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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알박기' 논란 우수건축자산, 캠벨 선교사주택 '무허가건물'

서울시, 미등기 방치하다 우수건축자산 지정 '졸속'…알박기 논란엔 "재개발과 무관"

2019.06.01(Sat) 15:22:26

[비즈한국] 서울시가 지난 4월 말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한 캠벨 선교사주택 두 동 중 한 동이 공부(公簿·건축물대장, 등기부등본 등)에 기재되지 않은 무허가건축물로 ‘비즈한국’ 취재 결과 처음 확인됐다. 서울시가 2017년 종로구 사직2구역을 직권해제한 뒤 재개발조합으로부터 매입한 이 건물을 1년 6개월간 미등기 상태로 방치하다 갑자기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한 것은 졸속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는 4월 30일 건축자산전문위원회를 개최해 종로구 사직동 캠벨 선교사주택(3XX-32 일대)을 대선제분 영등포공장과 함께 서울시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한옥건축자산과에 따르면 해방 전 건축된 것으로 추정되는 캠벨 선교사주택은 3765.3㎡(약 1139평) 대지에 2개 동(총 건축 연면적 564.74㎡, 171평)으로 조성됐다. 

 

캠벨 선교사주택​은 1948년 대대적인 수리를 거쳐 지금의 회색 석조 건물로 재탄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세핀 캠벨은 미국 남감리교회가 구한말 서울에 파견한 첫 여성 선교사다. 부임 이듬해인 1898년 서울 내자동에 배화학당(옛 캐롤라이나 학당)을 세워 일제강점기 동안 수백 명의 학생을 배출했다.

 

2개 동으로 이뤄진 서울시 종로구 사직동 캠벨 선교사주택. 사진=박정훈 기자

 

# 미등기 인지한 채 1년 6개월 방치…“체계적 관리 아쉬워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도지사는 예술적‧역사적‧경관적 가치 또는 사회문화적 가치를 가진 건축자산(건축물, 공간환경, 사회기반시설)을 체계적으로 조성‧관리하기 위해 소유자 신청을 받아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할 수 있다. 관할 지자체는 우수건축자산에 대해 개축‧수선 비용을 지원하거나, 건축법‧주차장법 등 일부 규정(건폐율, 조경면적, 공개공지, 건축선, 건축물 높이, 주차장 확보 등 24개 항목)을 완화해 적용할 수 있다.

 

서울시는 5월 13일 낸 보도자료에서 “선교사 주택으로는 드물게 석재로 건축되었을 뿐만 아니라, 의장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건축물로 근대 선교역사를 증거하는 역사적 가치와 사회문화적 가치가 있다. 한양도성과 인접한 입지와 조경과 조화를 이루어 독특한 경관을 만들어나고 있다”며 “사직동 캠벨사택은 2017년 서울시에서 매입한 뒤 일부 공간 수선을 통해 현재 주민소통공간 등으로 임시 활용중이며 향후 지역거점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서울시가 2017년 11월 사직2구역 재개발조합으로부터 매입한 캠벨 선교사주택 두 동 중 한 동이 5월 31일 현재까지 공부 정리가 되지 않았다는 것. 서울시가 공개한 ‘우수건축자산 등록현황’ 자료와 실제 주소지​에 나타난 캠벨 선교사주택​은 지하1층~​지상 2층 규모의 석조 건물 두 동(A동 255.08㎡, B동 309.66㎡)이지만, 건축물대장과 부동산등기부상에는 ​지하1층~지상 2층 석조건물 1동(연면적 275.84㎡​)과 부속된 단층 목조주택 1개 동(연면적 35.3㎡​)만 돼 있다. 이마저 공부상 연면적이 서울시 자료와 일치하지 않는다.

 

캠벨 선교사 주택 전경. 자료=서울시 제공

 

캠벨 선교사 주택 배치도. 자료=서울시 제공

 

이 건축물이 건축법이나 부동산등기법 등 관련법 제정 전에 만들어지긴 했지만, 소유자인 서울시 노력에 따라 건축물대장이나 등기부등본에 오를 수 있었다. 건축법 시행령에 따라 건축법 시행일(1962년) 전에 법령에 적합하게 건축되고 유지·관리된 건축물의 소유자가 건축물관리대장이나 이와 비슷한 공부를 건축물대장에 옮겨 적을 것을 신청할 경우, 관할 자치단체장은 건축물대장에 건축물과 대지에 관한 정보를 옮겨 적어 보관해야 한다.

 

미등기 건물에 대한 소유권보존등기의 신청 역시 ​부동산등기법상 ​△건축물대장에 최초 소유자로 등록된 자 △​확정판결에 의해 소유권을 증명한 자 △수용으로 인해 소유권을 취득했음을 증명한 자 △​지방자치단체장의 확인에 의해 자기 소유권을 증명한 자가 할 수 있다. 더욱이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상 소유권보존등기가 되지 않은 부동산에 대해 소유권이전 계약을 체결할 경우 소유권보존등기를 신청할 수 있게 된 날로부터 60일 이내 소유권보존등기를 신청해야 한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건축법 제정(1962년) 이전에 만들어진 건축물은 건축물대장이나 등기가 없는 경우가 많지만 남대문(숭례문)처럼 소유자가 국가일 경우 신고를 해 건축물대장과 등기를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며 “또한 서울시가 자신 소유의 무허가건축물을 우수건축자산으로 지정한다는 것은 절차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하기 전에 등기 절차를 밟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서울시도 캠벨 선교사주택의 공부가 정리되지 않은 사실을 인정했다. 서울시 한옥건축자산과 관계자는 “도시활성화과에서 제출한 서류 상 우수건축자산 두 동 중 한 동이 등기가 돼있지 않다”며 “관할구청에서 추후 건축물대장 등을 현황에 맞게 정리할 계획이다. 근·현대건축물은 건축물대장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거나 누락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수건축자산 등록 과정에서 전문가 역시 (건축물) 가치에 대한 기록을 잘 정리하라는 지적이 있어서 이를 추후에 반영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서울시 도시활성화과 관계자도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된 캠벨 선교사 주택 두 동 중 과거 조합사무실로 쓰던 한 개 동이 미등기 상태”라며 “부지면적과 건물 현황 등을 토대로 공부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가 사직2구역 조합으로부터 해당 건축물과 부지를 구입할 당시 건축물의 미등기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 재개발 조합 ‘서울시가 캠벨 선교사주택 알박기’ 주장

 

당초 민간 소유였던 캠벨 선교사주택은 사직2구역 재개발과정에서 두 차례 주인이 바뀌었다. 2009년 서울시로부터 정비구역 지정을 받아 이듬해 7월 조합 설립인가를 받은 사직2구역은 2010년 9월 구역 내 위치한 캠벨 선교사 주택과 부지를 남감리교회선교부유지재단으로부터 사들였다. 조합은 당시 거래가만 185억 2052만 원에 달하는 이곳 부지와 건축물을 정비해 5층 높이 아파트를 짓고자 했다. 

 

장진철 사직2구역 조합장 직무대행은 “종로구청으로부터 2012년 처음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당시엔 캠벨 선교사주택을 전면 철거하기로 돼 있었다. 이후 2013년 아파트 소형 평형을 늘리고자 사업시행변경 인가를 신청하면서, 캠벨 선교사주택의 이축을 추진했다. 당시 문화재청 허가를 받아 선교사주택의 건축 자재를 보존해 이를 재개발구역 남쪽으로 옮겨 지으려 했다”고 말했다. 

 

2017년 3월 종로구청이 사업시행변경 인가를 반려하고, 그로부터 열흘 뒤 서울시가 사직2구역을 정비구역 해제하면서 조합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서울시는 사직2구역이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구역지정 이후 여건변화에 따라 해당 구역 및 주변지역의 역사‧문화적 가치 보전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정비구역을 직권해제하며 개발행위를 막았다. 시공사로부터 돈을 빌려 부지를 사들인 조합은 대출 이자 등을 감당하지 못해 8개월 뒤인 2017년 11월 이 땅과 건물을 서울시에 팔았다. 당시 거래가는 234억 7893만 원 수준.

 

그로부터 1년 6개월여가 지난 올해 4월 25일 대법원은 서울시가 조례를 근거로 사직2구역을 직권해제 한 것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판결 닷새째인 30일 서울시가 직권해제 이후 사들인 사직2구역 내 캠벨 선교사주택을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하면서 사직2구역 조합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장진철 사직2구역 조합장 직무대행은 “2017년 서울시가 정비구역 직권해제를 하지 않았더라면 조합은 캠벨선교사주택을 서울시에 팔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 5일 만에 구역 내 캠벨 선교사자택을 우수건축자산에 등록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서울시가 선교사주택을 ‘알박기’ 해 재개발을 방해하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한옥건축자산과 관계자는 “정비사업을 막기 위해 캠벨 선교사주택을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시는 2015년부터 역사도심관리기본계획을 만들고 전문가와 함께 보존할 가치가 있는 건축자산을 목록화 해왔다. 캠벨 선교사주택도 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도시활성화과 관계자도 “관할 시나 구 차원에서 캠벨 선교사주택의 이축을 확정 지은 바가 없다. 현재 서울시는 캠벨 선교사주택이 우수건축자산으로 등재할 만큼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어 다양하게 활용이 필요한 부지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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