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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CEO] 절체절명 '인보사맨'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개발부터 상업화까지 7년간 도맡아…코오롱 "사용 세포 일관성 확인해 재검증 받을 것"

2019.04.04(Thu) 14:45:51

[비즈한국] “우리의 목표는 ‘인보사’가 글로벌 골관절염 치료제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가 되는 겁니다.”

 

2018년 7월 10일, 서울시 강서구 코오롱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 사장은 ‘인보사케이주(인보사)’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인보사는 수술 없이 세포를 무릎 관절에 주사로 투여하는 유전자 치료제로 주목받은 코오롱생명과학의 주력 제품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지난 3월 31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코오롱생명과학에게 인보사 제조와 판매 중지를 요청한 것. 미국에서 3상 임상을 진행하던 중 인보사의 주성분 중 1개(형질전환세포)가 국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적힌 세포와 다른 ‘293유래세포’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표는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긴급 기자회견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문제없다”며 “​성분의 명칭이 달라졌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지난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긴급 기자회견에서 “환자와 바이오업계 등 모든 분들께 사과한다”며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문제없다”고 해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코오롱생명과학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인보사의 수명이 다했다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미국 임상시험에 쓰인 성분과 국내에 시판되는 인보사의 성분이 동일하고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허가 취소 수순을 밟게 되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고강도 조사를 예고한 상황. 오는 15일 식약처의 인보사 성분에 대한 검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지난 1999년 개발이 시작돼 무려 20여 년이라는 연구기간과 막대한 비용이 투자된 인보사의 운명에 이목이 쏠린다.

 

# 인보사는 이우석 대표의 모든 것

 

1957년 1월 출생인 이우석 대표는 오랜 공직 생활을 지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산업자원부 이사관을 지낸 이 대표는 2000년 공직자 생활을 접고 기업 소모성자재(MRO) 전문업체인 코리아이플랫폼을 창업했다. 코오롱과 인연을 맺은 해는 코오롱그룹이 코리아이플랫폼을 인수한 2006년. 이후 이 대표는 2007년 코오롱제약 대표 자리에 올랐고 2012년부터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직을 겸임하고 있다.

 

인보사는 이 대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인보사가 국내 임상 단계에 들어가던 해에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직을 맡기 시작해 2013년부터는 코오롱티슈진의 대표 자리도 맡았다.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의 미국·유럽 판권을 보유한 미국 현지 자회사다. 이 대표는 이웅열 회장이 애착을 드러낸 인보사의 개발을 총괄한다는 점에서 이 회장의 신임을 얻은 인물이라 평가받았다. 특히 지난해 11월 이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며 이 대표의 어깨는 한층 무거워졌다.

 

지난 3월 31일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에 ‘인보사케이주’ 제조와 판매 중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사진=코오롱생명과학 제공


이 대표는 인보사와 함께 승승장구했다. 2017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로 품목허가를 받으며 인보사 상업화의 포문을 열었다. 지금까지 인보사는 홍콩, 태국, 싱가포르, 뉴질랜드 등의 지역과 1조 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제약업계에서는 신약 허가가 곧 상업적 성공으로 연결되지는 않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대표도 “우리는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를 가지고 있다”​며 “​다른 어떤 신약보다 상업화에 유리하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특히 국내에 퇴행성관절염 치료제가 마땅히 없던 상황에서 인보사는 환자들 사이에서 주사제를 한 번만 투여해도 1년 이상 통증이 완화된다는 ‘혁신적인 관절염 치료제’라며 입소문을 탔다. 식약처는 인보사를 허가하며 약물치료나 물리치료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지속되는 중증도 무릎 골관절염환자에게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 허가 취소 결정나면 핵폭탄급 타격

 

인보사에는 우여곡절도 적잖다. 2017년 12월, 코오롱생명과학과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던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제약(MTPC)은 계약취소와 계약금 25억 엔(약 255억 원) 반환을 통보했다. 계약체결 당시 코오롱 측이 미국 3상을 위한 임상시료 생산처의 변경을 고려하고 있었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코오롱생명과학은 계약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현재 국제상업회의소(ICC)에서 계약금 반환 청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인보사가 코오롱생명과학의 대표 제품인 만큼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우석 대표. 사진=연합뉴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히 클 것으로 본다.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의 대표 제품인 데다 지금까지 인보사를 사용해온 환자들과의 믿음에 금이 갈 것이라 보기 때문. 지난해 2018년 12월 기준으로 인보사 시술 건수는 2600건을 돌파했다. 특히 코오롱생명과학이 신약과 제네릭 완제의약품을 제조하기 위한 핵심 성분인 원료의약품을 다루는 기업이기 때문에 신뢰를 잃으면 타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한편 인보사 판매중지 결정이 내려지자 코오롱생명과학 주가는 급락세를 보였다. 지난 1일 코오롱생명과학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9.92%(2만 2500원) 내려간 5만 2700원을 기록했다. 3일 소폭 반등했으나 4일 오전 11시 20분 전날보다 2.30%(1150원) 내린 4만 88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국내에서 사용된 세포의 일관성을 재확인해 검증받을 계획”이라며 “조속한 출고 재개를 통해 환자분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이번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에 온 제약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상시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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