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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X' 같은 구름이 사라진다

‘네이처’ 지구 온난화 영향 상승기류 약해져…자칫 끔찍한 미래

2019.03.06(Wed) 10:29:34

[비즈한국] 천문학자들이 싫어하는 것 세 가지가 있다. 도시 불빛, 밝은 보름달, 그리고 구름이다. 

 

밤하늘에서 흐릿하게 빛나는 먼 별빛을 삼켜버리는 밝은 도시 불빛의 광공해를 피해 천문학자들은 지구 곳곳에 숨어있는 사막이나 화산 꼭대기로 도망가고 있다. 하지만 계속 넓어지는 도시 면적과 도시 불빛의 범람으로 인해 점점 지상에서 밤하늘을 즐길 수 있는 관문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밝은 보름달 역시 관측을 방해하는 아주 귀찮은 녀석이다. 실제로 먼 은하나 별의 희미한 빛을 관측하는 천문학 장비들은 달빛이 밝은 기간 동안에는 거의 작동을 하지 못한다. 매달 달이 보름달에 가까운 모습으로 밝게 떠있는 시기만 일주일에 달하기 때문에, 우리는 하늘에서 지울 수도 없는 달 때문에 매년 한 해의 약 5분의 1을 버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가장 짜증나는 것이 바로 구름이다. 그나마 도시 불빛은 멀리 도망가면 되고, 밝은 달의 공격도 달력만 있으면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구름은 그렇지 않다. 

 

구름의 움직임은 정확하게 예보할 수도 없다. 특히 천문대가 위치한 바로 그 지역의 하늘에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구름의 방해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천문대에서의 머피의 법칙이라고 통하는 걸까? 항상 보면 내가 보고 싶은 천체가 떠있는 방향의 하늘에만 구름이 몰려온다. 

 

오죽하면 친구들과 함께 학교 옥상에 올라 구름 낀 밤하늘 아래에서 날이 빨리 개길 바라는 마음을 가득 담아 구름을 향해 허공에 대고 손 부채질을 열심히 한 적이 있다. 옆에 있는 친구들은 구름을 향해 입으로 후~ 하고 힘차게 바람을 내뿜고 있었다. 물론 그런다고 구름이 물러날 리 없지만…. 

 

고대의 인류는 긴 가뭄이 오면 하루 빨리 비구름이 몰려오기를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우제를 올렸다. 그리고 오늘날 천문학자들은 관측을 하기 전날 새벽 제발 관측이 진행될 오늘 밤만큼은 구름이 몰려오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안티-기우제’를 지낸다. 

 

실제로 천문학자들은 구름을 보고 ‘똥’이라고 이야기한다. 말 그대로 관측을 방해하는 똥 같은 존재라는 뜻의 은어인 셈이다. 마음 같아서는 구름 지우개 같은 것이 있어서 필요할 때만이라도 구름을 하늘에서 지워버리고 싶다. 아니 차라리 저 시야만 막고 쓸모도 없이 멍청하게 떠다니는 구름이 지구에서 영원히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에 이런 간절한 바람이 이뤄질지 모른다는 반가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곧 있으면 지구의 하늘에서 구름이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 지구의 구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정말 나의 이기적인 바람이 하늘 끝에 닿아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 

 

바다 수면 위나 지상 위에 모여 있는 지구의 공기 덩어리는 지상과 수면의 열을 받아 따뜻해진다. 그때 수증기를 머금고 있던 공기 덩어리가 가벼워지고 서서히 두둥실 떠오르게 된다. 지상에서 서서히 높이 올라갈수록 지면에서 방출되는 열을 적게 받기 때문에 기온이 낮아진다. 이때 상승하던 공기 덩어리가 충분히 온도가 낮은, 꽤 높은 고도까지 올라가게 되면 공기 덩어리가 머금고 있던 수증기들이 응결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얼어붙은 공기 덩어리가 바로 우리가 하늘에서 볼 수 있는 하얀 구름의 정체다. 

 

하지만 지구의 평균 기온이 더 따뜻하게 상승한다면 이 과정에 약간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상에 가라앉아 있던 차가운 공기가 높은 하늘로 붕 떠오를 수 있는 이유는 고도가 낮은 지상과 고도가 높은 하늘의 기압 차이 때문이다. 높은 하늘이 지상에 비해 더 온도가 낮기에 지상에서 뜨겁게 달궈진 공기 덩어리가 높은 하늘로 떠오를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지구 온난화가 계속 진행돼 높은 상층 대기권의 기온이 지금에 비해 더 올라간다면 지상에서 달궈진 공기 덩어리가 하늘로 떠오르려고 하는 움직임이 더뎌질 수 있다. 공기가 달궈진 지상과 높은 상층 대기권의 상대적 온도 경사가 사라지면서 구름을 만들어주는 강한 상승 기류의 움직임이 서서히 희미해지는 것이다. 

 

실제 연구를 진행한 연구진들은 하늘의 구름 활동을 재현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지구의 평균 기온이 8℃ 정도만 더 올라가도 지구에서는 구름을 만들어줄 수 있는 상승 기류가 거의 사라진다는 결과를 얻었다.[1] 

 

사실 구름은 별빛을 가리며 천문학자들에게 뜻밖의 휴가를 선사하기도 하지만, 지구를 비추고 있는 강렬한 햇빛이 고스란히 땅 위로 도달하지 못하도록 가려주는 일종의 파라솔과 같은 고마운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반사율이 높은 하얀 구름층이 하늘에서 태양빛을 다시 우주 공간으로 튕겨준 덕분에 지구는 오랫동안 살기 좋은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는 행성으로 진화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서서히 가속되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상승 기류가 약해지고 구름이 조금씩 사라지게 된다면 이는 뜨거운 태양 빛을 막아주던 지구의 파라솔에 작은 구멍이 나는 것과 같은 일이다. 결국 서서히 구멍이 뚫린 지구의 구름 사이사이로 햇볕이 더 내리 쬐기 시작하면, 지구 온난화는 걷잡을 수 없이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또 다시 지구의 기온이 뜨거워지면 이는 또 다시 구름을 만들어주는 상승 기류를 약화시키고, 하늘에서 더 많은 구름을 지워버리는 악의 순환 고리를 계속 맴돌게 된다. 

 

이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1600ppm에 달하게 되면 지구 전역에서 구름이 사라지게 될지 모른다. 본격적인 산업화가 이뤄지기 전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280ppm이었고 오늘날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400ppm까지 상승했다. 1600이라는 수치가 아직은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최근 진행되고 있는 온실가스의 빠른 증가 추세를 보면 마냥 맘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우리의 현실이라고 볼 수 있다. 사진=Nature Geoscience


물론 해당 시뮬레이션은 주로 아열대성 기후의 구름을 구현한 것이기에 지구 전체에 이 결과를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게다가 매일 엇나가는 일기예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구름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그 많은 다양한 요소들을 수치 모델로 구현한다는 것은 아주 까다로운 일이다. 하지만 많은 연구자들이 동의하는 것은 지구 온난화는 허상이 아닌 실제 우리 삶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라는 점이다.[2] 

 

구름이 사라지고 있다는 ‘반가운’ 제목에 혹해 읽어 내려간 논문의 마지막 문장까지 도달했을 때 더 이상 구름을 그저 미워할 수만은 없게 됐다. 아니 구름이 사라지는 상상을 하곤 했던 나의 끔찍한 모습을 반성했다. 

 

가끔씩은 내가 보고 싶은 별빛을 집어 삼키고 약 올리는 미운 구름이지만, 그런 구름이 하늘에 떠있다는 것은 아직 우리 지구가 살 만한 행성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였던 것이다. 천문학자들이 구름과 귀여운 신경전을 벌일 수 있는 것도 우리가 바로 이 행성에서 태어나 생존하고 진화하고 있는 덕분이다. 때론 미운 구름이지만 그런 구름이 없다면, 그리고 그런 구름이 없는 행성이라면 애초에 그런 구름을 보고 아쉬움을 느낄 천문학자도 우주에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구 온난화는 더 이상 과학 교과서에나 만날 수 있는 전문가들의 구호가 아니다. 이제 우리의 삶에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변화를 야기하고 있는 오늘의 문제이자 생존의 문제다. 이미 지구 곳곳의 작은 섬은 바다 속으로 잠기고 있고 다양한 동물 종은 멸종을 앞두고 있다. 

 

지구는 생각보다 예민한 행성이어서 인류에게 받은 아픔을 고스란히 다시 우리에게 돌려주고 있다. 심지어 지구 온난화로 점점 지구 공기 밀도가 가벼워지면서 비행기를 하늘로 띄워주는 양력의 세기도 약해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활주로에서 이륙할 수 있는 비행기의 중량 제한이 더 가벼워지고 있는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 인류는 화려한 로켓은커녕 오히려 가벼운 비행기만 겨우 날리게 될지도 모른다. 

 

가까운 미래 우리의 후손들은 하늘에 떠있는 하얀 구름을 역사책에 실린 사진 자료를 통해서나 만나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얻어지는 ‘맑은 밤하늘’이라면 나는 환영할 수 없다. 아니 가끔씩 별빛을 가려주어서 아쉽게도 천문대를 내려와 휴가를 즐길 수밖에 없었다는 핑계를 댈 수 있게 해주는 구름이 나는 좋다. 

 

과연 우리는 구름을 지켜낼 수 있을까?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을지 모르는 구름을 생각하며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공장 굴뚝을 바라본다. 어쩌면 저 굴뚝은 연기를 ‘내뿜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구 하늘의 구름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Myrabella/Wilkimedia commons


이제 인류는 멸종 위기종 목록에 ‘구름’을 새로 추가하고 있다. 

 

“구름 없는 하늘은 꽃 없는 들판이자 배 없는 바다다(A sky without clouds is a meadow without flowers, a sea without sails).” -헨리 데이비스 소로우(미국 출신의 시인 및 철학자) 

 

[1]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61-019-0310-1

[2] https://www.sciencemag.org/news/2019/02/world-without-clouds-hardly-clear-climate-scientists-say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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