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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대학원인가, 고시학원인가' 로스쿨이 시끄러운 까닭

탈락자 적체로 경쟁률 증가 "합격률 정상화"…법무부 "입학자 대비 75% 합격 원칙"

2019.02.20(Wed) 16:09:57

[비즈한국] “무늬만 로스쿨, 사실은 고시학원. 정부는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하라.”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 청와대를 향해 소리쳤다. 18일 ‘전국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법학협)’ 주최로 열린 ‘전국 법학전문대학원 총궐기대회’에는 25개 로스쿨 학생 300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이들은 “50% 밑으로 떨어진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응시자 대비 75%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3년제 로스쿨 제도는 2009년 우리나라에 도입됐다. 장기간 시험 준비로 국가인력을 낭비한다는 지적을 받은 사법시험 대신 ‘학교 중심의 교육’을 통해 법조인을 양성하기로 했다. 2017년 12월 31일 사법시험이 폐지됐다. 이제 법조인이 되려면 로스쿨을 졸업해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변호사시험 응시 기간과 횟수는 로스쿨 졸업한 달로부터 5년 이내 5회까지로 제한됐다(오탈 제도).  

 

그런 로스쿨이 ‘고시학원’의 오명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 ‘비즈한국’이 1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집회 현장을 찾았다. 

 

‘전국 법학전문대학원 총궐기대회’에는 전국 25개 로스쿨 학생 300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사진=차형조 기자

 

# 학생들 “로스쿨 도입 취지인 ‘학교 중심 교육’ 없고 입시에 몰두”​ 

 

로스쿨 학생들은 매년 낮아지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우려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2년 첫 변호사시험(합격률 87.14%)이 치러진 이후 2018년 제7회 변호사시험(49.35%)까지 합격률은 꾸준히 하락했다. 

 

이날 연단에 선 이석훈 법학협 의장(33)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 응시자의 절반도 합격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같은 합격률이 지속되면 로스쿨은 변호사시험 합격만을 목표로 삼는 고시학원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상원 법학전문대학원 원우협의회(법원협) 회장(35)도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화’ 하고 교육을 통해 법조인을 양성하겠다던 취지가 무색해졌다. 합격률이 낮아지니 학생들은 시험에만 몰두하고 학교 교육은 무너지고 있다”고 보탰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줄어든 것은 법무부가 합격 인원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변호사시험 합격 인원을 결정하는 법무부 산하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는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 인원을 로스쿨 총 입학정원 대비 75%(1500명)로 정했다. 이후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는 매년 1500~1600명대를 유지했다. 반면 당해 연도 로스쿨 졸업자에 전년도 변호사시험 불합격자가 가세하면서 응시인원은 ​해마다 ​늘어났다. 합격 인원은 그대로인데 응시인원이 늘면서 합격점수는 오르고 합격률은 떨어졌다. 720.46점(1660 만점)이었던 제1회 시험의 합격점수는 7회 881.90점으로 150점 이상 상승했다. 

 

학생들은 경쟁의 심화가 ‘학교 중심의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 도입 취지를  해친다고 주장했다. 올해 제주대 로스쿨을 졸업한 박은선 씨(40)는 “10년간 교사생활을 하다 교육 분야 변호사가 되고자 로스쿨에 입학했다. 로스쿨 제도는 전보다 변호사 진입장벽을 낮추고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에 변호사가 진출하게끔 하려고 도입됐다”며 “그러나 취지와 달리 많은 사람을 로스쿨에 입학시키고 선발은 조금만 하고 있다. 과거 사법시험처럼 경쟁이 치열해져 학생들은 로스쿨이 없어도 될 정도로 사교육에 매달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앞서의 이석훈 법학협 의장은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학생들은 변호사시험에 필요한 7법(민법, 민사소송법, 형법, 형사소송법, 상법, 헌법, 행정법) 위주로 공부하고, 법철학이나 비교법, 판례를 비판하는 등 출제범위 밖의 강의는 거의 듣지 않고 있다. 로스쿨 도입 당시 학교별로 내세웠던 특성화 강의도 거의 시행할 수 없게 됐다. 학생들이 점수를 따기 위한 시험 공부에 매몰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 법학전문대학원 총궐기대회’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치고 청와대에서 광화문광장까지 거리행진을 했다. 사진= 차형조 기자

 

특별전형 입학자에 대한 우려도 컸다. 앞서의 최상원 법원협 회장은 “장애인이나 저소득층, 탈북민 등 특별전형 입학생은 과거 낮은 점수로도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이들은 대부분 집안 사정이 어렵거나 학업 외적으로 신경 쓸 부분이 많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가장 큰 피해자는 특별전형 입학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훈 법학협 의장도 “법무부가 정확한 수치를 내지 않고 있지만 추정컨대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많은 학생이 변호사시험에 떨어지고 있다”며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새로운 (계층) 사다리를 마련하고 법조인이 될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특별전형이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 변협 “합격자 수 더 줄여야" ​vs 법전협 “합격률 더 늘려야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법무부는 ‘비즈한국’​에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 방법 및 합격자 결정은 매년 대법원, 대한변호사협회,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의 의견을 듣고,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한다(변호사시험법 제 10조 제1항)”며 “현재까지 합격자 결정은 ‘원칙적으로 입학정원 대비 75%(1500명) 이상’으로 결정하되, 기존 합격자 수 및 합격률, 법학전문대학원 도입취지, 응시인원 증가, 법조인 배출현황, 학사관리 현황 및 채점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밝혔다. 

 

이어 “법무부는 매년 각계의 의견 및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의 심의 의견을 존중해 합격자를 결정하는 것으로, 합격기준 점수 또는 합격자 수를 미리 설정하여 합격자를 결정하는 것이 아님을 알린다”고 덧붙였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에 관여하는 대한변호사협회와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측은 각기 다른 입장을 보였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지난해 3월 보도자료를 내고 “로스쿨 입학 정원을 1500명으로, 연간 배출 변호사 수를 1000명 수준으로 감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변협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년 100명씩 5년간 합격자 수를 감축할 것을 제안했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현재까지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1000명으로 줄여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 다만 수와 관련해 논의와 이슈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다음주 새롭게 들어서는 집행부의 입장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전국 로스쿨의 협의체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측은 학생 의견에 힘을 보탰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관계자는 “교육부가 변호사가 되는 입구(로스쿨 입학자)는 크게 열어 놓고 법무부가 출구(변호사시험 합격자)는 좁게 만들어놓으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로스쿨 도입 취지대로 학교 중심 교육으로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서, 또 다양한 직역에 변호사들이 나가 국민들의 법익을 보호하도록 하기 위해서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격시험’에 대한 조건을 묻자 ​이 관계자는 ​“응시자 대비 최소 60% 이상의 합격률을 보장해야 한다. 숫자로 치면 연간 1700~1800명이 될 것이다. 오탈 제도 하에서 학생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특별전형으로 들어온 로스쿨 학생이 변호사시험에 합격할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답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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