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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경쟁 치열한 자가주사제 '사전고지' 책임 논란

안내 의무 있지만 처벌 조항 없어…노보 노디스크 "병원에 전달하고 안내문 돌렸다"

2019.04.10(Wed) 17:47:55

[비즈한국] 이 아무개 씨의 둘째 딸(12)은 유독 성장이 더뎠다. 아이의 예상키가 150cm라는 의사의 말은 이 씨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결국 수소문 끝에 알게 된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성장호르몬 자가주사’에 희망을 걸어보기로 했다.

 

비용이 연간 700만~800만 원으로 꽤 부담스러웠지만, 약물이 그대로 몸속으로 투입되는 자가주사의 효과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자가주사제가 주력 사업인 노보 노디스크는 비만 치료제로 주목받는 ‘삭센다(Saxenda)’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렇게 이 씨는 아이가 열 살일 때부터 지금까지 3개월마다 한 번씩 병원에 데려가서 주사제를 처방받아 가정에서 투약해 왔다.

 

그런데 지난 12월 19일, 이 씨는 제약사에서 보낸 등기를 받고 화들짝 놀랬다. ‘2018년 9월 14일부터 제품의 디바이스가 변경됐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기존의 주사제는 ‘클릭’ 단위로 용량을 설정했다면, 디바이스가 바뀌면서 ‘mg’ 단위로 용량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 이 씨는 디바이스가 바뀐 후인 지난해 10월 31일에 병원에 방문해 주사제를 처방 받았다. 약 두 달간 이 사실을 모르고 기존의 투약법을 따라 시술했던 셈이다.

 

주사제 제형이 바뀐지 세 달이 지나서야 노보 노디스크는 ‘제형이 바뀌었으니 용량 설정도 바뀌어야 한다’고 환자들에게 알렸다. 제약사 측은 병원을 통해 환자들에게 재교육을 하도록 알렸다는 입장이지만 문제는 병원이나 약국에서 제형이 바뀐 사실을 안내받지 못한 환자들이 있다는 점이다. 사진=노보 노디스크 제약 제공


이 씨는 “아이가 혹여나 ‘오버도즈(overdose·과다 투여)’됐을까 봐 마음을 졸였다. 엄마로서 정말 아찔했다. 다행히 ‘로도즈(lowdose·과소 투여)’여서 안심했지만, 그동안 제대로 된 효과를 보지 못한 셈이다”며 “의사와 약사는 주사제의 형태만 바뀌었다고 얘기했고 제약사에서도 (디바이스가 바뀌고) 두 달이 지나서야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보 노디스크 관계자는 “병원을 통해 환자들에게 재교육을 하도록 알렸다. 그런데 용기가 바뀌었다는 점을 고지받지 못한 환자들이 많아서 안내문을 따로 돌렸다”고 설명했다.​

 

# 자가주사제 안내 제대로 못 받으면 환자 안전에 치명적

 

이 씨의 아이가 처방받은 자가투여 주사제(자가주사제)는 약액을 피하조직 내에 주사하는 피하주사다. 흔히 병원에서 맞는 주사는 정맥주사인데, 여기에는 전문 의료인의 기술이 필요하다. 이와 달리 피하주사는 정맥을 찾을 필요도 없고 누르면 자동으로 주사되는 펜 제형으로 개발돼 일반인도 쉽게 주사할 수 있다. 경구약으로는 효과가 떨어지는 질환 위주로 개발이 이뤄진다.

 

제약사들도 자가주사제 경쟁에 한창이다. 셀트리온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자가면약질환 치료용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피하주사 제제인 ‘램시마SC’ 임상 신청을 완료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알테오젠도 정맥주사 제형을 피하주사로 대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만성질환자는 많아지는데 병원에 매번 방문하기는 쉽지 않고 편의성을 중시하는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자가주사제가 많이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사들도 자가주사제 경쟁에 한창이다. 그러나 환자가 제품에 대해 제대로 안내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노보 노디스크의 성장호르몬 자가주사 노디트로핀 노디플렉스.


문제는 자가주사제를 찾는 이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지만 제품에 대해 제대로 고지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점이다. 자가주사는 환자가 스스로 약물을 주입해야하므로 사전고지가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투약 방법이 바뀌어야 했음에도 불구 이를 환자가 인지하지 못한다면 환자의 건강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

 

이 씨처럼 환자가 제품에 대해 안내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 1차적 책임은 제약회사, 2차적 책임은 의사 등 의료진과 약사에 있다. 이동찬 법률사무소 도율 변호사는 “처방 경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약사가 정보 공유를 안 했으면 제약사에게, 의사가 환자에게 고지를 안 했으면 의사에게 과실이 있다”며 “논리적으로는 의사의 과실이 있어 보이더라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경우) 의사가 전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의무사항이 있는데도 이런 사태가 발생하는 데는 책임 소재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법적인 처벌이나 제약이 미비하다는 데 있다. 의료법 시행규칙의 별표 1 ‘환자의 권리와 의무’ 나항에 따라 ‘환자는 담당 의사·간호사 등으로부터 치료 방법 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들을 의무’를 지닌다. 그러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해서 특별히 제재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자가주사제를 찾는 이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지만 제품에 대해 제대로 고지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이다. 병원 이미지컷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제약사가 충분한 책임을 지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보통 제약사는 제품 변경사항을 병원에 통보하고 의료진이 다시 환자에게 고지해주는 방식을 따른다. 그러나 환자에게 제대로 안내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이 경우 병원과 약국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제약사에 책임 소재가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제약사가 병원에 통보하는 방식 외에 다른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제품에 안내 스티커를 붙이는 등의 간단한 조치도 충분히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사후 대책이 부실하다는 말도 나온다. 지금은 안내를 제대로 받지 못해 부작용이 발생해도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으면 피해를 구제받기 힘든 구조다. 이동찬 변호사는 “환자에게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환자가 취할 수 있는 액션은 제한적이다”며 “민사소송은 불가하고 형사소송을 진행하기에도 모호하다”고 밝혔다.

 

식약처에 따르면 의약품 이용자들이 의료분쟁위원회나 의약품안전관리위원회를 통해 치료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한 ‘의약품 피해 구제 제도’가 있다. 그러나 이것도 해당 의약품 탓에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명백한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 “병원, 약국, 제약사 모두 책임있는 자세 보여야”

 

따라서 전문가들은 병원, 약국, 제약사가 모두 제품 변경사항 등 의약품 안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자가주사제는 안내를 제대로 받지 않으면 환자의 안전에 치명적일 수 있어서다.

 

우선 의사, 간호사, 약사 등 의료진이 환자에게 제품에 관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으면 처벌을 강화하자는 의견이 있다. 김재천 건강세상네트워크 운영위원은 “현재도 의료법상 설명 의무가 있지만 강제성이 없다. 인과관계가 아주 명백하지 않는 이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병원, 약국, 제약사가 모두 제품 변경사항 등 의약품 안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 강남구의 한 병원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의약품을 내놓은 제약사도 안내와 관련된 법적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가령 제약사가 직접 처방받은 적이 있는 환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하는 방식이다. 특히 자가주사제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환자 데이터가 남아있다는 게 제약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약사법 제68조에 따르면 전문의약품은 광고가 금지된다. 다만 불특정 다수가 아닌 처방 이력이 있는 환자들에게 제품 변경 안내를 하는 것은 광고 또는 홍보에 해당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와 보건소의 관리감독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재천 운영위원은 “병원과 약국, 제약사가 환자에게 필요한 내용을 알려주지 않아도 서로 책임을 떠미는 경우가 많다”며 “복지부나 관할 보건소에서 복약 안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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