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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내 최초 인체장기칩 상용화 도전하는 '큐리오칩스'

'동물학대·저효율 동물실험 대체' 기대감…'보수적 제약사들 이용할까' 우려도

2019.05.10(Fri) 11:02:12

[비즈한국] 제약사들은 기존의 약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 즉 ‘미충족 수요’를 겨냥해 신약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인다. 그 과정에서 동물실험은 의약품의 효능을 확인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동물실험은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최근에는 동물 학대 논란까지 대두되고 있다. 동물실험을 거친 약도 막상 인체에 적용하면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적잖다.​ 

 

이런 동물실험 없이 약물 반응을 평가할 수 있게 하겠다는 스타트업이 있다. ‘인체장기칩’을 개발한 서울대학교 연구실창업 벤처기업 ‘큐리오칩스(Curiochips)’다. 인체장기칩이란 인체의 혈관과 특정 장기 조직을 칩(chip)에 배양하는 기술로 최근 국내외에서 연구 개발과 상용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큐리오칩스는 혈관을 배양해 약물 반응을 평가한다. ​2016년 12월에 설립된 큐리오칩스는 현재 서울대 교수로 재임 중인 전누리 대표이사를 필두로 이병준 수석연구원과 김지호 선임연구원이 연구개발을 도맡고 있다.

 

큐리오칩스는 자체 개발한 인체장기칩을 올해 7월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국내에서 인체장기칩이 상용화되는 최초의 사례가 된다. 효율성이 낮다고 지적받는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더한다. 한편으로는 국내에서 처음 시판되는 제품이라 과연 제약사들이 사용을 하게 될지, 정확성은 얼마나 될지 우려도 적잖다. 지난 7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공유오피스에서 이병준 수석연구원과 김지호 선임연구원을 만났다.

 

서울대학교 연구실창업 벤처기업 ‘큐리오칩스’는 동물실험을 하지 않아도 약물의 반응을 평가할 수 있는 인체장기칩을 개발했다. 큐리오칩스의 김지호 선임연구원(왼쪽)과 ​이병준 수석연구원. 사진=고성준 기자


# “동물실험 할 때보다 신약 개발 비용 대폭 절감”

 

큐리오칩스의 타깃은 제약사, 그 중에서도 면역항암제를 연구·개발하는 제약사다. 면역항암제는 2011년부터 등장한 3세대 항암제다. 환자의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의 특징인 면역회피경로를 차단하거나 직접 암세포를 공격하는 방식의 의약품이다. 2022년까지 항암제 시장은 연평균 23.9%로 고속 성장하며 치료제 시장 점유율이 17.5%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고령화로 암질환자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큐리오칩스가 면역항암제에 집중하게 된 이유는 대표이사로 재임 중인 전누리 교수가 관련 연구를 꾸준히 이어온 영향이 크다. 큐리오칩스가 개발한 인체장기칩의 작동 원리는 이렇다. 가령 암에 걸린 환자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이 환자의 암조직을 떼서 칩에 넣고 혈관세포와 함께 배양한다.​ 그 후 배양된 혈관에 약물을 흘려보낸다. 그러면 암세포가 약물​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큐리오칩스가 개발한 인체장기칩은 인체의 혈관과 특정 장기 조직을 칩에 배양해 혈관을 통한 약물 반응을 평가하는 기술이다. 사진=큐리오칩스 제공


이 수석연구원은 “기존 항암제는 몸에 있는 세포를 모두 죽인다. 그래서 위장기관이 손상돼 환자들이 식사도 제대로 못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요즈음 나오는 면역항암제는 면역세포가 직접 암세포를 죽이는 방식이다. 혈관 안에 있는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죽이기 때문에 면역치료에서는 살아 있는 혈관이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칩에 혈관을 제대로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제약·바이오업계는 보수적이라 새로운 기술 도입을 꺼리는 경향이 강하다. 더군다나 국내 첫 상용화되는 인체장기칩이기에 때문에 신뢰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큐리오칩스 측은 자신 있다는 입장. 특히 비용 절감 측면에서 제약사들이 결국은 인체장기칩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 수석연구원은 “아바타 마우스라는 기술이 있다. 쥐에게 사람 암세포를 넣어 쥐를 암 환자의 아바타처럼 만드는 기술이다. 그런데 이것을 이용하려면 5억 원 정도가 필요하고 기간도 6개월 이상 걸린다”며 “이렇게 약을 검사해서 투여해도 6개월 전의 암 조직이라 실제 효과가 없을 수도 있고, 효능을 검사하는 사이에 환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병준 수석연구원은 제약사가 효율성 측면에서 결국은 인체장기칩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사진=고성준 기자


이 수석연구원은 “동물실험의 경우 대략 10번 실험을 하면 5000만 원 정도가 든다. 쥐로 실험을 한다고 생각했을 때 쥐를 계속 관리해야 하고, 또 그 후에는 쥐를 죽여 모든 장기에 얼마만큼의 독성이 남아 있는지 평가해야 해 여기에도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우리는 제품을 동물실험 대비 10분의 1 가격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해외 시장에도 진출 계획…​개인맞춤형 의료 환경 만들고 싶어​”

 

보통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맞닥뜨리는 가장 큰 문제는 인·허가다. 다른 분야와 달리 규제의 벽이 높아 제대로 된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더욱 벽이 높다. 미국은 법이나 정책에서 금지하는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인 반면, 우리는 특정 항목만 허용하고 모두 금지하는 포지티브 규제를 채택하기 때문이다.

 

큐리오칩스는 규제 측면에서는 한결 자유롭다고 밝혔다. 김 선임연구원은 “세포를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보면 된다. 제품을 개발할 때 넣는 세포들이 역분화 줄기세포를 이용한 혈관세포이거나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일반 사람의 혈관세포이기 때문에 윤리적인 문제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 수석연구원은 “우리 제품은 의료기기가 아닌 바이오칩에 해당하기 때문에 인·허가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며 “오히려 대체실험법을 인정해주고 동물실험에 대한 규제 기준이 높아지는 국내 상황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지호 선임연구원은 인체장기칩을 통해 개인맞춤형 의료 시장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고성준 기자


큐리오칩스의 우선적인 목표는 제품을 많이 판매하는 것이 아니다. 제품을 통해 ‘개인맞춤형 의료’가 가능해지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또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해외에서는 인체장기칩을 내놓은 기업들이 몇 곳 있지만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수석연구원은 “임상 단계에서 A라는 유전자가 있는 사람에게는 약물이 잘 반응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효과가 없다는 식의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A 유전자와 약물 사이에 효과가 있다는 단서를 잡아내면 약을 허가해주는 경우가 있다”며 “이럴 때 칩을 이용해 각 환자의 조직을 모사해 약물의 효과를 빠르고 정확하게 검증할 수 있다.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선임연구원도 “당장에 이 칩을 많이 파는 노력 뿐만 아니라 우리가 하나의 기준이 되고 개인맞춤형 의료 시장을 더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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