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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음악일기] 힙합은 어떻게 '대세'가 됐나

'라디오→유튜브'로 소비 매체 변화…음반사, DJ에 구애 받지 않는 장르 전성기

2019.03.11(Mon) 15:04:40

[비즈한국] 힙합의 시대입니다. 빌보드차트 상위권의 80% 정도가 힙합으로 꾸준히 채워지고 있는데요, 그래서 힙합을 잘 듣지 않는 청자들은 미국 팝 음악을 잘 안 듣거나, 과거 지향적인 영화음악을 주로 듣는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힙합 음악의 예술성이 뛰어나서? 자유로움을 내포해서? 모두 맞는 말이지만 이런 요인만으론 전부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해답은 유통에 있습니다. 음악을 찾는 방식이 변화했기 때문인데요, 유통의 변화는 힙합은 물론 팝까지도 뒤바꾸고 있습니다. 오늘은 새 음악 유통 시장이 바꾼 팝음악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사진=‘빌보드’​ 사이트 일부 화면 캡처


과거에 사람들은 어떻게 음악을 찾아 들었을까요? 여러 매체가 있지만 팝시장의 지배자는 라디오였습니다. 거대한 미국 국토를 차를 타고 질주하는 미국인들에게 라디오는 떼놓을 수 없는 매체였습니다. 라디오에 많이 나오는 노래가 곧 최고 히트곡이 됐죠. 과거 한국에서 TV 음악방송 1위곡이 히트곡의 상징이었던 것처럼 말이죠.

 

라디오 DJ들은 음악판의 절대권력이었습니다. 그들의 선택이 음악의 성공 여부로 직결됐습니다. 그렇다 보니 DJ와 라디오방송사에 로비할 수 있는 대형 음반사가 팝음악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상황이 발생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스트리밍 시장이 도래하면서 상황은 뒤바뀌었습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용하는 스포티파이(Spotify), 유튜브 등이 개인 취향에 맞는 음악을 추천하기 시작했습니다. 아티스트들은 직접 SNS를 통해 음악과 자기 자신을 홍보합니다. DJ의 취향은 중요치 않게 된 것이죠. 오히려 다수의 인터넷 매체에서 팬덤을 만들 수 있는 아티스트나 음악 등의 독특한 개성이 중요 요소가 됐습니다.

 

힙합은 자신의 개성을 보여주는데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기성 팝보다 멜로디에 구애받지 않고 많은 가사를 담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일례로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는 트랩 힙합을 구사해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노래하며, 현 시대 팝 ‘디바’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 심심하니 네 여자친구라 헤어져(break up with your) girlfriend, i'm bored)라는 도발적인 가사를 담고 있다.

 

음악 발표 주기도 짧아졌습니다. 과거엔 큰 앨범을 하나 발매하면 전국 투어에 나서면서 2년 정도의 휴식기를 갖고, 다음 앨범을 내는 것이 팝 스타들의 전형적인 활동 주기였는데요, 이제는 2~3년간 음악을 내지 않으면 쉽게 잊힙니다. 아리아나 그란데, 카디비(Cardi B),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 드레이크(Drake) 등 팝 스타들은 현재 끊임없이 자신의 음악을 내고 있습니다.

 

힙합이니까 가능한 일입니다. 힙합은 악기를 살 돈조차 없던 흑인이 만든 음악 장르로 높은 경제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곡을 만드는 가격, 속도 등이 여타의 장르 음악과 비교해 월등히 우세합니다. 심지어 ‘피처링’​ 시스템을 통해 다른 아티스트와 협업하기에도 용이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현재의 팝 가수들은 힙합 아티스트처럼 다수의 곡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카디비(Cardi B)​, 브루노 마스(Bruno mars)​ - 플리즈 미(Please Me). 카디비는 자기 싱글 음반을 발표하고 몇 달 되지 않아 브루노 마스와 협업해 또 싱글을 내놓았습니다.

 

음악만큼 비주얼도 중요 요소로 자리하게 됩니다. 비주얼의 중심엔 뮤직비디오가 있는데요, 마이클 잭슨은 미국의 음악 전문 케이블 채널인 ‘​MTV’​를 통해 뮤직비디오를 음악의 필수 요소로 올려 놓고, 팝의 황제로 등극했습니다. 유튜브는 여기에 한술 더 떠 뮤직비디오를 음악의 ‘본질’로 바꿨습니다. 뮤직비디오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 셈이죠.

 

뮤직비디오의 콘셉트도 달라졌습니다. 과거 뮤직비디오가 TV라는 대중매체에 맞춰 ‘​최대 다수의 행복’​을 추구했다면, 지금은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에 걸리려 팬들의 ‘​취향’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게 소수일 지라도요. 일례로 ‘아기 상어’​는 노래 ‘​베이비샤크(Babyshark)’​를 통해 ‘아이들’​이라는 좁은 팬 층을 효과적으로 공략해 빌보드차트 30위권에 들어섭니다.

 

최근 영국 싱어송라이터인 빌리 아일리쉬(Bilie Eilish)가 주목받고 있는데요, 그의 단출한 음악 구성, 기괴하다 못해 공포영화에 가까운 뮤직비디오 등은 여타의 팝스타와 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강렬한 비주얼과 콘셉트 등이 팬층을 형성시켰습니다. 그는 곧바로 빌보드 10위권에 진입하는 슈퍼스타로 발돋움합니다. 인터넷 세상에 알려지기 쉬운 음악들이 히트곡이 되는 시대가 된 거지요.

  

​​빌리 아일리시(Bilie Eilish)’ - ​버리 어 프렌드(bury a friend)​. 대중적인 취향과 거리가 멀지만 팬층을 장악하는 강한 콘셉트와 뮤직비디오로 팝스타가 되고 있다. 

 

음악의 본질은 어떤 틀에 담기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같은 내용의 음악이라도 라디오를 매개체로 삼느냐, SNS·유튜브 등을 활용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죠. 아티스트들은 점차 음악 유통에 최적화된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시대에 따라, 플랫폼에 따라 변화하고 있는 ‘팝음악의 현재’였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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