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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전쟁]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자영업엔 안 맞는 이유

2년 내 폐업률 50% 비정규직보다 불안, 리스크에 걸맞은 사업을 해야

2019.06.25(Tue) 19:08:50

[비즈한국] “High Risk High Return(HRHR).” 투자에서 오래된 경구 중 하나다. 높은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높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로, 위험과 이익이 비례함을 반영한 말이다.

 

그런데 이를 잘못 해석하는 경우 또한 발견한다. HRHR의 의미는 높은 이익을 추구하면 그에 따라 리스크가 증가한다는 것이지, 리스크의 부담을 늘린다고 해서 이익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이익 추구와 위험은 비례관계에 있지만 이익에 비해 훨씬 더 큰 위험을 부담하게 될 수도 있다.

 

“High Risk High Return(HRHR).” 흔히 위험과 이익은 비례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영업에서는 이익에 비해 훨씬 더 큰 위험을 부담하게 될 수도 있다.

 

자영업에서 사업의 이익과 리스크를 구분 지어 판단해보자.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업종이나 아이템으로 사업하는 게 아닌 이상에야 단기적인 이익의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 그리고 대부분은 그 이익의 상한선보다 낮은 수준의 평균 이익을 거둔다. 이 이익에 비해 본인이 져야 할 리스크를 비교해보는 것이다.

 

정해진 고정 급여를 받는 일은 상대적으로 그 리스크가 극히 낮다. 흔히 계약직의 목숨이 파리 목숨이라 하고 고용의 불안정성을 이야기하지만, 자영업의 2년 내 폐업률이 보통 50%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비정규직보다 더 불안한 것이 자영업이다. 비정규직은 적어도 정해진 기간은 안정된 근로소득을 얻을 수 있다.

 

반면에 사업은 그 자체로 리스크다. 일 매출이 다르고 월 매출이 다르며 그 추이나 변화는 종잡기 어려울 때가 많다. 이렇게 사업 자체가 지닌 위험에 더해 개별 업종이나 아이템이 가진 리스크까지 추가로 고려하지 않으면 자영업의 리스크를 과소 추정하게 된다.

 

사실 이 문제는 우리나라 자영업자들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스콧 셰인은 그의 책 ‘​The Illusion of entrepreneurship’​에서 다수의 미국 소기업 창업자들이 회사를 떠나 창업한 이유를 ‘​상사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한다. 이런 안이한 이유로 창업을 했으니 제대로 된 경쟁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 수치로도 드러난다. 셰인의 책에 따르면 미국 소기업의 80%는 고용 없는 기업일 뿐만 아니라 회사를 다닐 때 거두었던 수입보다 낮은 수입을 얻을 뿐이라 한다. 사실상 우리나라의 자영업 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대되는 이익의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큰 위험을 감수한다면 운이 좋을 경우 몇 번은 별일 없이 지나갈 수 있어도 언젠가는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높다. 그것은 이익과 리스크의 구조상 리스크가 비대칭적으로 크기에 장기적으로 그 과도한 리스크의 결과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카지노에 입장하는 사람들이 모두 돈을 벌 생각으로 들어오지만 넓은 시각에서 보자면 카지노가 항상 이기는 것과 같은 구조다.

 

역사적으로 상거래에서 높은 리스크는 높은 마진율로 이어졌으며, 이 리스크가 하락할 때에 마진율도 하락하여 균형을 맞췄다. 만약 이익 대비 리스크가 크다면 사업성이 낮다고 할 수 있다. 낮은 사업성은 그만큼 높은 실패 가능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리스크에 조금 더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이익의 수준에 맞춰 리스크를 면밀히 고려해 그것이 이익에 걸맞은 리스크인지를 판별해야 한다. 가급적 더 많은 사업가들이 생존하며 수익을 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 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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