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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 뇌물이 되나요?" 광주 화훼업계-교육청 전면전 까닭

청렴도 꼴찌 광주교육청, 청렴도 제고 위해 화분 전면 금지…"변경 계획 없어"

2019.03.26(Tue) 18:06:13

[비즈한국] 광주광역시 화훼업계는 26일 오전 7시 광주광역시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한국화원협회, 광주화훼유통협동조합, 광주난도매인연합회 등 22개 단체로 구성된 광주전남화훼인협의회 12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광주광역시교육청이 2월 배포한 공문으로 인해 생업을 위협 받는다며 “화분 등 수수 금지 공문을 완전히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26일 광주광역시 화훼업계는 광주광역시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사진은 집회 참석자가 제작한 인쇄물의 일부.

 

# 광주광역시교육청 화분도 금품으로 포함, 화훼업계 매출은 반 토막    

 

시교육청은 지난 2월 19일 ‘청렴도 제고 관련 인사철 관행적인 금품(떡, 화분 등) 수수 금지’ 공문을 전달했다. 시교육청은 공문을 통해 청렴도 제고의 일환으로 관행적인 금품의 수수행위를 금지하고, 이에 따라 3월부터 관행적 금품을 반려조치 해야 하며 적발 시 신분상 처분 등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공문에서 지목하는 금품에는 떡, 화분, 과일이 포함됐다. 

 

시교육청이 내린 공문에 따라 광주광역시의 유치원부터 초중고등학교, 특수학교 및 관련 기관 등은 3월부터 화분이나 꽃바구니 등을 일체 받을 수 없게 됐다. 곧바로 화훼업계는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통상 3월과 9월 인사철이면 5만~10만 원선의 화분과 꽃 등의 주문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는데, 올해는 주문 취소와 반품이 이어졌다. 

 

광주에서 화훼업에 종사하는 윤 아무개 씨는 “이미 주문받은 상품이 배송됐지만 모두 반품됐다. 화분이 반품되는 과정에서 이중으로 드는 배송비는 모두 자영업자 부담이 된다. 꽃배달은 특수 배송이라 배송비도 만만치 않다”며 “주문 취소도 줄줄이 이어졌고 이를 통한 피해가 상당하다. 주문량을 고려해 구입해 놓았던 화분이나 생화 등도 모두 판매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26일 열린 집회에는 한국화원협회, 광주화훼유통협동조합, 광주난도매인연합회 등 22개 단체로 구성된 광주전남화훼인협의회 120여 명이 참석했다.​ ​

 

화훼업계는 꽃이나 화분을 ‘뇌물’로 치부하는 듯한 시교육청의 태도에 난색을 표했다. 화훼업계 관계자는 “집회 참석자가 제작한 피켓 중 ‘우리 아빠는 뇌물을 만들어요. 꽃집을 하거든요’라는 내용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꽃이나 화분을 뇌물처럼 취급하는 것은 화훼업계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가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에 참석했던 한 화훼업 종사자는 “국내는 아직 생활 플라워 산업이 발달하지 못해 매출의 70% 이상이 애경사에서 발생한다. 이번 시교육청의 공문 전달 후 광주 화훼업계 매출은 반토막 났다”고 설명했다. 꽃집은 시즌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업종 중 하나다. 성수기에 매출이 크게 발생해야 1년 평균수익을 맞출 수 있는 구조다. 성수기로 꼽히는 3월 급감한 매출에 폐업 위기감까지 조성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 청렴도 제고 위해 꺼낸 카드, 농가 및 소상공인은 생존권 위협 받는다며 반발

 

광주광역시교육청은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결과에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가장 낮은 성적을 받았다. 2016년부터 3년 연속 꼴찌의 불명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시교육청이 이미지 쇄신과 청렴도 제고를 위해 고심 끝에 꺼내든 카드가 인사철 받아온 떡과 화분 등을 금지시키는 것이다. 

 

광주광역시교육청 측은 “공무원행동강령과 청탁금지법에 따라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고 훈훈한 공직분위기를 만들고자 특정 시기에 업무추진비, 운영비 등을 통해 위법하고 부당한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공문 취지를 설명했다. 덧붙여 “구성원들의 문제제기 등으로 인해 특정 시기 꽃이나 떡 등을 보내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꽃을 뇌물로 본다는 것은 아니지만 청렴도 제고를 위한 선택이다. 청렴도가 높아지면 지역에 대한 신뢰도도 상승하고 경제 활성화까지 기대할 수 있다”며 “아직까지는 해당 원칙을 변경할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광주광역시교육청이 지난 2월 19일  보낸 공문의 일부. 공문에서 지목하는 금품에는 떡, 화분, 과일이 포함됐다. ​

 

2018년 1월 국민권익위원회는 농축산 및 화훼 농가에 미치는 타격을 줄이기 위해 부정청탁금지법의 시행령을 개정했다.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농축수산물과 가공품 등은 선물 한도가 10만 원으로 높아졌다. 화환이나 꽃화분 등도 농수산물에 포함된다. 

 

화훼업계 다른 관계자는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후 화훼업계 소상공인의 상황이 굉장히 어려워졌다. 10만 원으로 한도가 높아졌다고 해도 공무원 입장에서는 화분 가격을 모르니 5만 원짜리 화분도 받지 않고 돌려보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시교육청이 청렴도 제고를 이유로 일체의 화분 반입을 금지하면 다른 기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소상공인과 농가가 입게 될 피해는 너무 크다”고 한숨지었다. 

 

광주화훼업계는 26일 집회를 통해 전달한 내용이 관철되지 않을 시 전국 단위로 집회를 확산해 계속해서 화훼업계 소상공인의 생존권 확보를 위한 움직임을 해나갈 계획이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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