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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선업의 미래' AI선박에 도전장, 박별터 씨드로닉스 대표

장애물 인식률 95% 달성…"운항 부주의로 인한 선박 사고 줄일 것"

2019.03.15(Fri) 10:02:37

[비즈한국] 조선업 세계 1위 현대중공업이 세계 2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우리나라 조선업계엔 큰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지금까지의 방식으론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조선업 패권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터닝 포인트’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별터 씨드로닉스(SEADRONIX) 대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율운항 선박 기술을 개발한다. 박 대표가 들고 노트북 속 시뮬레이션은 현재 울산항만공사에 설치된 선박 접안 보조 장치다. 이 장치는 씨드로닉스의 핵심 기술을 응용해 만든 것으로 선박 접안 시 거리, 속도 등을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사진=고성준 기자

 

슬슬 조선 업계가 ‘미래 먹거리’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이때,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자율운항 선박을 실현하겠다고 나선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박별터 ‘씨드로닉스(SEADRONIX)’ 대표는 2015년 카이스트 전자과 대학원 동기생 3명과 함께 회사를 차렸다. 엄밀히 말하면 함께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오던 팀을 그대로 법인화한 것. 인공지능을 공부하던 대학원생이 스타트업에 뛰어드는 현상은 흔해졌지만, 박 대표는 어쩌다가 ‘선박’이라는 다가가기 어려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걸까. 과연 조선이라는 무거운 산업을 스타트업이 감당할 수 있을까.

 

“팀원보다 인공지능 자율운행을 연구한 사람들이에요. 대학원 때 프로젝트로 해파리 제거 무인선, 녹조 제거 무인선, 기름 유출 때 펜스 치는 무인선 등을 함께 만들었죠. 졸업을 앞두고 사회에 필요한 부분이지만 아직 개척되지 않은 분야에 도전하자는 생각에 모두 동의했어요. 그게 무인 선박이었었습니다. 무인 자동차는 너무 레드오션이잖아요.”

 

‘어쩌다가’ 시작했지만, 씨드로닉스는 우리나라 AI 자율운항선박 기술 개발의 선구자가 됐다. 대기업도 이제 막 신기술에 눈을 돌리면서, 최근 박 대표는 쇄도하는 강연 요청에 정신이 없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있다. 망망대해에서 선장이 수작업으로 키를 돌리진 않을 터. 선박은 지금도 자율운항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인공지능까지 얹어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율운항 선박에서 핵심 기술은 장애물 인식이다. 박 대표는 현재 선박에 다는 인공지능 카메라의 장애물 인식률을 95%까지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사진=고성준 기자

 

“먼바다에선 ‘크루즈 컨트롤’이라고 해서 키를 놓고 갈 수 있는 기능이 있어요. 하지만 이 시스템은 장애물을 고려하지 않아요. 그대로 뚫고 가거든요. 장애물 경보 시스템이 있지만, 오인식이 너무 심해서 대부분 끄고 항해합니다. 레이더나 AIS(자동 원격 인식 신호 송수신 시스템) 등을 이용하는데, 한계가 있으니까 결국 사람이 지키고 서서 망원경으로 전방을 주시해야 하는 거죠. 실제 영국의 한 보험회사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의 선박 사고 75%가 운항 부주의예요. 못 봤거나, 판단 착오라든가.”

 

선박 추돌 사고는 먼 이야기가 아니다. 가깝게는 지난 2월 28일 부산항을 출항하던 5998톤급 러시아국적 화물선 씨그랜드호가 광안대교를 들이받은 사건을 떠올려 볼 수 있다. 폐쇄회로화면(CCTV)으로 봤을 땐, 뻔히 보이는 장애물을 그대로 들이받는 장면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경찰조사 결과 운전 미숙에 이어 과도한 음주가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했지만, 장애물 인식 장치가 있었더라면 이야기가 달랐을지도 모른다.

 

지난 2월 28일 부산항을 출항하던 5998톤급 러시아국적 화물선 씨그랜드호가 광안대교와 충돌하는 장면. 이 사고로 교량 구조물 일부가 파손돼 현재 복구 중이다. 사진=해양경찰 제공

 

그래서 자율운항 선박에서 핵심 기술은 장애물 인식이다. 씨드로닉스는 인공지능 카메라를 선박에 달아 장애물 인식률을 95%까지 끌어올렸다고 자체 분석하고 있다. 인식률을 점차 높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실제 선박에 적용하기엔 갈 길이 멀다. 군용 선박의 경우 무인선이 있지만 설치비용만 100억 원이 넘어가기도 하는 만큼 민간에 적용하기엔 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 아직 하드웨어적 기반 기술도 마련돼 있지 않다.

 

또 조선업계는 가장 보수적인 산업 중 하나다. 안전 사고가 한번 나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아직은 ‘무인선, 이게 될까?’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박 대표는 당장은 현재 보유한 기술력을 응용·적용할 방안을 찾고 있다. 기술력을 업계에 점점 증명해 나가면서 때가 오면 무인 선박에도 적용할 생각이다. 그 중 하나가 ‘접안’이다. 

 

인공지능 자율운항 선박 기술을 실제 선박에 적용하기엔 아직 이르다. 값이 너무 비싸다는 문제가 있고, 안전사고가 터지면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산업 특성상 ‘이게 될까?’하는 의문부터 해소하는 것이 먼저다. 사진=고성준 기자

 

접안은 선박의 주차를 의미한다. 보통 대형 선박은 길이가 300m 정도 된다. 배를 조종하는 조타실은 선수(배 앞머리)에 있다. 선박을 접안할 때, 선장이 선박의 모든 곳을 눈으로 살펴보기란 불가능하다. 도선사가 브릿지윙에서 무선으로 지휘를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은 감과 노하우로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씨드로닉스의 기술은 여기서 진가를 발휘한다.

 

“배는 옆으로 가는 기능이 없기 때문에, 접안할 때 굉장히 힘들어요. 옆으로 서면 선박 건너편에서 작은 배들이 밀어주는데, 이때 육지와 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속도가 얼마나 되는지, 정박된 주위 선박과 거리가 얼마인지 알 수가 없는 거죠. 다 감이에요. 아주 힘든 작업이죠. 근데 저희 인공지능 시스템이 모든 정보를 도선사에게 알려주는 겁니다. 현재 울산항만공사에 설치를 했는데, 반응이 정말 좋습니다.”

 

스타트업이 이 분야에서 과연 어디까지 해낼 수 있을까. 여전히 남는 의문이다. 박 대표는 자신감이 넘친다.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잘할 수 있는 세부 분야가 다르고, 이미 시간 싸움에서 앞섰다는 판단이다.

 

씨드로닉스는 현재 울산항만공사에서 제공해준 테스트베드에서 기술력의 핵심인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씨드로닉스는 배를 만드는 게 아닙니다. 정확히 말해서 배에 부착할 카메라와 그 영상을 인식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만들어요. 일단 먼저 시작했기 때문에 쌓아온 기술력, 시간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요.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부분이 달라요. 우리는 세부 소프트웨어를 만든다면, 현대중공업이나 대우조선 등 대기업은 전체 시스템 인프라를 구축하는 거죠. 오히려 가벼운 스타트업이 신기술 개발에 유리하다고 봅니다.”

 

현재 씨드로닉스는 울산항만공사에 테스트베드를 마련해 기술력의 핵심인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다. 박 대표는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필요한 정부의 지원 정책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기술을 개발해서 상용화하려면 꼭 먼저 듣는 이야기가 있어요. ‘어디서 시험해봤냐?’ 근데 우리 제품을 써줘야 경험치가 쌓이는 거죠. 운 좋게 울산항만공사에서 지원해줘서 다행이지만, 스타트업에겐 시험해볼 수 있는 환경이 꼭 필요합니다. 해양 안전사고를 줄이는 데 보조 역할을 하는 게 우리 회사의 목표입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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