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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3.1절에 가봐야 할 또 한 곳, 천도교 중앙대교당

동학 직접 계승, 3.1운동 이끈 민족종교의 본산

2019.02.19(Tue) 11:49:20

[비즈한국] 해마다 돌아오는 3.1절. 매번 가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대신 조금 색다른 장소는 어떨까. 근대라는 쓰나미에 휩쓸린 우리 민족과 운명을 같이했던 천도교의 총본산, 천도교 중앙대교당을 방문해보자.

 

서울 종로구 경운동에 있는 천도교 중앙대교당. 천도교는 동학을 계승한 교단으로 3.1운동을 주도했다. 사진=구완회 제공

 

1919년 3.1운동을 주도한 천도교의 중앙대교당은 서울 종로구 경운동에 있다. 서울 한복판이지만 신경 쓰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곳이다. 천도교는 서양의 서학에 대항해 민족의 생존을 모색한 동학의 뒤를 이었다. 1919년에는 3.1운동을 주도했으나 친일 종교라는 오명도 있었다. 한때 신도 수 300만 명으로 기독교를 능가하는 교세를 자랑했으나, 지금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 동학 ‘후천개벽’ 계승한 자생종교 여럿

 

항상 헷갈리기 일쑤인 동학, 대종교, 천도교, 증산교, 원불교…. 이번 기회에 정리 한번 하고 넘어가볼까? 

 

우선 공통점 먼저. 모두 근대 전후 한반도에서 생겨난 자생적인 민족종교라 할 수 있다. 동학에서 시작한 ‘후천개벽(지금 세상이 끝나고 백성들이 바라는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 사상을 공유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반면 차이점도 있다. ‘동학’은 글자 그대로 서학(천주교)에 대항해 만들어진 종교다. 당시 ‘천주교=서양=침략 세력’이라는 등식이 성립했으므로 동학은 급속도로 민중 사이에 퍼져나갔다. 그리하여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동학 농민 봉기가 일어난 것이다. 

 

1902년 강일순이 창시한 ‘증산교’는 동학의 후천개벽 사상을 이어받았다. 강일순은 스스로 상제(옥황상제)라 칭하면서 새로운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기 1년 전에 나철이 설립한 ‘대종교’는 전통적인 민족종교인 단군신앙을 계승한 것이다. 민족의 위기 때마다 강조되었던 단군신앙을 무기로 일제와 싸우려는 의도가 강했다. 1916년 박중빈이 창시한 원불교는 불교의 일파가 아니라, 한반도 전통의 유불선을 두루 합하여 태어난 새로운 민족종교다. 원불교의 상징인 일원상은 이러한 통합을 상징한다. 

 

# 3대 교주 손병희, 동학 교단 재정비하고 천도교로 바꿔

 

‘천도교’는 동학을 직접 계승한 종교다. 동학의 3대 교주였던 손병희가 교단 내에 침투해 있던 친일파들과 결별하기 위해 1905년 이름을 천도교로 바꾸고 교단을 재조직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종교로서의 동학을 강조하고 제정분리 원칙을 천명했다. 이는 현실정치에 참여하던 친일파들과 선을 긋기 위함이었다. 그러면서 포교활동을 강화해 교세가 확장되고 전국적인 조직이 꾸려졌다. 

 

그렇다고 천도교가 종교에만 머물렀던 것은 아니다. 손병희는 민족대표로 3.1운동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천도교 직영의 보성사에서 독립선언문 2만여 장을 인쇄해 뿌렸다. 그리고 3.1운동이 전국적으로 퍼지는 데는 천도교의 조직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천도교 중앙대교당 앞에 있는 ‘독립선언문 배부터’라는 표지석에는 이런 사연이 깃들어 있다. 

 

대교당 내부​ 모습. 천도교 중앙대교당은 한국은행 본점을 설계한 일본인 건축가인 나카무라 요시헤이가 설계했다. 전국의 천도교인들이 거둔 성금으로 건축비용을 충당하고 남은 돈은 3.1운동 자금으로 사용했다. 사진=구완회 제공

 

표지석 너머의 천도교 중앙대교당은 붉은 벽돌로 지어진 고풍스런 건물이다. 1921년에 세워진 이 건물은 한국은행 본점 건물을 설계했던 일본인 건축가인 나카무라 요시헤이가 설계를 맡았다. 바로크 양식의 타원형 지붕 아래 붉은 벽돌이 주조를 이루면서 화강암으로 포인트를 살렸다. 천도교 중앙대교당은 당시 명동성당, 조선총독부와 함께 서울의 3대 건물로 평가되었다고 한다. 건축비용은 전국의 300만 천도교인들에게 거둔 성금으로 충당했는데, 건물을 짓고 남은 비용은 3.1운동 자금으로 사용했다. 

 

# 소파 방정환 ‘세계 어린이 운동의 발상지’ 기념탑도

 

천도교 중앙대교당의 내부는 여느 교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설교가 이루어지는 강대상과 교인들이 앉는 의자가 실내에 가득하다. 천도교는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에 심고(예배)를 올린다. 경전을 봉독하고 천덕송를 합창하고 설교를 듣는 구성이 기독교의 예배와 비슷하다. 다만 교회의 십자가가 있는 자리에 궁을 문양이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궁을 문양은 동학을 창시한 최제우가 한울님으로부터 받았다는 영부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중앙대교당 앞에는 ‘세계 어린이 운동 발상지’ 기념탑이 있다. 이곳에서 소파 방정환 선생이 1923년 5월 1일 어린이날을 선포했는데, 방정환은 손병희의 사위였다. 사진=구완회 제공

 

중앙대교당 앞에는 ‘세계 어린이 운동 발상지’ 기념탑이 있다. 이곳에서 소파 방정환 선생이 1923년 5월 1일 어린이날을 선포한 인연으로 세워지게 되었다. 방정환은 손병희의 사위라는 인연으로 이곳에서 어린이날을 선포한 것이다. 지금은 기독교와 불교 등에 밀려 존재감 미미한 종교가 되었지만, 천도교 중앙대교당은 우리 민족과 운명을 함께한 우리 민족 종교의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여행정보

△위치: 서울시 종로구 삼일대로 457

△문의: 02-735-7579

△관람시간: 상시(내부 관람은 예배 시간 피해 미리 관리사무소의 허락을 받아야 함)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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