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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들썩이는 부동산 시장, 그래도 '답정너'는 강남?

교통 인프라 확충이 되레 강남 수요 늘리고 대출규제로 현금부자들만 강남 접근 가능해져

2019.06.21(Fri) 18:13:44

[비즈한국]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잠잠했던 서울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올랐기 때문인데, 부동산 시장이 다시 치고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14일 기준) 서울 아파트가격 변동률은 전주 대비 0.01%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2일 0.03% 상승 이후 30주 만의 상승 전환이다. 강남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 아파트가 0.19%나 올라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오르자 수도권 주요 지역 급매가 소진되고,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는 등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이에 부동산 경기 반등론이 나온다. 유동성이 풍부한 가운데 증시 침체와 저금리 등으로 투자할 곳이 부동산밖에 없다는 분석에서다. 지난 2년간 가격이 상대적으로 적게 오른 경기도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답은 서울 강남으로 정해져 있다는 게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중소형 아파트 최고가 기록을 경신한 반포 아크로리버 파크 아파트. 사진=고성준 기자


그 이유는 뭘까.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유는 소득 양극화 심화와 ‘강남 불패론’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하위 20%(1분위)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7.7% 급감한 데 비해 상위 20%(5분위) 소득은 10.4% 늘었다. 제조업 현장이 기계화 되고, 유통은 플랫폼화 되며 정규직 일자리가 줄어든 대신 일용직 일자리가 늘고 있다.

 

여기에 2010년대 들어 20만~30만 명에 달하던 취업자 수 증가 규모가 지난해 9만 700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대기업에 다니는 고학력·고임금 노동자들은 더 많이 벌고, 일용직 근로자들의 자금 사정은 여유가 없어졌다. 산업 현장의 기술이 발달할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현금을 쥔 부자들은 학군·교통 등 여러 조건을 충족하는 강남으로 향하고 있다. 향후 부동산 가격 상승이 예상되며 최근 재건축에 나선 삼성동 상아2차아파트(래미안 라클래시) 조합은 ‘준공후 분양’을 결정했다. 3.3㎡(약 1평)당 분양가가 7000만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 일대 부동산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가 40%로 묶여 있고 중도금 대출도 안 되지만, 현금 부자들이 신규 분양아파트 미계약분은 물론 급매물까지 싹쓸이하고 있다. 서울 강남에 대한 투자자들의 강고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용산·여의도 등 대규모 서울 재개발과 수도권 광역철도 건설 등 인프라 확장도 강남 집값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 계획은 서울 낙후 지역을 재개발하고, 경기도권의 서울 접근성을 높여 강남 투자 수요를 누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GTX-A 노선 등은 강남역과 삼성역을 거치도록 돼 있다. 이는 강남 접근성을 높여 더 많은 유동인구를 유입시킴으로써 강남의 부동산 가치를 더욱 높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포의 한 부동산공인중개사는 “용산·여의도가 개발되면 용산·여의도로 접근하기 좋은 강남이 더욱 주목 받는다”며 “신분당선 개통 이후 강남대로 상권이 성남·용인·수원 등 경기 남부 도시 유동인구를 끌어들인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강남으로의 교통 인프라 집중은 기업 입주 수요를 늘린다. 당장 땅값이 많이 오른 강남에 사옥을 짓는 것이 무리라면 판교·분당 등 접근성이 좋은 도시로 본사를 옮기기도 한다. 실제 최근 판교로 사옥을 옮기는 회사들이 대거 늘었다. HP·한국타이어·현대중공업그룹·KT·만도·CJ헬스케어·차바이오텍 등 대기업들이 입주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분당선으로 접근할 수 있는 용인시에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소득 수준이 높은 대기업 종사자들의 강남 거주 수요를 끌어올 것으로 보인다. 동탄신도시의 한 부동산중개사는 “삼성전자 근무자 중 동탄·기흥보다 강남·분당·판교 거주자가 더 많다”며 “직주근접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인프라·학군이 좋은 곳에 거주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크다”고 설명했다.

 

신도시가 독립적인 도시권역을 만들기 위해 대기업을 유치하더라도 강남 등 인프라가 좋은 지역에 대한 거주 수요는 꾸준한 셈이다. 반대로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띄워도 비강남 아파트 가격의 상승률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부의 대출 규제가 비강남지역 아파트 상승세를 제한한다. 강남 아파트를 싹쓸이 할 수 있는 현금 부자들에 비해 자금 여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입해야 한다. 2000년대 중반 서울 강남 부동산 가격이 ‘서초-잠실-분당-용인’으로 이어졌던 것도 주택담보대출의 힘이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 서울과 수도권 일대를 모두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40%로 제한하고 있다. 강남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연쇄 반응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은행이 LTV를 책정할 때 비율을 일부 적게 산정하기 때문에 실제 대출금액은 더 적다. 예컨대 투기과열지구의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산다면 실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규모는 3억 원 안팎이다. 여기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통해 신용대출·제2금융권 대출도 한도에 잡기 때문에 적은 현금으로 부채를 일으켜 집을 사는 일은 어려워졌다. 현금 부자들에 의해 강남 집값이 오르는 데 비해 상대적으로 소득 낮은 사람이 구입하는 경기도 아파트 시세는 상승에 제한이 걸린 셈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주택가격이 높아지고 대출이 어려워질수록 실수요자의 주택 매입은 더욱 어려워진다. 정부 규제로 강남만 유리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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