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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정현호 영장' 고민, 이학수·최지성 아른거리는 까닭

이재용 '턱밑' 구속영장 안 칠 수 없어…삼성의 2인자였던 두 부회장 전철 밟나

2019.06.24(Mon) 15:27:07

[비즈한국] 검찰의 고민이 깊다. 지난 11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 정현호 사장 신병 처리를 아직 결정짓지 못했다. 소환한 지 2주가 다 되어가도록 아직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소환을 위해서는 2인자이자 이 부회장의 최측근 정 사장 영장 청구가 필요한데,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 이재용 부회장 바로 턱밑까지 올라온 만큼, 더욱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게 수사팀 내 분위기라고 한다.

 

사실 삼성전자 2인자인 정현호 사장 소환은 수사 초반부터 그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단순히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것을 넘어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사업지원TF를 이끌며 이 부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그다. 검찰 입장에서는 이 부회장 소환을 위해서는 꼭 거쳐야 할 단계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정현호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 12일 새벽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관련 검찰 조사를 마친 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실 삼성의 ‘2인자 흑역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학수, 최지성 전 부회장도 삼성그룹의 비리를 책임지고 형사처벌을 받아야 했다. 정 사장도 영장을 차치하더라도, 기소는 피하기 힘들기에 삼성 2인자 흑역사는 계속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 ‘JY 턱밑’ 정현호 사장은 누구?

 

정현호 사장은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1988년부터 5년 넘게 삼성그룹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그 후 본격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기 시작한다. 비서실 근무 후 미국 하버드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았다. 비슷한 시기 이 부회장도 하버드대에서 MBA 과정을 밟았는데, 때문에 삼성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이 밟을 예정인 코스를 정 사장이 먼저 거친 뒤 일종의 ‘과외’를 하도록 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관련기사 삼성 미니 미전실 수장 정현호는 '이재용의 아그리파'?). 

 

실제 하버드 MBA 과정 후인 2003년부터는 정 사장은 구조조정본부(구조본),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미전실)을 두루 거친다. 각 시대의 그룹 컨트롤타워에서 근무했다.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을 겪으면서는 2인자로 자리매김했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구속된 2017년 2월 미전실 해체를 결정한다. 그 후 9개월 만인 그해 11월 미전실의 후신 격인 사업지원TF가 신설될 때 그 수장으로 정 사장을 낙점한다. 정현호 사장은 미전실 사장단 중 유일하게 사업지원TF로 복귀한 인물로, 이 부회장 구속 당시에도 자주 면회를 가 현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정현호 사장 혐의와 검찰 전략은?

 

현재 삼성바이오에 대한 검찰 수사는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인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부당하게 변경해 장부상 가치를 크게 부풀렸다는 회계부정 의혹과, 지난해 검찰 수사를 앞두고 회계부정 의혹과 관련된 각종 서류와 회사 서버, 하드디스크 등 증거를 인멸한 혐의 등이다.

 

증거인멸 부분과 관련해 현재 삼성전자 이 아무개 부사장, 사업지원TF 소속 백 아무개, 서 아무개 상무 등이 구속됐다. 이 중 백 상무는 정 사장의 직속 부하다. 검찰은 이들의 가장 윗선이자, 이재용 부회장의 턱밑인 정 사장이 직접 증거인멸 지시를 하거나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또 회계 분식 역시 사업지원TF에서 주도했다고 보고 이를 집중 추궁했다.

 

하지만 ‘정 사장이 지시했다’라는 혐의를 입증하기까지는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정 사장을 소환했지만, 정 사장에게 ‘딱 혐의가 있다’고 보기는 다소 애매하다”고 귀띔했다. 증거인멸을 최종 결정하고 지시한 사람이 정 사장이 아닌지 검찰이 의심하는 건 지극히 합리적이지만, 정 사장도 혐의를 부인하는 등 입증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학수 전 부회장(왼쪽)과 최지성 전 부회장. 사진=연합뉴스·비즈한국DB


그럼에도 무리해서라도 영장을 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는다.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다면 이재용 부회장 소환을 앞두고 영장을 치지 않는다는 것은 ‘실패한 수사’라고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사건을 잘 아는 법조인은 “결국 회계분식을 한 사람이 증거도 인멸하려 했고 그 최종 목적은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라는 게 검찰의 논리다. 증거인멸은 입증이 어려워도 회계분식 책임을 묻는 방법이 있다. 설사 영장이 기각되더라도 이 부회장 소환을 위해서는 잘못이 있다고 주장해야 한다. 그게 영장 청구”라며 “정 사장의 경우 결국 기소는 피할 수 없다. 재판까지 가는 과정에서 얼마나 이재용 부회장까지 올라가는 보고와 지시 여부가 확인되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 ‘역대 2인자’들은 어떻게 됐나

 

사실 삼성그룹 2인자들의 수난은 최근 시작된 얘기가 아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부친인 이건희 삼성 회장의 2인자 이학수 전 부회장부터, 오너 일가들을 위한 궂은 역할을 담당하곤 했다.

 

이학수 전 부회장은 2003년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때 ‘이건희 회장은 모르는 일’ ‘내가 다 알아서 한 것’이라고 진술해 이건희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지 않도록 하고 책임을 다 졌다. 그 뒤 화려하게 복권해 이건희 회장의 ‘복심’으로 불린 이학수 전 부회장은 2008년 삼성 특검수사 때는 삼성에스디에스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과 관련해 배임혐의로 처벌되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가정교사’로 불린, 최지성 실장은 2017년 국정농단세력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로 1·2심에서 유죄선고를 받고, 대법원의 최종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형사처벌을 받거나 받게 될 2인자들 모두 ‘승계’에 관여했다는 게 공통점. 법원의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은 2인자에게 책임을 지게 하는 대신 형사처벌에 대해 확실하게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을 가진 곳”이라며 “정 사장도 그런 시스템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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