직은 전혀 감이 안 잡힌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거대 글로벌 숙박공유 플랫폼인 에어비앤비와 토종 현지투어 전문 플랫폼인 마이리얼트립의 통합 앱 성패에 따라, 다양한 변신을 준비 중인 국내 여행 플랫폼들의 후속 행보도 달라질 것이다. 레저·액티비티 스타트업 인수 후, 항공예약 시스템까지 갖추겠다고 밝힌 야놀자와 곧 현지투어 플랫폼을 선보일 예정인 인터파크투어를 비롯해 심기일전 중인 이커머스 오픈마켓들까지, 현재 여러 플랫폼들이 물 들어온 여행산업에서 먼저 노 저어 가기 위해 치열하게 물밑 작업 중이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