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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괴' 이어 '스퀴시'도…완구 유해물질 논란, KC마크도 못믿는다?

KC마크 붙은 12개 제품 중 절반이 위해 우려…"국제 기준에 없으면 관리 못해"

2019.02.26(Tue) 13:51:57

[비즈한국] 스펀지처럼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촉감의 어린이 완구 ‘스퀴시’에서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이 방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액체괴물(액괴)’로 불리는 슬라임 제품에서 붕소 화합물이 검출된 것에 이어 또 다시 장난감의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완구 안전검사가 부실한 것에 항의하고 있으며 완구업체는 기준에 맞춰 문제없이 유통한 제품이 이제 와 유해성 논란에 휩싸인 것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스펀지처럼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촉감의 인기 장난감 ‘스퀴시’. 유튜브 채널에 스퀴시를 검색하면 나오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유튜브 캡처


# 키즈 유튜브 자주 등장하는 스퀴시, 시험 대상 절반이 ‘위해 우려’ 수준   

 

지난 21일 한국소비자원은 시중에 유통·판매 중인 스퀴시 12개 제품을 대상으로 유해물질 방출 시험 및 표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일부 제품에서 간독성 물질 ‘디메틸포름아미드’가 방출됐다고 밝혔다. 디메틸포름아미드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의 일종으로 노출 시 점막 자극, 현​기증, 수면장애, 구토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연구를 진행한 이안나 한국소비자원 안전감시국 주임연구원은 “스퀴시를 활용한 키즈 유튜브 등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덴마크 환경보호청에서 관련 논문을 발간한 것을 보고 국내에서도 시험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시험 대상인 12개 스퀴시 전 제품에서 디메틸포름아미드가 시간당 54㎍/㎥~16,137㎍/㎥ 수준의 농도로 방출됐다. 위해성평가 결과 6개 제품의 방출량은 3세 이하 어린이에게 위해 우려가 있고, 그 중 2개 제품은 여러 개의 스퀴시에 노출될 경우 6~12세 어린이에게도 위해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퀴시에서 유해물질이 방출됐다는 보도에 아이를 키우는 충격은 크다. 슬라임 논란이 잊히기도 전 또 다시 완구의 유해성이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두 자녀를 키우는 정 아무개 씨는 “유해물질 소식을 듣고 집에 있던 스퀴시를 모두 버리는 과정에서 우는 아이를 달래느라 진땀을 뺐다. 큰아이 장난감을 16개월인 둘째도 자주 만지곤 했는데 걱정스럽다”며 “왜 아이들 장난감에서 계속해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건지 답답하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완구업체는 스퀴시의 유해성 보도에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스퀴시를 판매하는 한 완구사는 “시중에 판매 중인 제품은 모두 안전기준을 통과한 제품인데 갑자기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니 당황스럽다. 유해물질이 있는 제품을 알고도 판매한 것처럼 보도돼 다소 억울한 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은 디메틸포름아미드 등의 휘발성유기화합물은 유해물질로 지정되지 않아  완구 안전기준 검사에서 문제 되지 않았다. 

 

업체 측은 “제품을 한 개가 아닌 여러 개 사용했을 때 나타나는 수치라는 것을 소비자가 감안하길 바란다. 현재는 제품 전량을 리콜할 계획은 없지만 불편해하는 고객에게는 입장을 설명하고 환불 처리도 돕고 있다”며 “안전기준이 명확히 정해진다면 그에 맞춰 다시 검사를 진행해 제품을 보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국소비자원의 유해물질 방출 시험 결과. 한국소비자원은 어린이에게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제품에 대해 판매 중지 등을 권고한 상황이다. 출처=한국소비자원

 

# “KC인증이 모든 화합물질 다루지 못하니…” 소비자 우려는 커져 

 

13세 미만 유아동 제품의 경우 반드시 안전 인증인 KC를 획득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KC인증마크를 받았다고 해서 안전한 제품이라 믿고 사용하는 것이 불안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소비자원에서 검사한 스퀴시 전 제품이 KC인증마크를 받았지만 모두 디메틸포름아미드가 검출됐고, 6개 제품은 소비자 주의가 필요한 수준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가기술표준원(국표원) 관계자는 “완구 안전기준에 따라 검사를 완료한 제품에 KC인증마크를 붙일 수 있도록 법으로 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기준이 모든 화합물질을 다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화합물질 등은 국제 규격에 맞춰 관리하고 있다. 현재 미국이나 유럽 모두 스퀴시에 포함된 휘발성유기화합물 방출량에 대한 기준을 정하지 않고 있어 국내 역시 완구 안전기준에서 해당 물질을 관리하지 못한 것”이라 덧붙였다. 

 

유럽은 유럽연합규격(EN)에 따라 어린이 완구에 중금속 19종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국제표준기구(ISO)에서 정한 8종의 유해물질을 금지한다. 국내에서는 유럽과 미국의 국제기술을 준용해 유해물질을 12종(안티모니, 비소, 바륨, 카드뮴, 납, 수은, 셀레늄, 구리, 니켈, 아연, 붕소, 크로뮴 3가)으로 지정하고 있다. 붕소는 슬라임 논란 이후 지난해 12월부터 유해물질에 포함됐다. 

 

디메틸포름아미드가 방출된 스퀴시 제품에 표시된 KC마크. 국가기술표준원은 “안전기준이 모든 화합물질을 다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진=완구업체 홈페이지 캡처

 

국표원은 2019년 2월부터 안전기준 유해물질을 19종으로 확대 개정할 예정이었으나 시행 시기를 2022년으로 유예한 상태다. 국표원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기준이 19종으로 통합될 것이라 예상했으나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고, 완구 업체에서 유해물질이 늘어날 경우 인증 비용이 급격히 상승한다며 애로사항을 전했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국표원은 이번에 문제된 휘발성유해물질에 대해서도 추가적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단기간 내 유해물질 지정은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국표원 관계자는 “유해물질 기준치를 국가 특성에 맞춰 국제적 기준치 이하로 조정할 수는 있어도 기존에 없던 물질을 유해물질로 선정하는 것은 국제기준 WTO/TBT 협정(자국의 규격이나 기술기준을 제정·개정할 경우에는 국제규격을 채택해야 하는 의무)을 위반하는 것이 된다. 휘발성유해물질 관련 논의는 국제 기준 동향을 살피며 검토하고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어린이에게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제품에 대해 판매 중지 등을 권고한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위해 우려가 있는 6개 제품의 사업자에게 판매 중단 및 제품 회수, 교환·환불 처리 등을 요청했다”며 “국표원에도 어린이 완구의 재질, 용도, 연령에 따른 휘발성유기화합물 방출량 기준 마련 검토를 요청한 상태다. 소비자는 냄새나 향기가 나는 스퀴시 제품 구매를 피하고 3세 이하 어린이의 사용은 주의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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