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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현장] MS 'E2 컨퍼런스' 사용자 경험처럼 '학교 경험' 중요

AI·4차 산업혁명 진행될수록 '인간다움' 가치…아이들에게 기회·행복 줘야

2019.04.26(Fri) 15:57:12

[비즈한국] 마이크로소프트(MS)​는 매년 교육을 주제로 한 컨퍼런스 ‘E2(Education Exchange)’​를 연다. 올해는 지난 3일~4일 프랑스 파리에 전 세계 600여 명의 교사와 교육 공무원 등 교육자들이 모였다. (관련기사 [파리 현장] MS 'E2 컨퍼런스' 디지털 교실에서도 사람이 우선)​ 

 

필자는 2017년 BETT(영국 교육기술 박람회​)를 비롯해 이번에 두 번째로 E2를 참관하면서 교실의 변화와 세상이 기대하는 교육의 방향성, 나아가 인재와 사람의 역할이라는 묵직한 의미까지 돌아보게 됐다. ‘교육’이라는 공통의 관심사 덕분에 이 행사는​ 국경도, 문화의 차이도 허물고 모두의 숙제를 풀어가는 작은 축제가 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교육과 디지털을 주제로 한 교육 컨퍼런스 ‘E2’​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했다. 사진=최호섭 제공

 

필자는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교실에서 매일을 보낸 세대이기에 학교 가는 길이 마냥 즐겁지는 않았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 안에서 지금까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배웠다. 여전히 학교는 입시를 넘어 최고의 가치를 지닌 교육 기관이다.

 

교실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는 주제다. 다만 ‘어떻게?’라는 질문에 정답이 없다는 것이 가장 어렵다. 이제는 사용자 경험처럼 ‘학교 경험’을 이야기할 때가 아닐까. 교육은 지식 전달의 역할을 넘어서고 있다.​

 

# 교실이 왜 바뀌어야 할까?

 

왜 교육이 바뀌어야 할까? 교실이 뭘 잘못한 걸까? 우리는 이제까지 ‘출세’를 최고의 가치로 꼽았다. ‘좋은 대학에 가야 좋은 직장을 얻는다’, ‘개천에서 용 난다’부터 ‘성적표가 배우자를 결정한다’는 말을 들으며 수학 문제를 풀었다. 답을 맞히는 데 목적이 있었다.

 

입시와 학벌이 출세와 성공으로 연결되었고, 그렇게 성장한 부모들은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다시 자녀의 입시와 사교육에 매달렸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보듯 우리 사회에서 공부의 목적은 대학, 회사에 들어가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 정작 교육의 목적은 학교에 들어간 이후, 회사에 입사한 이후에 있을 텐데 말이다.

 

E2에 참석한 교육자들이 입을 모아 한 이야기가 있다. ‘교육의 역할은 기회에 있다.’ 학생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일이 새로운 학교의 중요한 가치관이 되어야 한다는 것. E2에 참석한 우리나라 교육자들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볼까?

 

송경훈 김해 분성고등학교 교사. 사진=최호섭 제공

 

교육의 본질은 지식 전달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식이 아니라 인간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계속해서 예고되는 4차 산업 사회가 고도화될 때 세상이 가장 원하는 역량은 뭘까요? 아마도 공감이 될 겁니다. 인공지능과 데이터가 의사 결정에 영향을 끼치게 되면서 사람의 가치가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지요. 국경과 문화를 넘어 사람과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기본 방법이 교육에 녹아 들어가야 해요.

-송경훈 김해 분성고등학교 교사​

 

지식을 외우고 암기하는 것이 교육의 전부는 아닙니다. 지식을 바탕으로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공유하면서 가치를 키워가는 것이 21세기 세상입니다. 지식의 클라우드화라고 할까요. 누가 혼자 뭔가를 알고 있다고 해서 가치를 갖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협업하면서 가치를 만들어가는 것이지요.

-신민철 대구 하빈초등학교 교사

 

김상태 서울과학고등학교 영재개발교육원 교사. 사진=최호섭 제공

 

교육의 방향성이 성과나 경쟁력으로 접근하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이제는 그걸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E2를 비롯해 교육의 민주주의가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행복하게, 잘 살 것인가의 가치를 우선하고 다양성 등을 인정하면서 질 좋은 사회로 나가는 것을 고민해도 되는 시기가 아닐까요. 그 가치관이 잡힌 위에 남을 이기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경쟁력과 성과를 고민할 수 있도록 교육이 가야 하지 않을까요.

-김상태 서울과학고등학교 영재개발교육원 교사

 

개개인의 역량이 강조되는데, 사회를 이루는 개인들이 자신의 역량을 잘 발현할 수 있는 사회를 우리가 만들고 있나 생각해봅니다. 나라, 지역, 문화, 성별 등 사람들이 처한 환경과 인프라가 다릅니다. 교실 문화가 19세기, 20세기에 머물러 있다고 하지만 교실, 교사 등 하드웨어 인프라만 바꿔서는 해결되지 않을 겁니다. 과거의 사회제도와 인식이 교육 현장에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닐까요. 민주적으로 합의와 공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학생들에게 개개인의 경쟁력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과연 우리가 국가적으로 학생 역량을 수치로, GDP로 표현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나 생각해봅니다.

-윤상혁 국가교육회의 기획단/운영지원팀 장학사

 

# 교육이 기술을 끌어안는 방법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지금은 조금 누그러졌지만 한동안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인식은 공포 그 자체였다. 기술 발전을 사람들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고, 그 안에서 사람의 자리가 안심이 될 만큼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술이 갑자기 완성을 앞둔 채로 나타났다.

 

계산과 문제풀이, 암기는 사람이 컴퓨터를 이길 수 없다. 데이터를 이용하는 것은 더더욱. 그래서 인간다움을 찾아야 한다는 ​교육자들의 이야기가 힘을 받는지도 모른다. 교육 시간은 한정돼 있고 사회에서 교실에 바라는 것은 너무 많고 복잡해서 과도기를 거치는 중이다. 하지만 그 초점이 어쩌면 또 다시 기술과 기기에 쏠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교육에 투자하는 것 역시 ‘윈도우10이나 오피스365를 팔려는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이번에도 적지 않은 교사들이 협업 도구인 팀즈(Teams)나 학생용 소셜 미디어인 ‘플립그리드(Flipgrid)’ 등을 수업에 적용한 사례를 언급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누구도 도구의 우수성을 알리고, 이를 수업에 활용하라고 말하지 않았다. 지난해 E2에서는 컴퓨터 없는 디지털 교육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아프리카 가나의 교사가 컴퓨터 없이 칠판에 분필로 소프트웨어의 UI를 그린 것이 유명세를 탔다. 여러 의미로 논란이 일었으나 디지털 교육의 본질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교육의 목적과 환경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올해는 그 메시지가 더 많은 교실에서 공감을 산 듯했다. 교육과정을 공유하는 러닝 마켓플레이스에 부스를 차린 수백 명의 교사들은 교육과정과 방법, 목표를 이야기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필요한 도구를 이용했고, 마이크로소프트뿐 아니라 구글, 애플, 네이버 등의 기기와 서비스를 광범위하게 활용했다. 인공지능이나 소셜미디어, 협업을 위해 도구 사용법을 배우는 게 아니라 교육과정과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도구가 쓰인 것이다.

 

E2 컨퍼런스 현장의 한 게시물이 애저 기반으로 구축한 사물인터넷 허브를 어떻게 구현할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호섭 제공

 

메모장이나 그림판도 충분히 좋은 도구다. 워드프로세서, 파워포인트는 식상한 도구가 아니라 아이들의 상상력을 표현해주는 스케치북과 연필인 셈이다. E2의 러닝 마켓플레이스는 교육 변화의 목적이 현장 교사들에게 더 정확히 전달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편 교사들끼리 그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힘을 얻는 자리가 됐다.

 

적극적으로 기술을 이용하는 교사들도 많다. 체코의 한 교사는 공기질을 측정하고, 이를 생활에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마켓플레이스에 내놓았다. 몸으로 느끼는 공기질의 변화를 센서로 수치화하고, 그 값을 실시간으로 애저 IoT 허브로 전송한다. 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서 미리 주어진 조건, 그러니까 이산화탄소 농도나 습도 등이 기준을 넘으면 스마트폰이나 이메일로 알려준다. 하지만 이 선생님은 각 도구 활용보다 공기에 대한 경험, 그리고 이를 데이터화해서 일상의 간단한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을 학생들에게 전달한다. 그 과정에서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 데이터 분석 등의 경험을 갖게 된다.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절한 기술을 이용하는 방법을 익히는 과정 역시 교육의 중요한 역할이다.

 

우리나라에서 참석한 선생님들도 스스로 필기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 주도적으로 발표하는 능력을 키우는 방법을 소개해 많은 선생님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메시지를 그대로 받아 적는 것이 아니라 한 시간 동안 스스로 얻은 것, 깨달은 것을 기록하는 역할로 필기를 바꾸고, 이를 거드는 용도로 영상과 블로그를 활용했다. 새롭고 어려운 기술이 아니라 익숙한 기술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다른 가치를 만들어내는 게 교실의 변화다.

 

# 교육의 가치는 결국 ‘행복’

 

이번 행사에 녹아 있던 또 하나의 메시지는 감성이다. 소셜미디어가 교육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데, 그 이유는 공감에 있다. 교육의 기본은 경험과 생각이 어떻게 전달되느냐다. 협업 역시 생각을 더 투명하게 전달하는 데서 시작한다. 지식과 정보를 혼자만 알도록 이끌던 지금까지의 ​경쟁 주도 시스템과는 정반대 시스템이다. 업무에서 문제를 풀어내는 것도 팀원과 파트너들의 공감에서 출발한다.

 

정서적, 사회적 인지능력은 컴퓨터와 인공지능으로 풀어내지 못하는 사람만의 능력이고, 인공지능 기술을 더 빛나게 하는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성공도 나누고 실패의 경험도 공감하며 성장하는 것이 교육이 가야 하는 방향성”이라는 안토니 살시토 마이크로소프트 교육 총괄 부사장의 말이 이에 대한 것이다.

 

정서적 웰빙에 대한 부분도 생각해봐야 한다. 아이들이 더 건강하게,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디지털 기기를 건강하게 쓰는 방법이 디지털 웰빙으로 고민된 것처럼 교육환경에서도 학생들이 경쟁으로 내몰리지 않고 호기심과 잠재력, 가능성을 즐겁게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도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들어볼까?

 

신민철 대구 하빈초등학교 교사, 김상태 서울 과학고등학교 영재개발교육원 교사. 사진=최호섭 제공

 

저는 수업에서 협업을 중요한 가치관으로 봅니다. 그동안의 교육은 높이 탑을 쌓는 데에 목적을 두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성은 공을 만드는 겁니다. 아이들이 서로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확장하고 더 큰 공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교육의 역할이 되어야 할 겁니다.

-신민철 대구 하빈초등학교 교사​ 

 

우리 사회가 교육을 바라보는 시선이 과연 학생들, 아이들의 시선일까요? 어른의 시선으로만 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수업에서 정답만을 요구하면 답을 찾지 못한 나머지는 모두 불행해집니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자존감을 신경 쓰면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송경훈 김해 분성고등학교 교사

 

윤상혁 국가교육회의 기획단/운영지원팀 장학사. 사진=최호섭 제공

 

과거의 교실 환경은 직업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직업적인 삶에만 관심을 갖는 것이지요. 21세기 학교는 직업적 가치만이 아니라 개인적인 삶과 가정의 행복도 준비하고 나아가 시민으로서의 역할, 공공적인 가치를 두루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할 겁니다. 학생들이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너희는 대한민국의 미래다’라는 말이라고 합니다. 왜 미래만 이야기하냐는 것이지요. 아이들에게는 지금의 삶도 중요하고 현재를 건강하게, 행복하게 누릴 권리도 있습니다.

-윤상혁 국가교육회의 기획단/운영지원팀 장학사

 

인공지능 기술에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를 위협한다는 시선이 많지만 결국 기술은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용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은 학습이 중요한 가치입니다. 우리를 배우게 마련입니다.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AI에 반영되면 그 가치가 더 커질 겁니다. 사람들끼리 경쟁만 치열해지면 인공지능 역시 사람과 경쟁하는 쪽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감하고 함께 가는 가치관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김상태 서울과학고등학교 영재개발교육원 교사

 

교육은 세계적으로 공감되는 중요한 이슈다. 경쟁은 치열해지고,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 글에 다 담을 수는 없지만 E2에 참석한 국내 교육자 외에도 해외의 교사들, 아시아 지역의 기자들, 마이크로소프트의 임원들 모두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를 더 나은 삶에 두고 있었다. 지금의 행복을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처럼 즉흥적인 가치로 보는 다소 부정적인 인식도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더 나은 삶과 행복을 추구하는 게 그른 일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학교의 역할과 무게감이 크다. 현재 교육환경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도 아니다.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고, 변화의 공감대는 커지고 있다. 급격하게 교육과정을 바꾼다고 교육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도 아니다. 교육의 방향성을 찾는 것도 21세기 교육의 가치관과 맞물릴 것이다. “내가,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이 틀리지 않았고 혼자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2에 참석했던 많은 교사들의 말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말이었다. 교실은 더 좋아질 것이고, 학생들도 더 행복하게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E2를 통해 세계의 많은 교육자들이 이에 공감했듯 말이다.

프랑스 파리=최호섭 IT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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