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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법] 공동체가치 훼손한 5·18 망언 '헌법대로'

한국판 홀로코스트 특별법보다 헌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제명해야

2019.02.18(Mon) 08:49:36

[비즈한국] 사람들의 생각은 제각각이며 자유다. 자유로운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자유가 표현의 자유다. 헌법에 명문화돼 있으며 민주주의 작동의 기초가 되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그렇다면 표현의 자유는 아무런 제한이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누군가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처벌을 받는 경우가 있고,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표현의 자유가 단지 개인이나 일부 집단을 넘어 사회공동체의 근간을 훼손하는 경우는 기존의 대응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홀로코스트로 상징되는 반인류적인 역사가 존재하는 독일의 경우를 예를 들어 보자. 독일은 나치 치하에서 범해진 제노사이드(genocide)를 공공의 평온을 교란하기에 적합한 방법으로 공연히 찬양 등을 한 자에 대해 중하게 처벌한다. 비단 독일뿐만 아니라 유태인과 집시 등에 대한 무자비한 학살을 직접 경험한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반인도적인 표현에 대해서는 규제해야 한다는 데에 뜻을 같이 한다.

 

우리 현대사를 보더라도 수많은 국민들이 억울하게 희생당한 가슴 아픈 사건들이 많다. 이러한 사건들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사실을 왜곡하는 경우가 여럿 있어서 피해자와 유족들의 가슴에 커다란 상처를 줄 뿐만 아니라 공동체를 훼손하는 데에 이르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전쟁 북침설이다.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5·18 북한군 개입설도 마찬가지다. 

 

광주에서 상경한 광주 5·18 관련 단체 회원 200여 명이 지난 13일 오후 국회 앞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5·18은 우리 현대사에 있어 4·19와 더불어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국가공권력의 위법한 행사로 수많은 국민들이 억울하게 희생당한, 다시는 이 땅에 발생해서는 안 되는 역사다. 지난 김영삼 정부 시절 특별법이 제정돼 광주를 짓밟은 전두환을 포함한 주동세력들이 사법심판을 받았고, 1997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어 매년 정부가 기념식을 거행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8일, 우리 공동체가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정립한 5·18을 전면 부인하며 왜곡하는 발언이 정치권에서 흘러나왔다. 당사자는 자유한국당 소속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이다.

 

김진태 의원 등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5·18 공청회에서 이들은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왜곡했고, 5·18 유공자를 “괴물 집단”이라고 비하하면서 북한군이 개입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5·18 문제에 있어 우파가 물러서면 안 된다”는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을 이어갔다. 

 

제1야당 의원들 입에서 이러한 망언을 듣게 되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보수단체를 포함한 사회 곳곳에서 비판이 불거지니 이들은 한발 물러나서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자고 주장한다. 명분은 있다. 유공자명단을 공개해 등록절차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데 기여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에 법원에서 유공자 명단은 비공개 대상 정보라고 판단했다. 정부가 법원 판결을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차라리 국가유공자, 고엽제 후유증 환자 등 예우의 대상이 되고 있는 다른 유공자들의 명단도 같이 공개하여 검증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아울러 국회의원이라면 명단공개 입법발의를 했어야 하지 않을까. 최근 10년간 서훈이 취소된 가짜 독립운동가가 39명에 달하고 있는 현실에서 유공자등록절차를 투명화하자는 주장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시중에는 5·18 유공자들이 연금을 받는다는 등 다른 유공자들보다 특별한 혜택을 누린다는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그 배후에 5·18 유공자에 대한 지원은 세금을 축내는 것이고 더 나아가 호남에 대한 차별의식도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피해자들이 피해자라고 말하기 어렵게 만드는 현실에서 헌법에 규정된 인간의 존엄성이나 행복추구권을 언급하는 것은 사치일 뿐이다.

 

국회에서는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5·18 왜곡 발언과 관련해 ‘한국판 홀로코스트법’ 제정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처벌이 능사가 아니며 특별법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다만 이번에는 망언의 주체가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공동체가치를 훼손하며 국론분열을 야기한 자는 국민 대표로서 자격이 없다. 국회에서 일제침략을 부인하거나 한국전쟁은 북침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확실한 재발방지가 필요하다. 당사자들이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으면 헌법에 규정된 절차를 거쳐 의원자격을 상실시켜야 한다.

 

한국당 소속인 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 16일 이용섭 광주시장에게 자당 의원들의 망언에 대해 광주시민들에게 사과하면서 대구시민들 다수도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가 공동체를 이루는 방법을 제시한 모범적인 사례다. 권 시장에게 박수를 보낸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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