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아젠다

[ART Lab] 논리적인 AI 미래사회 예측? 네, 틀렸습니다

고속도로와 지방격차, 인터넷과 갈등해소 예측 빗나가…논리적 예측과 진짜 미래 관련 없어

2019.05.21(Tue) 11:36:39

[비즈한국] 일본이 빈집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특히 지방의 경우 집을 사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공짜로 집 매물을 내놓는 경우도 늘고 있는데, 이 추세대로라면 2033년엔 전체 주택의 30.4%가 빈집이 될 것이라고 한다(노무라연구소). 반면 도쿄, 오사카, 나고야, 일본 3대 도시의 집값은 6년째 꾸준히 상승 중이다. 즉, 일본은 지방 소멸과 수도권 쏠림 현상을 겪고 있다. 한국의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방은 미분양 아파트로 시름하는 반면, 서울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 고공행진을 이어진다.

 

예측이 논리적이라는 것과 그것이 진짜 미래가 될 가능성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 인공지능 사회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과거엔 서울과 지방 격차의 주요 원인으로 교통 인프라의 부족을 꼽았다. 서울과 지방의 왕복이 원활하지 않기에 서울의 풍요가 쉽게 지방으로 확산되지 않는다는 분석이었다. 교통 인프라가 개선되어 서울을 쉽게 오갈 수 있다면, 사람들이 굳이 서울에 거주하려 고집하지 않을 거라 예상했다. 이런 미래 구상 하에 정부는 그동안 많은 고속도로 신설했고, 지방 곳곳을 연결하는 KTX 노선을 구축해 전국을 일일 생활권으로 만드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교통 발달이 서울과 지방의 격차를 줄일 것이란 사람들의 ‘논리적인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발달한 교통 인프라는 서울의 양분을 지방으로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방의 양분을 서울로 흡수하는 빨대가 됐다. 교통이 좋아질수록 서울의 출퇴근권 영역은 늘어났으며, 사람들은 지방 대신 서울에 올라와 소비하기 시작했다. 서울의 인구를 분산하자는 신도시 건설 역시 비슷한 결과를 가져왔다. 대부분의 신도시는 인구의 분산은커녕 서울 집중현상을 가중시켰고, 어느새 신도시 건설의 기준은 ‘강남으로 얼마나 편리하게 출퇴근할 수 있는가’로 변질됐다.

 

1990년대 이후 인터넷이 가져온 변화 역시 예측 불허였다. 과거엔 영호남 사이의 지역 갈등, 보수와 진보 사이의 이념 갈등이 극심했는데,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 보급이 이런 갈등을 완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터넷이 보급되어 사람들이 더 많은 정보에 투명하게 접근 가능하다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싸우는 갈등은 줄어들고, 더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 상식에 가까운 중앙에 모여 평화로운 정치가 찾아올 것이라는 ‘논리적인 예측’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적 예측 역시 빗나갔다. 인터넷이 발달되자 사람들은 정보를 투명하게 받아들이는 대신 본인이 듣고 싶은 말들만을 찾아 나섰고, 그것을 찾을 수 없을 땐 스스로가 가짜뉴스의 생산자가 되길 마다하지 않았다. 

 

교통 발달이 서울과 지방의 격차를 줄일 것이란 사람들의 ‘논리적인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사진=최준필 기자

 

사람들은 밋밋한 중앙에 모이기보다 자극적인 선동이 넘쳐나는 양 극단으로 갈라져 싸우기 시작했고, 인터넷에서 이용 가능한 자신들만의 근거와 논리로 똘똘 뭉쳐 더욱 강력하게 서로를 비난했다. 인터넷이 정보의 벽을 허물어 세상의 상식을 곳곳에 뿌릴 것이라는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반대로 사람들은 인터넷을 이용해 자기가 믿는 바를 세상에 뿌리기 바빴다. 그 믿음이 얼마나 상식에 가까운지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인터넷으로 인해 세상은 더욱 양극화됐다. 마치 교통 인프라의 발달이 서울과 지방의 격차를 더욱 벌려 놓았던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변화를 과거에 과연 ‘논리적 예측’만으로 상상할 수 있었을까. 아마 쉽지 않았을 것이다. 기술 자체는 예측 가능할지 몰라도, 이를 이용하는 인간의 패턴은 논리만으론 예측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기술은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꿀까, 아니면 부정적으로 바꿀까?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미래를 예측하고 있지만, ‘미래는 알 수 없다’라고 말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답변이 아닐까 싶다. 기술 자체는 예측 가능할지 몰라도, 이를 이용하는 인간의 패턴은 논리만으론 예측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 변화는 기술의 속성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시대상과도 맞물려 돌아간다. 따라서 미래 시대상과 미래 사회의 화두를 모르는 현재에 단지 기술의 속성만을 가지고 그 파급효과를 예측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 것이다.
 

어떤 전문가의 미래 예측이 꽤 ‘논리적’이라고 느껴지는가? 하지만 예측이 논리적이라는 것과 그것이 진짜 미래가 될 가능성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 인공지능 사회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필자 엄태웅은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에서 로봇공학을 전공했다. LIG 넥스원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거쳐 현재는 캐나다 워털루대학(University of Waterloo)에서 딥러닝을 연구 중이다. 최근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기술을 연구, 교육, 전달하는 연구실 ART Lab(AI & Robotics Tech Lab)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시장의 문제를 AI 기술과 연결하는 미션에 힘 쏟고 있다.

엄태웅 ART Lab 디렉터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가토 드 뮤지끄] 폰으로 감상하는 숑아, 폰으로 주문한 세라비
· [골목의 전쟁] 잘되는 자영업자들의 공통점
· [미국음악일기] '내한공연설' U2가 살아있는 전설인 이유
· [ART Lab] AI는 훗날 '엑셀'이 될 수 있을까
· [ART Lab] '유행'에서 벗어나야 진짜 AI 시장이 열린다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